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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이터한 Oct 03. 2019

2019.08.큐레이션

<신입사관 구해령>, <호텔 델루나>, <굿 플레이스>

드라마 매거진 <드라마큐> : http://dramacuration.com/




1st drama : <신입사관 구해령> / MBC 수목 20:55~ 

극본 김호수 / 연출 강일수, 한현희  

조선의 첫 문제적 여사(女史) 구해령과 반전 모태솔로 왕자 이림의 '필' 충만 로맨스 실록


/ 사진 출처 : www.imbc.com

똑똑하고 용감한 여사관 구해령과 섬세한 감성을 지닌 왕자 이림의 이야기. 이것만으로도 벌써 만족감의 미소가 피어오른다. 이렇듯 이 드라마가 가진 매력의 7할은 캐릭터 설정에 있다. 


조선시대 26살 여인이면 노처녀라는 수식어가 붙는데, 해령은 혼인 대신 사관의 길에 오른다. 의롭지 않은 일에 정직하게 반응하는 강심장 그녀의 예문관 권지(인턴) 여정을 지켜보며 응원하는 재미가 있다. 당차고 똑똑한 구해령의 옷을 입은 신세경 배우의 똑부러진 연기 또한 기대해도 좋다. 무게 있는 목소리와 깊은 눈빛에 푹 빠져들게 될 것이다.


‘우리 마마는 얼굴과 글, 두 개 말고는 잘하는 게 전혀 없으시’다고 한 허내관의 말처럼, ‘얼굴 천재’ 차은우 배우가 연기하는 도원대군 이림은 궁 속 깊은 녹서당에 갇혀 살며 글을 읽고 쓰는 것밖에 모르는 예쁜 왕자다. 그의 외모와 그가 쓴 연애 소설의 인기를 보면 그 두 개를 잘하긴 또 굉장히 잘하긴 하지만, 화살 하나 과녁에 맞추지 못하는 왕자다. 겁도 많고 쉽게 놀라는 연약한 이림에게 든든한 해령이 나타났다. (여담이지만 인물 소개에 따르면 그녀는 이림보다 6살 연상이다.)


슬프고 연약한 왕족과 씩씩하고 용감한 여사관이라니.  매력적인 인물 설정에 더해, 정치, 드라마, 로맨스, 의술 등 알찬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깨알 독도(가지도) 언급까지 하다니. 큐레이터의 마음이 한 번 더 홀라당 넘어갔다.) 


드라마 초반부, 차은우 배우의 연기력 논란이 있었다. 표정을 해석해야 하는 몇 장면이 있던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8회 마지막 장면에서 도원대군의 눈빛에 깜짝 놀란 것도 사실이니, 남은 건 시청자의 몫이다.







2nd drama : <호텔 델루나> / tvN 토일 21:00~  

극본 홍정은, 홍미란 / 연출 오충환, 김정현 

엘리트 호텔리어가 운명적인 사건으로 호텔 델루나의 지배인을 맡게 되면서 달처럼 고고하고 아름답지만 괴팍한 사장과 함께 델루나를 운영하며 생기는 특별한 이야기


/ 사진 출처 : http://program.tving.com/tvn/hoteldelluna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는 호텔 델루나. 죽고 난 이후 영혼들이 쉬었다가 가는 이곳의 주인 장만월은 무려 이지은(아이유) 배우가 연기하는, 사연 많은 사람이다. 


판타지 공간, 강렬한 비주얼, 화려한 의상, 다채로운 등장인물들의 등장에 이미 정신이 혼미해졌는데, 장만월의 사연을 하나씩 풀어줄 때마다 인물들에 대한 궁금증을 품게 만든다. 장만월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일을 겪었던 것인지, 구찬성과는 인연으로 묶여 있는지 말이다. 이제 절반이 흘렀다. 남은 회차의 전개가 기대된다.


많은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지만, 이 드라마의 중심은 탄탄한 에피소드에 있다. 새로운 귀신들을 마주할 때마다 필자를 포함한 쫄보들은 비명을 지르게 될 테지만, 그들의 사연은 공감하기 어렵지 않고 외면하기는 어려운, 우리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다. 학교폭력, 성폭력 피해자들의 에피소드를 사려깊게 다룸과 동시에, 유머 코드를 통한 완급조절에도 성공한다. (6회에서 까메오 김준현이 미소를 머금고 돌아보는 슬로우 장면이 이 드라마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사랑스러웠다는 의견에 많이들 동의할 거라고 믿는다.)







3rd drama : <굿 플레이스> The Good Place /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제작 마이클 슈어 

주인공 엘레노어가 자신이 착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자기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선과 악의 진정한 의미를 배워가고 새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


/ 사진 출처 : https://www.nbc.com/the-good-place

갑자기 눈을 떴다. 눈앞에 보인 건 “Welcome! Everything is fine.”이라는 문구. 엘레노어가 도착한 곳은 사람이 죽으면 보내지는 곳이라고 한다. 살아 있을 때 행한 일들을 근거로 ‘굿 플레이스’와 ‘배드 플레이스’로 나뉘어 보내진다는데, 엘레노어가 있는 곳은 바로 ‘굿 플레이스’. 


그러나 왠지 찜찜한 그녀. 살아생전의 취향을 토대로 지어졌다는 집을 구경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오리엔테이션을 들었더니 이제 확실히 알겠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으나, 평생 입이 떡 벌어질만한 선행을 해온 사람들이 보내진 이곳에 혼자 잘못 보내졌다는 사실을! 이제 엘레노어는 무시무시한 ‘배드 플레이스’로 이송되지 않기 위해 착한 사람인척하기로 결심한다. 


이 아이디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데, 장담하건데 이 드라마는 그 이상을 보여준다. 놀라고, 놀라고, 또 놀라게 될 것이다. 색다른 콘셉트와 끝없는 반전, 병맛 코드, 철학적인 생각거리를 원한다면 당장 정주행을 시작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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