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제작피디를 거의 개인 매니저 정도로 알고 있던 사람이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던 작품이었다. 촬영은 하루에 24시간을 넘기 일쑤였고, 주 52시간은 지켜야 했기에 주 3일 촬영이 부지기수였다.
그렇지만 남은 4일을 촬영준비를 해야했기에 쉴 수 있는 날은 없었다. 그 당시 나는 악으로 깡으로 버텼고 독기로 가득찬 꼬맹이였다.
내 인생에 그렇게 거지 같은 작품은 없을거라고, 다음 작품은 꿈과 희망에 가득찬 평화로운 작품일거라고 생각하고 다음작품에 들어갔다.
'아뿔싸...!'
다음작품은 너무나도 평화로운 작품이었지만 너무나도 느렸다.
모두들 평화롭고... 느긋하고... 여유로웠다.
시간과의 싸움을 항상 하고 있는 제작피디로써는(누구도 싸움을 걸진 않았지만.) 답답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최악이라고 생각했던 그 작품을 생각해보니. 우리는 최고의 팀이었다.
공공의 적이 하나 있음으로써 우리 팀은 똘똘 뭉칠 수 있었고 모두들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 제작피디를 참 많이 도와줬었다. 어떻게든 빨리 끝내고 싶었기에 빨리 세팅하고 빨리 촬영을 했었다. 급한 연출의 성격을 맞추느라 많이도 뛰어다녔다. 돌이켜보니 나는 정말 최고의 팀과 일을 했었다.
그리고 그 다음 작품은 또 그 전작품이 최고의 팀었고, 그 다음은 또 그 전작품이...
항상 나는 최고의 팀과 일하고 있었다.
어떤 배우는 너무나 유명한 배우라 그를 맞춰줘야할 상황들이 많았다.
(스케쥴이 많은 배우라면 당연히 어쩔 도리가 없다.)
그렇지만 내가 그렇게 연기에 진심인 배우와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많이 있을까?
그가 그렇게 성공하기까지의 노력한 결과물을 내가 함께 하고 있다는 건 어쩌면 행운 아닐까?
내가 모니터를 보면서 연기에 설득당하고 눈물을 찔끔할 수 있는 작품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 덕분에 우리 드라마가 얼마나 성공할 수 있었던가.
나는 항상 현재에 불만이 많은 사람이다.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모르고 항상 불평, 불만과 분노.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기분이 오락가락. 아무리 그래, 이 또한 언젠간 돌이켜보면 최고의 순간일 수 있다. 라고 생각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지.
그저 한 가지 노력하려고 애쓰는 건,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날 화나게 하는 사람들조차도 나에겐 베스트 팀이라는 걸 언제나 상기시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