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의 조건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by 나재원


우리가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재미를 느낄 때는 언제일까요?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올때 일까요?

제가 보기에 우리가 가장 흥미를 느끼는 순간은 예상치 못한 반전이나 웃음 포인트가 등장할 때 입니다. 뻔한 전개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상황이 뒤집히는 순간, 깜짝 놀람과 함께 큰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이 법칙은 숏폼(쇼츠, 릴스)뿐 아니라 롱폼(영화, 드라마, 유투브 영상)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최근 제가 흥미롭게 본 릴스가 하나 있습니다. 예약한 떡 1000개가 노쇼로 취소되어 속상해 보이는 떡집 여사장님의 이야기였습니다. 영상 속 여사장님은 담배를 피우려는 듯 쭈그려 앉아 입에 뭘 물어요.

그런데 여사장님은 뜻밖에도 비누방울을 붑니다. 그녀가 후-하고 불어내는 순간 연기가 아닌 비누방울이 공중에 흩날렸죠. 이 의외성에서 오는 반전은 짧은 영상이지만 강렬한 재미와 여운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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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 개봉한〈파묘>도 소재적으로 매우 신선하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파묘는 한국 전통 장례문화와 무속적 세계관을 "오컬트 호러"와 결합했습니다. 기존 공포영화는 외국 악령(엑소시즘)이 많았는데, 한국식 장묘 문화(무덤 이장, 묘지, 풍수)를 전면에 내세워 큰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시청자들은 이미 봐 온 것들을 보기를 원치 않습니다. 단 3초도 허비하고 싶어하지 않지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그들의 예상을 깨는 훅(hook)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그 발상은 창의적이어야 하겠죠.


그런데 창의성이란 무엇일까요?


창의성이란?


창의적이다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 창의성은 별 게 아닙니다.


제가 규정하는 창의성이란 서로 관련이 없거나 다르게 보이는 두 가지 개념을 결합하여 새로운 의미나 결과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정재승 교수가 쓴 <열두발자국>이란 책,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를 살펴보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는 순간은 평소 신경 신호를 주고받지 않던,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는 뇌의 영역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현상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전두엽과 후두엽이, 측두엽과 두정엽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함께 정보를 처리할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서로 다른 두 가지 개념을 결합한 결과물을 보면 우리의 뇌에서는 뇌의 온 영역들의 파티가 벌어지기에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앞서 언급한 '비누방울을 부는 노쇼당한 떡집 여사장' 이야기와 <파묘> 역시, 서로 관련이 없는 요소들을 결합해 새로운 의미나 결과를 창출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2025년 방영한 <폭군의 셰프> 제목 역시 이질적인 단어의 결합이죠. 조선시대의 왕 폭군과 현대시대의 여자 요리사가 각자 칼을 들고 대결하는 듯한 이미지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개념들의 충돌로 인해 많은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조선시대 사극(게다가 잔인하기로 유명했던 연산군 시대) + 현대판 서바이벌 요리 대결이라는 기획부터 궁금증이 절로 생깁니다. '폭군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목이 날아간다.' 아주 잔혹하고 흥미로운 서바이벌입니다.


기존의 관념에 새로운 시각을 추가하는 것. 다른 각도로 보는 것. 어울리지 않는 조합의 결합 => 이 모든 것들이 창의적인 시각입니다.



숏폼 VS 롱폼


요즘은 숏폼이 대세입니다. '숏폼만 보다가 시각이 훅 갔다'는 이야기를 흔히 듣습니다.

단기적인 이목을 끌기 위해서는 숏폼의 위력은 매우 크지요. 강렬한 자극과 짧은 재미를 남기며, 빠른 확산성과 진입 장벽의 낮음 덕분에 누구나 만들고 소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쉽게 잊히고, 깊이를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대로 롱폼은 다릅니다. 긴 서사는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고, 때로는 삶을 바꿀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집니다. 영화나 드라마, 긴 호흡의 유튜브 영상은 한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충분히 따라가게 만들고,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물론 제작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시청자가 끝까지 보게 만들기 어렵다는 허들이 있지만, 그만큼 충성도와 신뢰도를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결국, 숏폼은 즉각적 관심과 확산의 도구, 롱폼은 깊이있는 몰입과 변화를 일으키는 도구입니다.

그리고 롱폼에서 핵심을 파악하고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르는 훈련과도 같습니다.


앞으로 저는 마음을 사로잡는 롱폼 이야기의 비법을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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