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과 가설-연역법

그는 자신이 '좌표 찍기' 대상이 된 사실을 어떻게 알아냈나?

by 박승룡

12.3 내란에서 4.4 윤석열 파면까지의 과정에서 “참 괜찮다”라고 느낀 사람이 홍장원 전 국정원 제1차장이다. 홍 전 차장을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은 페이스북에서 나의 페친인 그의 고등학교 친구들이 이른바 그의 ‘항명’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것을 봤을 때부터였다. 그 엄중한 시국에 아무리 고등학교 친구들이라 해도 그렇게 실드 쳐주기는 쉽지 않다.

이후 국회와 헌법재판소 증언, 방송 인터뷰를 찾아봤다. "저 대통령 좋아했다. 시키는 거 다 하고 싶었지만 정치인 체포 명단 보고 이건 안 된다고 느꼈다"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보수주의자의 면모가 보였다. "비상계엄이 국민과 국가를 위협하는 부당한 결정이었다"라고 지적하면서, 법적 절차와 원칙을 들어 차분히 설명하는 것을 보고 “내공이 상당하구나”란 생각도 했다.

금요일 아침 CBS 김현정의 뉴스쇼 내용도 찾아봤다. 몇 가지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었다. 윤석열의 ‘충성심 우선론’에 대해 “충성심은 무조건적 복종이 아니라 상관과 부하의 ‘상호 신뢰’와 책임감 위에서만 가능하다”라고 답해 충성심에 대한 건전한 철학을 보여줬다. “무술 잘하냐”는 질문에 “잘한다”면서도 “이제 환갑이 지나 블랙 요원이 그레이 요원이 됐다”라고 유머 감각도 뽐냈다.


균형 잡힌 보수 성향에 밝고 유머러스한 면모 뽐내


그러나 금요일 인터뷰에서 브런치에 ‘Sherlockian Way of Thinking’이란 제목의 글 연재를 계획하고 있는 내 눈에 가장 띄는 대목은 ‘좌표 찍기’ 관련 부분이었다. 그 설명 과정이 내가 칼럼에서 제시한 ‘가설-연역법(假說演繹法, Hypothetico-Deductive Method)’의 전형적인 사례였기 때문이다.

먼저, 홍 전 차장은 “대통령께서 헌재에서 ‘모든 것은 홍장원의 공작’이라고 제 앞에서 말씀했다”면서 “시간이 지나서 보니까 이게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가기 위한) ‘좌표 찍기’였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근거를 몇 가지 쭉 나열한다.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그의 추론 과정을 단계적으로 살펴보면, 그는 먼저 “대통령이 왜 모든 것이 홍장원의 프레임’이라고 말씀을 하시나? 혹시 ‘좌표 찍기’ 아닐까?”하는 가설을 세웠을 것이다.

이어 자신의 가설이 사실이면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예측했을 것이다. 그것들은 다른 사례에서도 우리가 익히 봐온 권위 있어 보이는 인사의 부인(否認) 혹은 주장, 이를 이용한 어용 시민단체의 고발과 이를 근거로 한 검찰 수사, 언론의 의혹 제기, 유튜브와 찌라시의 의혹 확대 재생산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다.


가설-예측-관찰 통한 가설 검증 거치는 '가설-연역법'


그리고 ‘좌표 찍기’ 이후 관찰한 일들이 예측과 일치하면 그 가설의 개연성은 높아져 ‘사실’로서의 지위를 획득한다. 실제, 홍 전 차장이 나열한 일들은 다음과 같고, 이는 예상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지난해 12월 6일 국회 정보위원장실에서 간담 후 그 자리에 있던 국정원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통령이 체포 지시하지 않았다,” “홍 차장으로부터 보고 받은 바 없다,” “홍 차장을 정치 중립 의무 위반으로 경질 인사재청 했다”라고 발표한 것

▲그다음 날 어느 시민단체가 자신을 고발하고, 또 그다음 날 검찰이 그 고발 혐의 피의자로 소환 통보한 것

▲두 번째 헌법재판 증언 과정에서 대통령이 “전화할 때 들어보니 홍 차장이 술 마신 것 같더라”라고 얘기한 것

▲국회 대정부 질문 때 여당 국회의원들이 법무부 장관 대행에게 왜 홍장원 검찰 조사 안 하냐 질의한 것

▲국정원장이 국정원법을 위반하면서까지 CCTV를 공개하며 “홍장원이 국민을 속였다”라고 얘기하고 “조사해 보니 메모가 네 종류더라”라고 주장한 것

▲우리나라 최대 판매부수를 자랑하는 메이저 언론이 (자신의 신뢰성 흔들기에) 참전한 것

▲돈벌이 유튜버와 찌라시들이 국정원 아니면 모를 내용으로 배설물 같은 내용을 배출한 것

이처럼 과학적 추론 방법은 일상에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가설-연역법과 또 다른 과학적 추론방법을 셜록 홈즈와 함께 배우고 싶다면, 일요일 오전 10시 브런치에 게시될 예정인 'Sherlockian Way of Thinking'을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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