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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일기
by
화운
Dec 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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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살고 싶은 날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럼 매일이 죽어야 하는 날이었을까요
검은 종이에 연필로 나를 쓰고 있습니다
나를 써낸 오늘이지만 나는 보이지 않습니다
지우개로 지우면 뒤틀린 내가 흩어집니다
지워내지 않으면 나는 살아있지 않습니다
나를 버리는 건, 버려야 하는 건
흩날리는 재를 부여잡아야 하는 일이 됩니다
검은 밤은 평화롭고 하얀 낮은 참혹합니다
흰 도화지에 번진 한점의 잉크는 얼룩이라 합니다
얼룩진 나를 살려내려면 밤을 사랑해야 합니다
밤을 사랑하기엔 별들은 너무 따갑고
끌어안기엔 달빛은 무겁습니다
나는 찬란한 흰 점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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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한 문장, 한 글자 주의 깊게 바라보았습니다. 그 우연이 제 삶에 길을 내어주었습니다. 제 글이 구름처럼 언제든 볼 수 있지만 깊이 있고 위로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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