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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건너편

by 화운

걸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매 순간 달려가는 사람

그러면서도 자주 넘어지던 길

돌아가야 하는지 고민되는 날에도

끝끝내 뒷걸음이여서 늘어지는 시간


가는 길의 모든 향과 소리는 의미가 됩니다

봄의 풀꽃은 당신의 아련한 향수

여름의 빗길은 당신을 비추는 거울

가을의 바스러지는 낙엽은 당신의 웃음

겨울에 당신의 그림자가 머무는 발자국


당신을 그리워하면 모든 것이 길이 됩니다

돌아가려던 길도 그대에게 가는 길이었습니다

걸으면 자꾸만 길 건너편에 있는 것 같아서

겨우내 당신 앞에 서도 가쁜 숨에

서투른 말만 늘어뜨리는 길을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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