<바닷마을 다이어리> 존재 자체가 상처가 될 수 있다

海街diary(2015)

by 디디



진짜 원망스럽지만 다정한 분이신가 봐. 이런 동생을 우리한테 남겨주셨잖아.

코우다 사치, 바닷마을 다이어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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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개성이 넘치는 네 자매가 오순도순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들의 관계성은 생각보다 많이 독특하다. 누군가는 꺼려질 법한 예민할 지도 모른 소재지만, 따뜻한 인간성이 감히 이겼다고 표현하고 싶은 강인한 영화다. 역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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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어른이 필요한 이유


어른스러움의 끝판왕 사치상. 연애도 사회생활도 맏언니로서의 역할까지 모두 어른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사치'지만, 유독 어머니한테는 그 상처를 숨기지 못하고 날이 서 있다. 아무리 어른스러워도 누구나 내면의 자라지 못 한 아이가 존재하고, 그 상처는 머물러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스즈'를 일부러 집으로 데려와 어머니에게 불편함을 주고 싶지 않았냐는 팩트 폭력으로 처음으로 '사치'가 크게 흔들리지만, 역시 "사스가 사치"라는 말처럼 혹여나 상처를 받았을 스즈에 대한 사과와 어머니에 대한 용서,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지키고자 남자친구와의 이별까지. 곧바로 상여자로 회복한 사치였기에 보는 내내 편안함을 주는 인물 중 하나였다.


모든 캐릭터가 매력이 넘쳤지만, 그중 가장 닮고 싶었던 여성상은 단연코 '사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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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잔멸치 토스트의 출처


스즈는 아버지가 자주 만들어준 잔멸치 토스트의 존재를 언니들에게 숨기며 마치 처음 먹은 것처럼 거짓말을 하게 된다. 온전치 않은 만남으로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 한 사랑을 한 부모님으로 인해 탄생부터 환호받지 못 한 삶을 지내기에는 스즈는 고작 중학생인 나이였다.


아버지가 떠난 세상에 완벽히 혼자였던 스즈에게 갑작스레 언니들이 생겼지만 스즈의 마음 한편은 늘 불편하기만 하다. 같은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지만 서로 다른 기억을 갖고 있는 그들 사이의 얕은 연대감으로 언제 끊어질지 몰라 눈을 뗄 수 없는 불안함은 은연중에 깔려 있기에 또 다른 세상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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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스즈가 유일하게 '잔멸치 토스트'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상대는 이사 오고 만난 축구부 친구 '후타'였다. 사춘기에는 가족보다 친구라는 말이 있듯이 정말 말하기 힘든 비밀은 오히려 너무 가깝지 않은 상대에게는 툭하고 터놓을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 친구의 조건은 스즈의 출생이 어떠한들 스즈 자체로만 봐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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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편하게 쉴 수 있는 집


이 영화의 장면 중 가장 마음이 편안했던 씬은 스즈가 목욕을 끝내고 와서 창문 앞에서 가리고 있던 수건을 개운하게 펼치는 마지막 장면이다. 아무런 눈치를 보지 않던 해맑은 스즈의 모습이 영화 러닝 중 가장 편안해 보였기에 드디어 '진짜 집'에 온 것만 같았다. 형식상의 언니들이 아닌 진짜 가족으로서 편안하게 장난도 치는 일상적이지만 큰 변화가 관람객을 마음 놓게 해주는 엔딩이었다.


가족에게 부모님의 존재를 숨겨야 하는 벌을 스즈가 대신 받게끔 하지 않는 진짜 언니들이 '집'이라는 공간의 일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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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명도 스즈를 미워하지 않은 언니들을 보며 결핍 속에서도 정말 잘 자랐다고 생각했다. 자신들에게 아버지를 뺏어간 아이가 아닌 지켜줘야 할 동생으로서 진심으로 행복을 바라주는 따뜻한 모습이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말하는 '가족애'가 아닐까.


그리고 네 자매 다 너무 예뻐. 가족 영화에 이런 말은 안 맞겠지만 내도록 눈이 심심하지 않았다.




네 어머니 아버지가 부럽구나. 너 같은 보물을 세상에 남기셨잖니




글 | 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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