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제품'의 함정: Teams와 Slack의 사례

좋은 제품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라는 착각

by 도락구

PM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에 빠진다.


"정말 끝내주는 제품을 만들면, 사용자들은 알아서 찾아올 것이다."


우리 제품의 UX가 경쟁사보다 월등하고, 기능적으로도 훨씬 뛰어나다면 시장은 당연히 우리 편이라고 믿고 싶어진다. 과연 그럴까? 이런 생각의 가장 완벽한 반례 중 하나가 바로 MS Teams와 Slack의 사례이다.


오늘은 이 MS Teams와 Slack의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이 부분을 살펴보자.



1. 오피스 협업 툴의 탄생

어느 정도의 규모가 있는 기업이라면, 회사 내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협업 툴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 학생이라 어떤 툴인지 이해가 어렵다면, 업무용 카카오톡을 생각하면 쉽다. 다만 지인 간의 대화를 기반으로 하는 카카오톡과 다르게, 회사에서는 굉장히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컨텍스트가 분산되어 있다 보니 회사 업무에 맞게 특화시킨 카카오톡으로 생각하자. (최근에는 discord가 이와 가장 비슷한 느낌이다)


이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보이는 두 제품이 있는데, 바로 Slack과 MS Teams이다.


당시 회사들에서 다른 팀 사람들과 소통할 때는 이메일을 중심으로 소통했고, 보조적인 수단으로 MSN메신저(카카오톡에 가깝다)와 같은 툴들이 사용되었다.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곳은 자체적인 인트라넷을 구축해 활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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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N과 같은 대화형 채널이 있다고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공식 커뮤니케이션은 이메일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보조 수단에 가까웠으며 이 곳에서 '공식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는 모습은 아니었다. 예컨대 MSN으로 대화는 하지만, '결국' 공식 업무 요청은 이메일이나 공문을 발송하는 식이었다. 다른 회사 사람이 아니라 같은 회사 사람들끼리도.



슬랙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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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ack(슬랙)은 2013년 등장한 이 시장의 게임 체인저였다.


직관적인 채널 기반 인터페이스, 강력한 검색 기능, 수많은 서드파티 앱과의 유연한 연동은 기존의 투박한 그룹웨어나 이메일 중심의 업무 방식을 빠르게 대체해 나갔다. 특히 개발자 커뮤니티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차세대 협업 툴'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당시 슬랙의 UX와 제품 완성도는 많은 PM들에게 경외감마저 느끼게 했다. "제품이란 이렇게 만들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윽고 슬랙은 '좋은 제품'이라는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며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필수 툴로 취급되었다. 스타트업들에게는 슬랙 사용이 업계 표준처럼 인지될 정도이니 말 다했다.


(여담으로 슬랙은 원래 게임 개발사가 자기들끼리 쓰는 인하우스 메신저 툴로 만들던 제품이었다. 쓰다 보니 외부에 팔아도 되겠는데? 싶을 정도로 좋다고 판단하였는지, 원래 하던 게임 개발을 접고 협업툴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MS Teams

마이크로소프트의 주력 상품군 중 하나는 오피스이다. 엑셀, 파워포인트, 워드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오피스 라인업을 제공하고 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피스 커뮤니케이션 툴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게 글의 서두에서 설명한 MSN 메신저이다.


당시 MS에게 Slack이 오피스 협업 툴 시장에서 빠르게 시장을 점유해나가고 있던 상황은 나름의 경각심을 주었을 것이다. 이에 2016년 MS는 80억 달러에 Slack의 인수를 시도하지만, Slack이 거절하여 결국 자체 협업 툴을 개발하기로 결정한다. 이에 2017년 Slack을 겨냥하여 빠르게 경쟁 앱을 출시한 것이 바로 MS Team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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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ack과 MS Teams는 협업 툴이라는 새로운 업무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만들었고, 기존 이메일 중심으로 소통되던 사내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빠르게 대체해나갔다. 이제는 스타트업 뿐 아닌, 이름 있는 대기업 혹은 글로벌 기업들 역시 Slack이나 Teams를 메인 협업 툴로 선택하고 있다.







