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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이터한 Nov 08. 2017

#1 <가십 걸> Gossip Girl (上)

xoxo gossip girl


  #1 <가십 걸> Gossip Girl (上)

   xoxo gossip girl


내 오랜 숙원 아이패드를 사고, 넷플릭스에 가입하니 천국이 따로 없다. 쌀쌀해진 가을, 집 안 누구도 깨있지 않은 늦은 새벽에 도톰한 이불을 덮고 어둠 속에서 보는 드라마는 요즘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내 인생의 행복이다.(ㅎㅎ) 넷플릭스에 등록된 영상을 이것저것 보고 다니다가 마주친 '가십 걸' 세 글자는 단숨에 내 기억 속 어딘가에 묻혀있던 수많은 장면들을 단번에 상기시켜줬다. (누군가에겐 너무 사소하고 쓸데없어 보이는 장면일 수도 있겠지만) 가령, 블레어의 파티, 세레나가 요거트를 먹는 장면, 댄 가족이 아침에 와플을 먹는 장면, 척과 블레어가 서로에게 처음으로 강렬한 감정을 느끼던 장면, 맨해튼의 추수감사절 분위기과 크리스마스 분위기, 입속으로 마카롱을 마구 집어넣는 블레어, '아이 앰 척 베스'라고 속삭이는 척, 대학 입시 기간에 각자 분주하게 몰두해있는 모습. 뭐 이런 것들 말이다. 아, 그래도 그중 가장 향수가 짙었던 건 당연히, 'you know you love me / xoxo gossip girl' - 하고 속삭이는 이름 모를 누군가의 목소리였지만 말이다.(이 대사의 억양은 정말 독보적! 타자를 치면서도 그녀와 같은 음, 같은 박자로 읽게 된다.) '가십 걸' 세 글자를 보는 바람에 이런 것들이 걷잡을 수 없이 보고 싶어 져서 그만, <가십 걸>을 재생하고 말았다. 그렇다. 그때부터 난 나도 모르게 정신없이 이 드라마 정주행을 시작하고 있더랬다.



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미드가 뭐냐고 물어본다면 난 주저 없이 <길모어 걸스>라고 대답하겠지만, 생애 첫 미드였던 <가십 걸>에 대한 내 은근한 애정도 만만치 않다는 걸 꼭 언급해두고 싶다. 중학생 때 본 <가십 걸>이 얼마나 충격적이고 파격적이고 매력 있던지. 척♡블레어 커플처럼 강렬하고 중독성 강한 드라마였다. 중학생 때 이후로 지금 다시 찾아보게 된 <가십 걸>은 시즌6까지 나와 완결된 상태였고, 나는 다시 첫 시즌 첫 회부터 시작해 단숨에 모든 시즌 모든 회의 영상을 섭취했다. 물론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멘붕에 멘붕을 겪어야 했지만, 그땐 이미 캐릭터들에게 너무나도 깊이 정들어버린 이후였기 때문에 절대 멈출 수 없었다. 2012년 이후로 <가십 걸>은 끝났으나, 아직도 이 드라마의 덕후들은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하다. (물론 가능성은 1도 없다는 걸 모두가 알지만) 척 배스를 연기했던 배우 에드 웨스트윅이 최근까지도 <가십 걸> 시즌7에 대한 질문을 받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you know you love me - xoxo gossip girl


"가십 걸"은 맨해튼의 부유한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사는 10대 청소년들, 그중에서도 인기 많고 구설수도 많은 핫한 10대들에 대한 가십거리를 배포하는 블로그다. 쉽게 말해, 하루에 쉴 새 없이 소식이 쏟아져 나오고,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거의 모든 10대들이 구독하면서 정보를 제공하는, 더 업그레이드되고 더 위험하고 더 영향력 있는 '디스패치' 같은 소식지라고 할까. 물론, 그 소식의 주인공은 세레나, 블레어, 네이트, 척을 중심으로, 같은 상류층 고등학교 출신의 10대들(시간이 흐르면서는 20대가 되지만)이고 말이다. <가십 걸>은 이 "가십 걸"의 소식을 매개로 하며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주인공들이 핫하고 통통 튀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하는 이 드라마도 같은 느낌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드라마 속에 나오는 수많은 장소, 음악, 패션, 생활 방식도 덩달아 매력적이다. 컬렉션으로 모아놓고 싶을 만큼. 뭐니 해도 <가십 걸>은 비주얼적인 매력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끌리는 작품이었다.

Hotel Empire
Blair X Serena



다시 본 <가십 걸>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더더더 좋았다. 예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각 회차가 시작될 때마다 스피디한 음악의 박자에 맞추어 뉴욕의 풍경들이 빠르게 전환되며 펼쳐지는데, 단 몇 초의 오프닝이더라도 이 뮤직 비디오 같은 편집이 매회 기다려지더랬다. 지금 봐도 트렌디하게 느껴지는 편집이다. 그 빠르고 분주한 풍경들 덕에 뉴욕에 대한 로망이 없다가도 생길 판이었다. 휙휙 빠르게 넘어가는 풍경, 주변 시선과 평판에 신경 쓰는 사람들, 유명과 인기에 대한 열망, 불안하고 변덕스러운 사랑과 우정까지.


friends

큰 의미 없이 가십거리를 듣고 떠드는 것처럼 드라마를 가볍게 즐기다가도, 이 드라마에는 훅 들어오는 것들이 있다. 뜻밖의 에피소드, 뜻밖의 케미, 뜻밖의 인생 캐릭터들이 마음에 훅 들어온다. 우정에 대한 에피소드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서로를 헐뜯고 배신하고 이용하는 안하무인의 주인공들은 알고 보면 오랜 우정의 내공을 갖고 있다. 서로의 사연과 상처를 속속들이 알고 있고 함께 한 시간도 길다.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쉽다. 그러나 서로를 어떻게 도와야 할지, 그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아는 것도 세레나, 블레어, 척, 네이트 그들밖에 없다. 이 주인공들의 우정 혹은 진심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 우리는 이 드라마에게서 예상치 못했던 감정의 동요를 얻게 된다. 이런 에피소드 외에도 가족, 성장, 삶에 대해 고민하는 캐릭터들의 에피소드를 맞딱뜨릴 때가 이 드라마의 반전 매력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이게 이 드라마의 큰 장점 중 하나다.


물론 베스트는 척♡블레어 커플이다.

(#1 <가십 > Gossip Girl ()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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