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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이 되어
by
화운
Jul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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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을 향해 굽은 나뭇가지를 집어던지는 나를 보며
당신은 뒷산의 곧은 대나무를 잘라
활과 화살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봄볕을 가로지르는 화살은
어디를 향해 날아갔는지요
당신은 말없이 벚꽃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습니다
억센 장마에도 화살은 부러지지 않고
고요한 수평선의 틈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당신의 화살은 파도에 젖는 법을 모릅니다
황금 들판에 무수한 화살들이 꽂혀 무르익을 때에도
치솟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드는 화살
당신의 과녁은 무엇을 품었는지요
나는 석류빛 마음을 쏟아내고 화살처럼 가벼워집니다
나를 관통시킨 당신의 화살은 여전히 벚꽃을 겨누고 있습니다
뭉툭한 화살촉을 갈며 당신의 굳은살을 떠올립니다
정면을 향해 고개를 들고 팔을 뻗어 달려가봅니다
바람이 제법 부드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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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한 문장, 한 글자 주의 깊게 바라보았습니다. 그 우연이 제 삶에 길을 내어주었습니다. 제 글이 구름처럼 언제든 볼 수 있지만 깊이 있고 위로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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