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영어 무엇이 문제인가?

연계 교재와 변형 문제

고등학교 영어 시험문제는 어렵다기 보다 대체로 "더럽다"고 표현하고 싶은데, 지문이, 교재가, 공부 방법이 그렇다. 내신, 모의고사, 수능 할 것 없이, 여러 가지 원인으로.


유아 ~ 초등 ~ 중학생 부모님들께는 아직 닥치지 않은 일이니 정확히 알기 어렵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조금씩 상황 파악은 되지만, 대학은 보내야 하니 불평할 시간도 없다.


영어교육. 이상하고 부끄러운 게 참 많다.


<연계?>


“매년” EBS 교재란 게 출간된다. 그냥 문제집에 가까운데, 정확히는 “연계” 대상 교재를 말한다. 수능 영어 문제에 교재의 지문, 소재, 유형이 활용된다는 그 교재.


EBS 교재라고 하니 1권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고3 1년 동안 봐야 하는 연계 교재만 일단 4종류다.


<무슨 내용인지? 어떻게 가르치는지 본 적 있나?>


시험 영어니 뻔하다. 기형적인 구조의 10줄 조금 넘는 영어 지문. 네모 박스 안에 갇힌 빽빽한 단어의 밀도. 학력고사, 토익, 텝스 뭐 다 그랬다.


한국 시험 영어 원래 어려운데 이제 와 호들갑스럽게 미쿡 사람, 영쿡 사람, 영문과 교수 인터뷰까지 할 필요는 없다. 그냥 시험이니 고도로 훈련된 한국 학생들은 풀어낸다. 원어민이 못 풀어도 한국인은 푼다.


아무튼 시간을 두고 천천히 교재를 읽어 보면, 해석을 봐도 이해가 잘 안되는 지문, 이해는 잘 안 되지만 답만 그래도 알 수 있는 문제가 많이 보인다. 책을 매년 출간하니 단기간에 만들어야 하고, 또 수능 유형에 맞추어 만들어야 하는 문제도 있겠다.


이제 입시 영어 학원의 역할은 지문을 딱딱 끊어 읽기 좋게 슬래시를 쳐 주고, 해석을 옆에 딱 써서 해설서와 답지를 넘겨 보지 않아도 되게, 지문을 척 보면 내용이 떠오르게 만드는 프린트를 만들어 주는 것이 되었다.

학생들은 일단 이걸 눈에 바르는 것이 기본이다. 내용이 이상하건 말건 이제 이 지문에서 뭔가가 시작된다.


<변형 문제? 이상한 걸 또 만든다>


고등학교 중간, 기말시험에서도, 이 EBS 교재의 지문을 쓰지만, 다른 유형으로 바뀐 문제가 출제된다. (아닌 학교는 연락 한 번 주세요.)


원래 글쓴이의 의도를 묻는 영어 지문과 문제인데, 문장 1개를 틀리게 바꿔놓고 문법 문제로 출제한다든지, 빈칸을 뚫어 놓고 들어갈 단어를 찾게 한다든지.


그런데 원래 지문과 문제 유형은 밀접하게 설계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나? 글의 주제를 묻는 문제라면 세부 내용은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고, 논리적인 전개가 중요한 글이면, 문단 순서를 묻는 문제로 출제한다든지. 처음 교재를 만들 때는 그래도 그런 거를 신경 쓰면서 만들었겠다.


하지만 책이 출간되면 지문 하나 가져와서 어떻게 “변형”해서 출제해 볼까 하는 선생님들의 고민이, 또 어떻게 꼬여서 출제될까 하는 학생들의 고민이 교실에 가득하다.


다 ‘어거지다.’


<결국 출제자들은 난이도를 알 수 없다>


출제자들은 아이들의 체감 난이도를 알 방법이 없다. 아무리 어려운 지문이라도 일단은 연계 교재에 기본 지문이 공개되어 있다. 수험생들은 내용을 알고 있으니, 1차적으로 주도권은 있다.


출제자들은 자신들이 봐도 어렵지만, 학생들은 내용을 알고 있는 지문으로 문제를 만들어야 하니, 아무튼 문제를 만들어 일부 학생은 틀리게 해야 하니 문제가 자꾸 산으로 가면서 그 이상함은 점점 뚱뚱해진다. 연계 교재에 없는 지문과 문제를 새로 만드는 것에도 혼선은 당연히 생긴다.


<모의고사에서 유사 ‘어거지’ 발생!>


내신의 경우에는 제2의 EBS 교재 같은 “모의고사” 지문도 있다. 이거도 참 희한한 풍경인데, 고 1, 2, 3 모두 전국단위 모의고사를 보고 나면, 또 이 시험 지문이 학교 내신의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 범위가 된다.


제3의 교과서다. (이거도 안 그렇게 하는 학교 진짜 있으면 꼭 연락 주세요). 앞서 말한 끊어 읽기 슬래시, 한국어 해석이 있고, 변형 문제로 만들어진 그런 프린트들이 또 돌아다닌다.



EBS 교재의 지문을 그대로 쓴다는데 뭐, 좋은 영어책으로, 넷플릭스로 공부하는 여유를 부리기는 참 어렵다. 자칫 영어 머리가 트이고 진짜 영어를 잘하게 돼서, 수능 영어 문제를 푸는데 지장이 생기면 안 되니까.


영어교육. 이상하고 부끄러운 게 참 많다.


* 어거지의 표준어는 ‘억지’입니다.



Dr. James 엄태경

교육학 석사 / 언어정보학 박사

한국미래교육경영원 대표

“기술보다 사람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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