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에게 물었다 열매는 어디 있냐고.
단풍이 대답했다. 열매는 지금 보이는 것이라고. 당신이 질문한 곳에 숨어 있다고. 벌도 나비도 모여들지 않고 가끔씩 무당벌레나 진딧물이 붙어있는 단풍나무에 불이 붙어 모두 타버렸다. 그렇다면 불꽃인가.
단풍은, 가을에 나서 가을에 살고 가을에 떠난다고 대답했다. 단풍잎 떨어질 때마다 하늘이 보였다. 마을이 보이고 감나무, 아기사과, 대추나무, 뱀껍질도 보였다. 단풍이 소리 없이 떨어지며 문을 연다. 나무 뒤편으로 떠나간 매미의 여름과 봄동산의 아지랑이, 겨울의 상기된 얼굴이 보인다.
그동안 잘 지냈는지 또다시 볼 수 있는 건지.
당신은 훌륭해요. 견디며 살아가시는 것, 붉은빛으로 말하는 것, 열매를 품지 않는 것, 소리 없이 춤추는 것, 마음이 단단하고 옹골찬 것, 비교하지 않는 것, 저물어가는 계절에 가장 눈부신 것.
단풍에게 말해 주었다. 당신은 훌륭하다고.
단풍이 대답했다.
사랑하는 당신 때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