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멍덩한 목사 아들

동성애는 죄라면서요

by 버들

작년 가을 쯤인가, 게이 목사님과 레즈비언 할머님 인터뷰 영상을 한참 편집하고 있을 때 이야기. 면식만 있고 딱히 가깝지는 않은 후배 하나가 연락을 해 왔다. 퀴어 축제를 앞두고 올라온 인터뷰 기사들을 보고서는, 당시 내가 다니던 언론을 기독교 언론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카톡. 대충 요약하면, 성경에 죄라 나온 것(?)을 기독교 신문에서 실어 주면 되겠냐, 그건 옹호가 아니냐는 '따져 물음'이었다.


어디부터 설명해야 하지. 퀴어신학 얘기를 꺼내면 이단 아니냐며 거품을 물 텐데. PCUSA나 메노나이트 이야길 하면 '그건 외국 얘기'라고 할 텐데. 반응이 뻔히 예상되는 걸 보니 나도 이쪽에 도가 튼 건가. 성경이 말 그대로 '무오'하다 생각하는 이 친구에게 무슨 말을 해 줘야 하나 한참을 생각했다. 창세기 1-2장이 묘사하는 창조 순서가 다른 건 알고 있으려나. 4복음서만 봐도 부활 얘기들이 다 다른데, 이런 얘길 하면 이 녀석 신앙이 괜히 흔들리진 않을까 싶어서.

두 번이나 트럭 앞에 뛰어든 한 중년 남성. 대단해.. 리스펙..

그냥 내 얘길 해 줬다. 4복음서가 설명하는 부활 이야기가 이래저래 다른데, 나한테는 부활이라는 게 어떤 상황을 거쳐 일어났든 상관없다고. 성경에 쓰인 4가지 기록 모두 사실이 아니더라도, 예수 부활이 우리 신앙을 지탱하는 큰 부분이라고 믿고 부활 신앙을 살아가면 되는 것 아니겠냐며. 그리고는 그게 아닌 사람들에게 이런 논리가 깨부숴질 때마다 믿음이 흔들리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뭐 이렇게 따지면 내 믿음이 더 강하지. 산도 충분히 옮기겠는데.


그러고선 성경이 동성애를 어떻게 묘사하는가를 놓고 짧은 얘기가 오갔다. 결국 우려한 대로 '동성애에 대한 선배님 입장은 뭐냐'고 묻더라. 성소수자 인터뷰나 반동성애 운동가 관련 기사를 쓰면 항상 달리는 댓글처럼 일종의 사상 검증이었으려나. "너희 언론사는,, 성경을 펭게치고있구나,, 입장을,, 밣혀라,,!" 따위의. 세대는 달라도 목적은 같았으려나. 나와 너, 순교자와 배교자를 가르려는 시도들. 물론 언제나처럼 답은 안 했다.


놀랍게도 토론(?)의 끝은 그 친구가 '응답'을 받아 와서 끝났다. 나타내지 않으신 것은 하나님의 영역이라고 말씀하는 것 같았다나. 그렇게 응답받을 거면 동성애는 어떻게 생각하시냐 물어나 보지. 그러더니 천국 가서 물어보겠다고. 허허. 혹시 천국 가면은 내 자리는 있나 좀 봐 주든지.


재작년, 취재차 퀴어문화축제에 다녀왔다. 4.5km 길이의 퍼레이드도 함께했다. "Homosexuality is sin"이라는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트럭 앞에 뛰어드는 중년의 남성들도 어김없이 마주했다. 반대쪽도 둘러보듯 들렀다. 개독 소리 듣다 지쳤는지, '동성애퀴어문화축제반대국민대회' 측은 기독교색을 지우려 안간힘이었다. 으레 통성기도와 설교로 시작하던 집회는 공연과 강연으로 대체됐다. 물론 이름만 바꾼 설교 비스름한 것들이었지만.


모순적(?)이게도, 퍼레이드는 '은혜'가 넘쳤다. 두 번째 트럭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은 '나는 주의 친구', '예수 사랑하심은', '나 무엇과도 주님을 바꾸지 않으리' 따위의 찬양을 부르며 서울 시내를 휘저었다. 무지개색을 몸에 둘렀다 뿐이지 흡사 수련회의 저녁 찬양 같았다. 그 광경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도, 욕지거리를 내뱉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들은 나름의 예배를 올려드리고 있었다.


교계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쌓여 갈수록, 좌우를 넘어 내가 믿는 하나님과 같은 하나님을 믿는 게 맞나 싶은 사람들을 쉬 마주한다. 수년 전만 해도 뭐라도 아는 듯 누굴 가르치고 그랬는데. 다들 열심히 신앙하는데 난 아직 제자리인 것 같다. 아니, 뒷걸음이 맞으려나. 아빠가 목사라고 천국 자리 예약되는 거 아니잖아. 다들 이렇게 흐리멍덩한 신자가 되는 걸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