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SCALE 이야기를 시작하며
'볕뉘'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작은 틈을 통해 잠시 비치는 햇볕, 혹은 그늘진 곳에 닿는 조그마한 햇살을 뜻하는 우리말입니다. 나무가 우거진 숲 속에서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어 바닥에 떨어지는 그 빛, 바로 볕뉘입니다.
저는 이 단어가 참 좋습니다. 크고 눈부신 빛이 아니라, 틈새로 겨우 들어온 작고 소박한 빛. 그러나 책상 모서리에 살짝 걸린 볕뉘 하나가 하루 종일 그 자리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듯, 작다고 해서 결코 가볍지 않은 빛입니다.
사실 지난 1여 년간, 저는 이런저런 글들을 블로그에 끄적이며 조금씩 생각들을 정리해 왔습니다. 이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건 그 생각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다듬고, 그것을 바탕으로 책을 쓰고, 그리고 남은 인생은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다는 다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조용한 결심이었습니다.
하루 일과 중에 스쳐 지나가는 작은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서, 마치 볕뉘처럼 소소하지만 영감있는 이야기를 여러분께 전해드리려 합니다. 앞으로 매주 1~2편,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글을 올릴 생각입니다.
그래서, SCALE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저는 20년 넘게 금융 현장에서 일해왔습니다. 정책금융기관, 국내 은행, 외국계 은행까지. 수많은 사람들과 협업하고, 조직을 이끌고, 의사결정을 반복해오는 과정에서 한 가지 질문이 점점 선명해졌습니다.
"왜 어떤 사람은 같은 상황에서도 성장하고, 어떤 사람은 제자리를 맴도는가?"
이 질문은 결국 저를 다시 공부하는 사람으로 이끌었습니다. 현장의 경험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고, 그 갈증이 저를 동기부여(motivation)라는 분야 앞에 세웠습니다. MBA에 이어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비로소 제 나름으로 그 답의 윤곽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단순한 의지나 열정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세상을 보다 선명하게 바라보며, 익숙한 관점을 기꺼이 비틀고, 두려움 앞에서도 작은 도약을 선택하고, 그 모든 과정을 혼자가 아닌 관계 속에서 완성해가는 능력이었습니다. 그 발견이 저를 행동경제학, 심리학, 인지과학의 세계로 더 깊이 이끌었고, 긴 여정 끝에 발견한 하나의 큰 그림을 다섯 글자로 정리했습니다.
S · C · A · L · E
이것은 단순한 자기계발 공식이 아닙니다.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우리가 왜 그토록 변화를 원하면서도 변하지 못하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파헤치는 이야기입니다.
S — System: 내 마음의 작동 원리를 알다
우리는 스스로를 꽤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뇌과학과 인지심리학이 밝혀낸 진실은 충격적입니다. 우리의 판단과 결정 대부분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내 의지가 아니라 내 뇌의 구조가 나를 움직이고 있다면? 먼저 그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에서 모든 변화는 시작됩니다.
C — Clarity: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다
우리는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대로 봅니다. 확증 편향, 가용성 휴리스틱, 프레이밍 효과... 수십 가지의 인지적 왜곡이 매 순간 우리의 시야를 흐립니다. Clarity는 그 안개를 걷어내고, 과학과 수학적 사고를 통해 세상을 보다 선명하게 바라보는 훈련입니다. 선명한 눈을 가진 사람만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A — Angle: 관점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같은 사건도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됩니다. 실패가 성장의 데이터가 되고, 위기가 전환점이 되는 것은 운이 아니라 관점의 차이입니다. Angle은 단순한 긍정적 사고가 아닙니다. 심리학이 증명한 '관점 전환'의 메커니즘을 통해, 삶을 해석하는 새로운 렌즈를 장착하는 일입니다.
L — Leap: 알면서도 못 하는 것을 넘어서다
알고 있습니다. 운동해야 한다는 것, 미루지 말아야 한다는 것, 변해야 한다는 것. 그런데 왜 우리는 알면서도 하지 못할까요? Leap은 지식과 행동 사이의 그 거대한 틈, 즉 '관성'을 극복하는 이야기입니다. 작은 도약 하나가 어떻게 삶의 궤적을 완전히 바꾸는지, 그 비밀을 함께 파헤쳐 보려 합니다.
E — Ensemble: 혼자가 아닌, 함께 성장하다
SCALE의 마지막 여정은 결국 '연결'에 닿습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저는 오랜 탐구 끝에 하나의 확신에 이르렀습니다. 진정한 성장은 나 혼자의 변화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내가 성장할수록 주변이 함께 성장하고, 주변이 성장할수록 나 역시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가족, 조직, 사회 — 이 모든 앙상블 속에서 나는 어떤 악기가 될 것인가. 자기계발의 진짜 완성은 내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내 성장이 주변으로 번져나가 함께 더 나은 음악을 만들어가는 순간에 있습니다.
볕뉘처럼 다가가겠습니다
SCALE은 완성된 답이 아닙니다. 저 스스로도 여전히 걷고 있는 길입니다. 다만 이 길 위에서 발견한 것들을, 어렵지 않게, 그러나 깊이 있게, 볕뉘처럼 스며드는 언어로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매주 한두 편씩, 천천히 쌓아가겠습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하루,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작은 빛 하나가 당신의 생각 어딘가에 따뜻하게 남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구공장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