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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by 화운

구름으로 베개 싸움을 하는가 봅니다

모든 것을 재우려듯 내려 감싸주는 눈입니다

깊숙이 남겨진 발자국들도 새살이 돋습니다

고드름이 거꾸로 자란 이들도

눈에 파묻혀 누군가의 품을 떠올리겠습니다


이 모든 하얀 숨들을 받아들이면

나는 어떤 모양의 눈사람이 될 수 있을지요

누가 나의 눈코입과 팔을 만들어줄 것인지요

자주 지나간 길엔 진갈색의 눈이 땅을 닮았습니다

나는 아직 가야할 길이 많아 하얀 사람일까요


나의 가장 추운 곳에 발자국을

남기고 간 이들이 있지요

자주 밟혀 흙투성이의 눈이 얼룩진 곳이 있지요

유독 그런 땅에 봄은 늦잠을 잡니다

녹을줄도 모르고 하얗게 덮일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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