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하다!

by 명연재

기상 시간까지 한 10분쯤 남았을까.


28년을 한결같이 이어온 생체 시계는 어김없이 작동했다.


그즈음 아랫배에서 묵직하고 그윽한(?) 압력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잠결이었지만 야릇한 장난기가 발동했다.


누구도 모르게 피식 흘려보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정성껏 똥꼬에 힘을 모으고 괄약근을 조였다.


압력이 최고조에 달했다.


나는 온 힘과 정성을 다해 핵 방귀를 만들고 터트렸다.


“푸아아아앙~~ 팡!”


그야말로 대포 소리에 비견될 만한,

이불이 들썩일 정도의 완벽한 성공이었다.


경험상 이런 굉음을 동반한 방귀는 소리만 요란할 뿐 냄새는 거의 없다.


내심 계획대로 실행된 핵폭탄에 쾌재를 부르려던 찰나,


옆에 누워 곤히 자던 아내가 신경질적으로 이불을 홱 걷어찼다.


28년의 세월 동안 내 생리적 습관에 동기화된 사람이다.


아마 반쯤 잠에서 깨어 있었을 터였다.


아내는 나를 쏘아보며 일갈했다.


“무례하다!”


무례라!?


뭐지?


이런 고상하면서도 옛스럽기 그지없는 충격적인 단어는.


'TV 사극에서 주인이 노비를 꾸짖는 장면에서 나올 법한 말이잖아.'


하지만 곧바로 28년을 함께 산 직감 훅 들어왔다.


이내 나는 바짝 쫄았다.


'혹시 이 분, 지금 진심으로 화난 건가?'


나름 눈치를 살피려는데, 아내는 반대편으로 등을 휙 돌려 누우며 한마디를 툭 던졌다.


“정말 사람이 무례하기 그지없네. 등 가려우니까 좀 긁어 봐.”


내 죄는 명백했다.


아내의 지시에 맞춰 가렵다는 곳들을 찾아서 정성껏 긁어 주었다.


'이로써 내 무례함의 대가는 어느 정도 퉁 친 셈이겠지?'


이후 평소와 다름없는 분주한 출근 준비가 이어졌다.


머리를 감고 옷을 챙겨 입고 아침 식사를 마치고 현관문을 나섰다.


핵 방귀 사건을 잊은 건지, 아니면 눈감아준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쨌거나 아내는 현관문 틈으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며 말했다.


“잘 다녀와.”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