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순간, 부모님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
혹시 “난 절대로 부모님처럼 안 살 거야!” 하고 다짐했지만,
문득 내가 부모님과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적 있으신가요?
예컨대 아이가 말썽을 피울 때 자신도 모르게
부모님이 하시던 말투로 꾸짖고 있다거나,
배우자와 다투는 순간 어린 시절 부모님이 하시던 방식 그대로
소리를 지르는 자신을 보고 깜짝 놀라는 일이 있습니다.
분명 부모님의 그런 모습을 싫어했는데도
'왜 우리는 닮아가는 걸까요?'
심리학은 그 답을
내면부모와 내면아이라는 개념에서 찾습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부모님의 심리가
“내면부모”로 남아 있고,
어린 시절의 내가
“내면아이”로 자리잡고 있어
결과적으로,
지금의 행동과 감정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죠.
내면부모란 말 그대로 내 마음속 부모입니다.
이는 실제 부모님의 행동과 모습이
심리적으로 내면화되어서 형성된 인격 부분을 가리킵니다.
어린 시절 우리가 보고 듣고 배운 부모님의 말투, 태도, 감정 표현 방식 등이
그대로 내면에 새겨져 하나의 ‘부모 같은 나’를 만든 것이죠.
그래서 어릴 적 부모님의 행동을 싫어했더라도,
그 행동 양식을 무의식중에 학습했기 때문에 성인이 된 후 무심코 따라하게 되는 일이 생깁니다.
심리학자 에릭 번(Eric Berne)의
교류분석(Transactional Analysis) 이론에서도
유사한 개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에릭 번은 우리의 인격을
부모 자아(Parent), 성인 자아(Adult), 아동 자아(Child) 세 가지로 나눕니다.
이 중 부모 자아는
“양육자들의 생각과 행동을 동일시하여 형성된 부분입니다.
여전히 우리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부모의 말과 동작”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경험 한 번쯤 해본 적있으실 겁니다.
내가 화를 낼 때 아버지의 엄한 목소리가 튀어나오거나,
스스로를 다그칠 때 어머니의 잔소리 어투가 떠오른다면
바로 그때 내면부모(부모 자아)가 작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내면부모는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따뜻하고 공감적인 말투로 우리를 돌봐주셨다면,
우리 내면부모도 양육적 부모로서
스스로를 토닥이고 타인을 배려하는 목소리로 나타날 것입니다.
반대로 부모님이 비판적이고 완고했다면,
내면부모 역시 비판적 부모의 모습으로 남아
스스로를 지나치게 책망하거나
타인을 엄격히 대하는 경향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내면부모는 부모님의 특징을 빼닮아 있기 때문에,
우리가 부모 세대의 행동을 답습하는 심리적 배경이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보고 들은 대로 따라하게 될까요?
여기에는 '관찰 학습'의 강력한 영향이 있습니다.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의
유명한 보보인형 실험을 떠올려봅시다.
어른이 인형을 두들기는 공격적 행동을 아이들이 지켜본 뒤,
아이들 역시 그대로 인형을 때리며 공격성을 따라 했던 실험입니다.
이 연구는 사람이 보상이나 처벌을 직접 받지 않아도,
다른 이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함으로써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지요.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을 매일 가까이에서 관찰하기 때문에,
부모가 하는 대로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익혀버립니다.
어려서 “왜 저렇게 소리를 질러!” 하며 울던 아이가
성인이 되어 똑같이 소리를 지르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내면아이: 어른이 된 내 안에 남아 있는 어린 나
한편 내면아이는
내 마음속에 자리한 “어린아이 같은 자아”를 말합니다.
이는 내가 어린 시절 부모의 양육 방식에 반응하면서 형성된 감정의 응어리이자
'성격의 한 부분'입니다.
어린 아이였던 나는
부모님의 말과 행동에 울고 웃으며 강렬한 감정 반응들을 경험했습니다.
부모에게 혼나서 두려움과 위축을 느끼고,
칭찬받아 기쁨과 사랑을 느끼고,
방치당해 외로움과 불안을 느꼈던 순간들이 켜켜이 쌓여
내면아이라는 '심리적 인격'으로 응집된 것입니다.
그래서 겉보기엔 어른이어도,
누군가에게 심하게 야단을 맞거나
버림받을 것 같은 상황이 되면
내면아이가 반응을 보입니다.
이를테면 상사에게 혼날 때 이유 없이 눈물이 나거나
(어릴 적 부모에게 혼날 때의 두려운 아이가 얼굴을 내미는 것이죠),
연인에게 서운한 일이 있을 때
과하게 불안해지고 매달리게 되는 경우
(마치 부모의 사랑을 잃을까봐 떨던 불안한 아이가 나타난 것입니다)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감정적 반응 패턴은 어린 시절 형성된 것이기에
성인이 된 지금도 내 안에서 성인 자아가 아닌
아이 자아의 특성을 띠고 표출됩니다.
발달심리학자 장 피아제(Jean Piaget)는
아이들이 세상을 배우는 과정을 관찰하며,
어린 시절의 경험이 평생의 사고방식과 행동의 토대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피아제가 발견한 흥미로운 현상 중 하나가 지연 모방(deferred imitation)인데,
이는 18개월쯤 된 유아가 이전에 본 행동을 나중에 따라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예컨대 어느 날 부모가 화를 내며 문을 꽝 닫는 것을 본 아기가,
며칠 뒤 인형 놀이를 하면서 똑같이 인형을 문 밖으로 내쫓으며
분노를 재현해 보이는 식입니다.
이 지연 모방 능력은
아이의 뇌 속에 부모 행동의 ‘내적 표상’이 자리잡았음을 뜻하며,
시간이 흘러도 그 장면을 기억하고 흉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시 말해 아이는 어릴 적 부모의 행동을 내면에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끄집어내 따라할 정도로,
부모의 영향이 깊숙이 각인된다는 것이죠.
이렇게 마음속에 남은 어린 아이의 기억과 상처가 곧 내면아이입니다.
내면아이는 성인이 된 우리의 마음속에서
여전히 어린 아이처럼 울고 웃으며,
때로는 성숙한 이성보다 순진하고 본능적인 감정으로 우리를 이끌기도 합니다.
누구나 어린 시절을 거쳐 성인이 되기에,
크고 작은 상처를 지닌 어린 나를 마음 한편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죠.
제가 이 글을 쓴 이유는
저또한 사회생활, 인간관계, 자신과의 관계에서
"내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 걸까?"바뀌고 싶은데 반복하게 될 때 답답하고 힘들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내용을 이해하고 나니,
제자리걸음인 것 같던 내 마음 행동 등이
비난의 대상이 아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존중과 이해로 바뀌면서
진정한 자기 통합의 시작점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있는 당신 또한
부모님과 갈등을 겪었던 기억,
혹은 누군가의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았던 순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과거의 영향에 갇혀 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 받았던 상처가 크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 내면부모는 왜곡된 시선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 내면아이는
아픔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행동하며 반응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어른이 된 우리는 그들을 다시 가르치고 달래줄 힘이 있습니다.
부모님께 받지 못한 존중과 사랑을 스스로에게 선물해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면의 부모와 아이가 모두 건강해질 때,
비로소 나는 과거의 반복에서 벗어나 온전한 나로 설 수 있을 것입니다.
(본 내용은 내면부모와 내면아이(저자: 김중호)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