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흔드는 굵은 감정이 용광로처럼 올라온다. 나는, 남은 힘을 다 쏟아붓는다. 전진한다. 꿈이 아닌데 두 다리가 겉돈다. 함성이 들린다. 침묵의 함성, 굵은 감정의 함성이 들린다. 용광로를 가만 들여다보면, 쇳물이 흐르는 모양과 빛이 감빛 노을을 닮았다. 나는, 노을이라는 아이를 갖고 싶었다. 내가 사는 모양을 보고 넌더리가 났는지 아이는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다. 노을을 볼 때마다 '너는 어디 있느냐'하고 물었다. 그때마다 노을이는 대답했다.
'당신이 아직 살지 않은 곳, 나를 배경으로 드러나는 저물녘의 윤곽에 있어요'
그때 노을은, 감을 닮았고 움직임은 쇳물을, 눈빛은 영락없는 용광로였다. 노을은 검붉은 어혈을 토해 낼 때가 있다. 그런 노을 앞에 서면 선택을 해야 한다.
지상에 찰싹 달라붙어 인간에 기대고 그 믿을 수 없는 자와 한 몸이 되거나, 그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서 어디 생의 뿌리가 보이는 곳에 혼을 맡기고 육신을 용광로에 던지거나, 어디 한적한 시골에 내려가 어혈을 한 말을 쏟고 노을 진 쪽, 어둠을 응시하며 서성거리거나.
아들은 주저 없이 첫 번째 길로 갈 것이고, 딸은 모든 길을 벗어나 샛길로 갈 것이다. 나는 술김에 두 번째 길로 들어섰다가, 문득 어리석은 시절이 두려워 '용광로의 온도'를 떠올리며 두리번거리다 길을 잃을 것이다.
길을 잃으면 여지없이 있지도 않은 날파리가 윙윙 소리를 내며 밤새 머릿속 어딘가 달라붙어 있을 것이다.
직장동료가 물었다.
"어제 노을은 어땠어요?"
"그건 다시 저녁이 되어봐야 알 것 같아요. 감빛에 맛은 달큼하고 속이 용광로처럼 뜨거운데 가끔 어혈을 토해내서요"
나는 노을이라는 아이를 낳고 싶었다. 감빛 용광로에 뭐든 녹이지만 침묵하는 노을. 자신을 배경으로 지상의 것들이 두드리고 사라지는 노을. 노을아 너는 어디 있느냐.
언제 우리 등을 맞대고 서로의 빛과 그림자를 건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