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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이터한 May 06. 2024

#22 <클로저>

우린 서로가 낯선 사람에서 가까운 사람이 되었다고 믿지만 (스포有)


 #22 <클로저>

  우린 서로가 낯선 사람에서 가까운 사람이 되었다고 믿지만



<클로저>는 상대에게 사랑한다고 외치는 장면으로 가득한 영화였다. 그럼에도,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가장 깊이 생각해보게 되는 장면이 앨리스가 댄에게 지금 이 순간부터 너를 사랑하지 않게 되었다고 말하는 장면이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점이다. 사실 영화 속 모든 인물의 사랑은 치열했다. 자기가 갖고 있는 사랑이 어떤 형태이든 간에 말이다. 그러나 사랑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 사랑이 대체 무엇인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가득했고 그 상태로 영화도 끝이 났다.




영화 속 시간이 계속 점프되면서, 주인공들 네 명의 관계와 감정도 각각 짙어지고 혹은 얕아지며, 변하거나 시작된다. 누군가가 누군가의 삶에 훅 들어와 일상이 되지만, 이윽고 그 누군가는 다시 또 그 일상에서 훅 없어진다. 남겨진 사람은 일상 속에서 공허함을 느끼며 다른 삶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 허무감이 정점을 찍는 순간은 댄이 앨리스를 잃은 후 지금까지 알던 그녀의 이름이 앨리스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되는 장면이다. '앨리스'는 댄과 앨리스가 처음 만났을 때 갔던 묘지에 적혀있는 누군가의 이름이었다. 오랜 세월 서로 마음을 고백하고 시간을 보내고 상대방 때문에 눈물을 흘리던 그들은 서로에게 과연 가까운 사람, '클로저'가 맞았을까? 연인이 되며 우린 서로가 낯선 사람에서 가까운 사람이 되었다고 믿지만, 사랑의 의미는 제각기 다르고 마음을 여는 여정도 제각기 달라 이마저 확실하지 않다. 순식간에 낯선 사람에서 가까운 사람, 그리고 다시 순식간에 가까운 사람에서 낯선 사람이 되어버린다고 믿는 게 연인이다. 이 영화는 누군가는 한 번도 상대에게 진정으로 가까운 사람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담아 보여준다.


누군가와 연인이 되면 다른 누구보다 상대를 더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는 특권을 가진다. 누구보다 서로에게 가까운 사이가 되지만 과연 우리는 서로에 대해 가장 가까운 사람일까? 과연 그 사람은 자기가 생각하는 것만큼 날 알았을까? 반대로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이 과연 본연의 그가 맞을까?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나에 대한 마음이 과연 사랑은 맞을까? 그렇다면 내가 가진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은 사랑이 맞을까? 과연 사랑은 무엇일까? 서로에 대한 끌림, 욕망일까? 날 생각하고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일까?





상대방의 마음을 도통 모르겠을 때가 있다. ‘사랑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단기간에도 누굴 사랑할 수 있는건지, 상대에게 끌리는 것만으로 ‘사랑한다’가 성립되는 건지.. 그 어떤것도 모르겠을 때가 많다. 사랑이라는 여정의 끝에 속은 기분, 버림받은 기분, 사랑받지 못한 기분이 들 수도 있으나, 누군가가 말하는 '사랑'이 치열한 경험 끝에 도출해낸 자신의 결론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다시 의문점으로 돌아간다.


댄은 앨리스를 사랑하면서 안나에게 사랑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앨리스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댄이 안나에게 끌렸음을 알면서도 앨리스는 댄을 전처럼 대하고 사랑한다. 안나는 남편과 별거 상황임에도 댄을 받아들이고, 댄에게 감정이 있음에도 래리와 결혼한다. 그리고 래리와 별거하며 댄과 사랑한다. 연인에게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 후 미국을 떠나온 앨리스는 미국에서 만나 사랑하게 된 댄에게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 후 영국에서 미국으로 돌아간다. 열정적이고 처절하게 댄을 사랑하던 앨리스는 한순간에 댄에 대한 사랑을 접는다. 더이상 댄을 사랑하지 않게 된다.


자신의 삶을 반복하는 캐릭터들, 그리고 돌고도는 사랑. 이게 사랑이라면 참 부질없으면서도 중요하고, 허망하면서도 황홀하고, 불완전하면서도 완전하다. 모순덩이리인 사랑이 왜들 그렇게 하고싶은건지. 아리송하고 의심스러우면서도 완전한 사랑을 꿈꾸는 것을 멈출 수 없다.


로맨틱함을 그 어떤 장면에서도 느낄 수 없었으나, 심지어 저질스러운 장면도 더러 있었으나, 러닝타임 내내 사랑에 대해서만 말하고있는, 사랑에 대해 주구장창 다루고 있는 참 이상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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