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년째, 가벼운 호기심으로 시작한 중국어 공부.
어느덧 일상의 단단한 한 축이 되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아침 8시, 나는 20분간 전화기 너머 선생님과 중국어로 공부한다.
초기엔 한국어가 가능한 조선족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지금 선생님은 한족으로 한국어를 전혀 모른다.
그래서 어떤 날은 수업 내용의 절반 이상 못 알아들을 때도 있다.
본토 중국어는 왜 그리 빠른지...,
그래도 나는 상관 않고 수업을 듣는다.
언젠 가는 좋아지겠지?라고 막연히 믿으며...,
수업 시간에 맞추려다 보니 자연스레 출근은 언제나 8시 이전이다.
수업을 제끼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은 날들도 많다.
그래도 억지로라도 수업을 마친다.
기분 좋은 뿌듯함이 나를 채운다.
왜 굳이 중국어를?
특별한 이유는 없다.
영어 외에 제2외국어 하나쯤은 유창하게 구사하고 싶다는 사치(?)와 나중에 중국에 유학(?) 가서 공부도 하고 중국 대륙을 마음껏 여행하고 막연한 꿈 정도.
중국어는 간자체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그 뿌리는 결국 한자다.
만년필로 흰 백의 종이 위에 한자를 써 내려간다.
무언가를 창조하는 듯한 희열이 전해온다. 그래서 난 중국어 공부가 좋다.
돌이켜보면 중고등학교 시절 한문 시간도 꽤 즐겼던 것 같다.
'혹시 내가 전생에 조선시대의 유명한 학자였나?' 이런 착각도 종종 한다.
요 근래 당연스레 받아들이던 것들에서 몇 가지 궁금한 것이 생겼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한자들..., 제대로 알고 쓰는 걸까?
학창 시절 한문 선생님이 부수(部首)를 강조하셨던 기억이 난다.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태생과 의미를 품고 있는 한자들이 있다.
攵(칠 복)과 夂(뒤져올 치), 礻(보일시 변)과 衤(옷의 변) 등.
어떤 글자들은 획 하나 차이로 운명이 갈린다.
실사(糸) 변.
이 글자는 몇 획이지?
허공에 실사를 쓰며 획수를 헤아렸다.
헷갈렸다. 8획인가? 아닌가?
한자사전을 펼쳤다.
6획.
'아, 내가 그동안 실사변의 획순도 제대로 모르면서 이 글을 썼구나.'
나는 서예를 2년 정도 배웠다. 민망했다.
직장생활에서 자연스레 은퇴할 즈음이면 중국으로 긴 여행, 좋게 말하면 유학(?)을 꿈꾼다.
진나라의 서안, 고사 속의 명소들, 그리고 초한지, 삼국지 영웅들의 함성이 들려오는 그 역사의 현장들.
낯선 땅 바로 그곳에서 중국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나.
상상만으로도 신나는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