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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마 유치환의 '행복'이야기

통영중앙동우체국과 청마거리

by 이창룡

청마 유치환의 ‘행복’이야기

DSC04112.JPG 통영중앙동우체국

통영에는 청마거리가 있습니다. 청마거리는 유치환 시인의 호를 따라 지은 거리이름입니다.

통영중앙동우체국이 있는 거리가 청마거리로, 중앙로 입구에는 청마 유치환상이 있고 유치환시인의 '향수'라는 시비가 놓여져 있습니다.

중앙로 입구에서 30여m 떨어진 통영중앙동우체국 앞에는 빨간 우체통과 돌로 만든 책자 모양의 시비가 놓여 있는데 거기에는 '행복'이란 시가 적혀있습니다.

DSC04110.JPG 통영중앙동우첵국앞 '행복' 시비


♣ 행 복 ♣

유 치 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은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 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

설령 이것이 이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DSC04109.JPG 통영중앙동우체국


청마 유치환은 통영여자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알게 된 시조시인이자 동료교사였던 정운 이영도를 짝사랑하였습니다.

정운은 일찍이 결혼했으나 21세의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하고 당시 딸하나를 기르고 있었는데, 청마는 1947년부터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정운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러기를 3년, 마침내 이영도의 마음을 움직여 이들의 플라토닉한 사랑은 시작됐으나 청마가 기혼자여서 이들의 만남은 거북하고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청마는 1967년 2월 교통사고로 사망할 때 까지 편지를 계속 보냈고 이영도는 그편지를 꼬박 꼬박 보관해 두었습니다.

그러나 6.25 전쟁 이전 것은 전쟁 때 불타버리고 청마가 사망했을때 남은 편지는 5,000여통이었습니다.

유치환의 행복은 그가 통영중앙동 우체국 길 건너편에 살면서 정운에게 엽서를 보낼때 마음을 그렸던 것이 아닐까요...?

DSC04114M.jpg 청마거리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로 시작해서 '설령 이것이 이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 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로 끝나는 대목은

한사람을 향한 순수한 사랑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는지를 가슴 절절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청마 유치환은 통영중앙동우체국 건너편에 살면서 편지를 통해 이룰 수 없는 순수한 사랑을 했다고 하는데 '행복'이란 시를 통해서 사랑에 대한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위 ‘행복’이란 시문구를 천천히 다시 읽어보세요. 애절한 사랑을 느낄수 있을 겁니다.


■ 여행 TIP

▷소재지 : 경남 통영시 세병로 5 통영중앙동우체국

▷전화 : 055-646-8002 (통영중앙동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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