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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히 Jul 31. 2024

운명적 사랑에 대한 고찰, 책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읽는 내내 환상과 현실 사이를 왔다 갔다, 깊이 몰입했다가 또 정신차리다가를 반복한 책이 있다. 바로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이다. 단 사흘이라는 시간 동안 영화 같은 사랑의 이야기를 보여준 이들은 로버트 킨케이드와 프란체스카이다. 킨케이드는 아름다운 곳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사진기사, 프란체스카는 남편을 따라 시골에 가정을 꾸리고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시골 마을에 사진을 찍으러 온 킨케이드는 우연하게도 집을 비워 혼자 있는 프란체스카를 만나게 된다. 한 다리의 위치를 물어보기 위해 그녀의 집 앞에 차를 세워 몇 마디를 나눴는데, 이 찰나의 순간에 마주친 이들은 서로를 운명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깊이 잠재워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본능 즉 사랑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당신 안에는 길이 있어요. 아니 그 이상이죠. 뭐라 설명할 수가 없지만 당신은 어쨌든 길 자체에요. 환상과 현실이 만나면서 마치 이어지지 못한 틈, 바로 당신은 거기에 있어요. 거기 길 위에. 그 길은 당신 자신이에요 p.165


이들이 서로를 운명이라고 여기는 이유들에 눈길이 갔다. 프란체스카는 본래 이탈리아에 살았는데 결혼으로 시골에 내려오게 되었다. 그녀는 낭만을 좇았지만 낭만이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편안한 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자유로운 한 남자 킨케이드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녀에게 그는 자신이 강렬하게 원했던 어떤 허기를 채워주는 존재였을 것이다.


킨케이드에게 그녀 역시 그가 바래온 사람이었다. 세상을 자유롭게 떠다니며 사진을 찍는 그의 삶에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 모습에, 단단하게 굳지 않고 부드럽고 유연한 사고 회로를 가진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갔다. 그가 살아오는 동안 성립된 가치관에 부합한 사람이었을 것이며 그가 갖지 못했던 바래오던 모습을 가진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서로를 운명이라 느꼈나보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려오고 바래온 사람이었던 것이다. 짧은 몇 마디와 길지 않는 시간 안에 서로를 운명이라 생각할 수 있을까? 어떤 해석과 설명, 추측으로도 사랑이라고 느끼는 그 찰나를 설명하기엔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사랑은 기적이라고 여기는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해본다. 그게 사랑과 운명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마땅한 이유인 것 같다.


나도 당신을 원하고, 당신과 함께 있고 싶고, 당신의 일부분이 되고 싶어요. 하지만, 책임감이라는 현실로부터 내 자신을 찢어 내 버릴 수가 없어요. p.167


짧은 4일이 지나고 이들은 사랑을 마무리 했다. 서로를 영원이라고 여겼지만 다시 자신의 삶의 테두리로 돌아간다. 각자의 삶을 지키는 책임감들을 저버릴 수 없다는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테두리를 지켰으니 이들의 사랑이 절제 있다고 여겨야 할까? 아니면 마음과 몸이 각기 다른 곳에 있는 이들을 질타해야할까?


이들의 상황이 우리가 통상적으로 일컫는 불륜인데 이들의 대화와 몸짓에 느껴지는 깊이에 사랑이 대체 무엇이길래, 라는 질문을 띄우게 만든다. 모든 걸 덮어두고 돌풍에 맞서 싸우게 만드는 원초적인 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책을 읽는 잠시 만큼은 이들의 마음에 깊이 들어가 보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들의 마음에 안타깝다가도, 아름답게 포장한 듯한 잘못된 만남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했다. 운명적 사랑이란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인간이 가진 원초적 감정인 사랑에 대해 함께 이야기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물음표와 느낌표의 연속인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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