2. Slack은 더 '사랑받는 제품'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다면 Slack과 Teams가 제공하는 기능은 크게 다르지 않다.


채널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자유로운 파일의 공유, 동료 태그, 히스토리 보관, 강력한 api 연동 등. 필자 역시 두 제품을 모두 사용해보았지만 소소한 사용성을 제외한 기능적인 차원에서 Slack과 Teams의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Slack은 '확실히' 더 사랑받는다.(필자도 여기에 동의한다.) Slack은 제품에 대한 강력한 팬덤을 지니고 있다. 당장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을 해보아도 '슬랙을 잘 쓰는 법'에 대해서는 수많은 사용자 커뮤니티에서 이것이 연구 및 공유되지만, MS Teams에 이런 팬덤은 찾아보기 어렵다. 되려 Teams를 욕하는 사용자 의견들이 더 많이 보일 정도이다.






3. 하지만 시장의 승자는 MS Teams

다음은 Slack과 Teams의 DAU(일간 활성 사용자) 차이이다.

tempImageOgf0G0.heic 이미지 출처: https://www.communicationsquare.com


보자마자 느끼겠지만, 후발 주자인 Teams는 Slack과 격차를 벌린 것을 모자라 10배가 넘는 시장 점유율 차이를 기록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가? Slack은 Teams보다 먼저 제품을 출시했을 뿐더러, 일반적으로 제품의 사용성 역시 훨씬 더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답은 Slack과 Teams의 판매 전략의 차이이다.


Slack은 전형적인 B2B SaaS의 가격 정책을 따른다. 일정 금액을 회사 내 Slack의 사용자 수만큼 매월 과금하는 정책이다. 예컨대 한 달에 약 5천 원의 구독료가, 회사에서 100명이 사용하려면 월 5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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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MS Teams는 MS Office(현재의 Microsoft 365)를 구매하는 기업이라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쉽게 말해 엑셀, 워드, 파워포인트 등을 사용하는 회사라면 Team 역시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끔 추가 번들로 제공한 것이다.


알다시피 MS는 오피스 툴 시장의 절대 강자이다. 정말 영세한 스타트업이 아니라면 MS Office를 사용하지 않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고, 이들은 이미 매월 많은 비용을 들여 MS Office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사내 협업 툴을 도입하려는 회사의 경영진 입장으로 감정이입해보자. 둘 중 어느 제품을 도입할 것인가? slack의 사용성이 조금 더 낫다는 일부의 의견이 있지만, teams가 기능적으로 이를 대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기업 활동에 필요한 모든 요구사항들은 teams도 기능적으로 충족하고 있다. 그러나 Slack은 유저 당 과금이므로 매월(혹은 매년)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하지만, teams는 MS Office를 구매하고 있으므로 사실상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내 협업 툴을 신규 도입(또는 대체)하려는 기업들이 무료인 teams를 선택하는 것은 보기에 자연스럽고, 이미 MS Office를 꾸준히 구독하고 있던 전통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 장악해나가기 시작했다. Slack은 소규모 스타트업이나 IT업계 중심으로 자리잡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가장 큰 시장'인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세일즈에는 패배한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결과로 위에서 언급했듯 10배가 넘는 점유율 차이를 기록했다.








4. MS Teams는 왜 승리했을까?

MS Teams가 승리한 가장 큰 이유는 기존에 MS Office를 사용하던 기업들에게 사실상 무료로 teams 제품을 제공한 전략에 있었을 것이다.


이를 단순히, 무료로 푸니까 당연히 이기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MS가 무료로 풀 수 있었던 것은 MS는 MS Office라는 강력한 유통 채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며, 이에 반해 Slack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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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ack의 제품은 '확실히' 더 좋다. (개발 조직을 중심으로)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강력한 api 통합 및 automation 기능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코로나 시기에는 발빠르게 '허들'이라는 강력한 인스턴트 음성챗 기능도 도입하는 등 '사랑받는' 기능들을 많이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주니어 PM들은(혹은 성장한 PM들도) 제품을 '잘' 만들면 나머지 모든 문제들이 알아서 해결될 것이라 기대하곤 한다. 이른바 제품만능설과 같은 것인데, 잘 만들어진 제품은 좋은 평판과 입소문을 통해 '알아서 성장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품의 품질만큼이나, 혹은 어쩌면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비즈니스 환경 및 이에 맞춘 전략이다. Slack이 Teams보다 제품이 더 좋다는 것은 제품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겠지만, '비즈니스 업계'에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Teams를 두고, Slack을 추가 구매해야 하는 니즈를 선뜻 찾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더 좋은 제품'이 꼭 '더 나은 결과'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Slack 입장에서는 MS와의 인수 협상이 결렬되고, MS의 시장 진출이 공식적으로 예고되었을 때 빠르게 시장 전략을 수정해야 했을 것이다. 결국 Slack은 IT회사 및 소규모 스타트업을 제외한 큰 엔터프라이즈 마켓(이른바 큰 기업)에서의 점유율을 상당부분 MS Teams에 넘겨주어야 했다. Slack은 이러한 시장 구도에서의 더 이상의 자체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2020년 기업 CRM 툴에서 강력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던 Salesforce로 인수되어, Saleforce와의 강력한 통합 정책을 통한 시장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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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오해하지 말 것: 좋은 제품은 여전히 중요

