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로봇은 다르지 않은가봅니다
등뒤의 전원 버튼은 손이 닿지 않아
마음을 끄려면 다 써버려야 하기에
건전지가 닳을수록 유약해집니다
잠이 쏟아지는데 잠을 자지 못합니다
시간은 바닥의 바나나껍질 같아서
나는 시간을 잘못 밟고 미끄러져
누운채로 어딘가로 추락합니다
당신은 봄바람처럼 일어나고 있어
나의 겨울은 봄을 밀어내고 있습니다
북극으로 걸어가 빙산의 품으로 들어갑니다
그곳에서 모처럼 당신과 나눈 안녕을 묻고
웅크려 조금 더 단단한 겨울을 보내렵니다
그리하면 당신과 약속한 저의 봄도
이 얼음을 태울듯한 온기로 찾아올 것입니다
긴 잠을 자야겠습니다 오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