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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라마라마 Jul 20. 2022

HBO의 터치로 살아난 이민자에 대한 블랙 코미디

Beforeigners

<왕좌의 게임> , <섹스 앤 더 시티> 등으로 유명한 HBO가 처음으로 노르웨이어로 제작된 시리즈를 내놓았다. 막강한 자본 투자와 더불어 고도의 상품성도 고려하는(그러니까 재미가 당연히 있는 시리즈를 만드는) HBO의 손을 거친 작품이라 기대가 컸다. 


제목은 Beforeigners. 외국인(Foreigners)의 이야기인데 과거(Before)에서 온 이방인의 이야기다.


평화로운 노르웨이의 밤. 갑자기 물속에서 사람들이 솟아난다. 아일랜드어를 하는 이민자들인 줄 알았는데 고대 노르웨이어를 쓴다. 갑작스러운 현상으로 과거의 조상님들이 현재의 땅에 동시다발적으로 소환되고 있는 상황.

그 후로 n년 후, 청동기/철기/중세 기타등등의 다른 시간대에서 온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게 된다. 사회 통합을 위해 이민국같은 정부 부처도 새로 만들었지만, 비포리너(Beforeigner)들은 현대 지식이 전무하고, 자신이 예전에 살던 방식을 고집하는 무리도 있어 사회 게토화에 일조를 하게 된다. 예를들어 길에서 살기로 작정한 중세인들은 현대의 부랑자들과 다를 것이 없다.

시리즈의 주인공은 평범한 남자 경찰과 타시간대 이민자 중에서 처음으로 경찰이 된 알프힐드르. 서장은 다()시간 화합의 상징인 그녀를 경찰서의 마스코트처럼 자랑스럽게 소개하지만 이름이 어려워 발음도 잘 하지 못한 채 얼버무린다. 알프힐드르는 현시대의 경찰관으로 살아가지만, 과거 바이킹 시대의 기억이 그녀의 발목을 잡는다. 전쟁을 피해 난민으로 왔으나 마음속에 전쟁을 완벽하게 지울 수 없는 어떤 사람들을 표현한 것일까. 과거의 적과 인연은 새로운 사회까지 쫓아와 영향을 미친다.

Beforeigners는 “조상들이 현실에 나타난다면?” 이라는 뻔한 좌충우돌식 에피소드를 예상 가능한 방식으로 풀어 놓지 않고, 영화적 상상력을 이리저리 확장시킨다. 예를 들어 트렌스젠더의 존재가 현대인의 당연한 상식이라면, 다시간 사회에서는 트랜스템포랄 (현대인으로 태어났으나 과거에 속한다고 느끼는 사람들, 혹은 그 반대)의 존재가 새로 당면한 상식이 된다. 현대의 자신을 버리고 완전한 구석기인이 될 수 있도록, 치아에 남은 현대적 흔적 -금니나, 레진 치료-까지 싹 제거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이런 깨알 같은 세계관이 시리즈에 현실감을 더한다.

이민 인구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통합하고 있는 노르웨이기에 이와 같은 실험적인 시리즈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민자에게 은근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노르웨이 사람이라도, Norrønt (노르웨이 옛날 말)을 쓰는 바이킹 조상이라면 왠지 마음이 누그러지지 않을까? 그 사람들은 우리의 조상이고, 우리는 태어난 시간대만 다를 뿐 같은 종류의 사람이니까.


하지만 그 조상님들도 우리와 쓰는 말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심지어 기독교를 적대시하는 이교도들인데? 그렇다면 내가 싫어하는 현대의 이민자 집단과 너무 비슷한데?


노르웨이 사람들에게 친숙한 바이킹 문화를, 요새의 현실에 떨어뜨리면 얼마나 이민자들과 다를 바 없어지는지 보여주는 방식으로 시리즈는 이민자 혐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시즌 1은 노르웨이에 기독교를 전파한 역사적 인물이 부활함을 암시하며 마무리가 된다. 시즌 2에서 종교전까지 아우른다면, 과연 시리즈는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무척 기다려진다.


한줄평: 역시 HBO! 제작비 탓에 조금은 밋밋하다고 느끼던 일반 노르웨이 드라마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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