그렇다면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비즈니스가 더 중요하다는 것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MS는 확고한 유통 채널을 가지고 있으니 나쁜 제품이 있어도 다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는가?


그 유명한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사레를 보자. MS는 윈도우를 설치하는 모든 컴퓨터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기본 탑재했다. 이를 통해 경쟁자였던 넷스케이프 브라우저를 시장에서 몰아내는데 성공했지만(이 때문에 독점적 유통 채널을 어뷰징한 반독점법으로 기소되기도 하였다), 결국 훨씬 더 성능이 좋은 크롬 브라우저가 나오면서 빠르게 시장에서 퇴출되었고 현재는 크롬 계열 브라우저가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였다. 이는 유통 채널을 장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패배한, 어떻게 보면 Slack과 Teams와는 완벽히 대비되는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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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아무리 압도적인 유통 전략, 거대한 자본을 통한 마케팅 활동이 있더라도 제품이 좋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부득이 강제로라도 사용해야 하는 특수 상황이 아니라면, 어렵게 획득한 고객들은 제품에 대한 악담을 내놓으며 금방 이탈하고 경쟁/대안 제품을 탐색한다.


그러나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전략이다. 경쟁 제품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이들의 시장 지배력은 어떠한가? 그 회사들의 재무 상태는 어떠한가? 우리 제품이 경쟁 제품을 압도할 정도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가? 경쟁 제품이 우리 제품을 얼마나 빠르게 따라올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Slack은 분명 제품이 더 좋았지만, 이것이 경쟁 제품인 Teams를 차별화될 정도로 압도하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기업들은 '굳이 (사실상)무료인 teams를 두고 slack을 비싸게 구매해야 하는가?'에 대한 선택지로 빠뜨리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는 teams가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만약 Slack이 엔터프라이즈 시장의 우선순위를 의도적으로 내린 것이 아니라면, 이 시장을 대상으로는 제품을 잘 만드는 것 뿐 아니라 다른 시장 전략을 세워야 했을 것이다.


disclaimer: 그렇다고 Slack이 비즈니스를 못했다고 단정해서는 안된다. 여전히 이들은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있고, 스타트업과 IT회사들을 중심으로 탄탄한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다. 특히 Salseforce로의 인수합병을 통해, 통합 비즈니스 툴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협업 툴에서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MS Teams에게 넘겨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경쟁에서 패배한 것인지 아니면 Slack이 의도적으로 이 시장의 우선순위를 낮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MS가 MS Office 사용 기업들에게 teams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했을 때, 현실적으로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해 의도적으로 IT회사/소규모 기업들을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조정했을 수도 있다.





흔히 실리콘밸리식의 제품 신화들을 다룬 책이나 아티클에서는 본인들이 얼마나 뛰어난 제품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이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중점으로 서술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 비즈니스 조직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한다. 물론 좋은 제품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그 제품을 시장에서 팔아 '돈을 벌어오는' 조직은 비즈니스 조직이다.


제품을 만드는 PM이라면 '사용성이 더 좋은 제품'만 만드는 데에 집중해서는 안 된다. 제품에 대해 개발 조직과만 소통하는 것이 아닌, 이 제품을 시장에 판매해서 결국 '돈을 벌어주는' 조직인 영업, 마케팅, 전략, 재무 등과 같은 비즈니스 조직과 끊임없이 대화하여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제품에 녹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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