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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용 Jul 17. 2021

철과 예술의 도시 걷기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한 걸음

게릴라 가드닝. 도시의 버려진 땅에 정원을 가꾸는 활동을 말한다. 게릴라처럼 몰래 방치된 공공지, 사유지 등에 정원, 텃밭을 꾸미는 것이다.


유럽, 미국, 우리나라 등의 수십 개국에서 실제로 게릴라 가드닝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름은 조금 공격적이지만 활동가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귀여울 따름이다. 먼저 공격할 공터를 정하고 냅다 뛰어가 식물을 심는 모습이라니.


작고 귀여운 사회운동이지만 도시를 변화시키는 소소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다. 게릴라 가드닝은 방치된 공터에 불법쓰레기 투기 행위를 막는다. 방치된 공터에 꽃밭이나 텃밭이 있으면 쓰레기를 버리기 망설이거나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작은 움직임이 도시를 바꾼다. 문래창작촌이 그렇다. 문래동은 본래 철공소가 모인 금속공장지구였다. 한때 도시의 철강산업을 주도할 정도로 번영했다고 한다. 하지만 IMF사태 이후 공장들이 문을 닫거나 타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빽빽이 들어섰던 철공소 골목도 하나둘씩 빈 공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때마침 저렴한 임대공간을 찾던 예술가들이 이곳에 찾아와 빈틈을 메웠고 문래동은 철과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이 됐다. 시작은 사소했을 것이다. 철공소의 닫힌 철문에 한 그래피티 하나가 다른 예술가들을 이곳에 오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피티는 점점 늘어 문래동의 모든 철공소 문을 작품으로 만들었고 도시의 풍경까지 바꿨다.



“그냥……우리가 하는 일이 돌을 멀리 던지는 거라고 생각합시다. 어떻게든 한껏 멀리. 개개인은 착각을 하지요. 같은 위치에서 던지고 사람의 능력이란 고만고만하기 때문에 돌이 멀리 나가지 않는다고요. 그런데 사실은 같은 위치에서 던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시대란 게, 세대란 게 있기 때문입니다. 소 선생은 시작 선에서 던지고 있는 게 아니에요. 내 세대와 우리의 중간 세대가 던지고 던져서 그 돌이 떨어진 지점에서 다시 주워 던지고 있는 겁니다.”

- 정세랑, <피프티피플> 중에서


문래창작촌을 걸으면 작가가 언급한 시대와 세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도시가 어떻게 골목 단위로 변해가는지도. 두 사람이 지나가기엔 조금 좁은 골목길에 철과 예술이 공존한다.


철공소의 벽엔 벽화가 가득하다. 한 집 건너 철을, 한 집 건너 작품을 다듬는 풍경. 만드는 것은 다르지만 흘리는 땀은 같다는 점에서 문래창작촌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아닐까. 동네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창작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거리에 놓인 작품을 감상하는 것으로 이곳의 창작자들과 소통하면서.


열심히 돌아가는 철공소 옆에 놓인 그래피티 철문이 말한다. 작은 움직임이 도시를 바꾼다고. 한 명, 두 명이 던진 돌이 결국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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