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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뱁새 Nov 20. 2017

새공공디자인 2017, 안녕 낯선 사람

문화역서울 284 공공디자인 전시



안녕하세요. 뱁새입니다. 오늘은 제가 지난 토요일(18일)에 보았던 공공디자인 전시에서 느낀 점을 담아보려고 합니다. 일기 형식이라서 존대어가 아닌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광화문 이순신 장군 상 앞에 어느 날 하나의 '조형물'이 등장했다.


사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유가족의 아픔과 슬픔이 변모되어가며 그 옆에서 폭식을 하던 사이코패스들의 웃음소리에 진절머리가 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었다며 사건을 잊으려고 노력할 때 즘이었던 것 같다.


그런 배를 탔다는 이유로 죽어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각성을 시켜주는 말이었다.

누군가의 '행동'은 큰 울림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왔고, 그 행동의 방식은 디자인, '공공디자인'이었다.



문화역 서울 284의 모습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7년,

 문화역 서울 284에서 공공디자인 전시회가 열렸다.

11월 10일에 오프닝을 했으니 아직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30일까지 계속 전시를 하다고 한다.

안녕 낯선 사람

HELLO STRANGER

새로운 공공디자인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이 전시는

제목부터 방향성을 포괄하고 있다.

무료 전시이고, 월요일마다 휴관인 점을 참고하시길

그리고 입장 마감은 18:30이고, 전시는 19:00에 끝난다. 전시를 보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주의하시길..




전시실 내부에 있었던 새공공디자인 매니페스토


새 공공디자인 매니페스토에서는

과거의 '스타일 과시'와 '경제적 과시'에서 벗어나

'지속가능성'과 '대안'에 대해서 고민하는 디자인을 보여준다.


쉽게 예시를 들어보자면...

'공공디자인이랍시고 만들어진 엄청나게 번쩍거리고 거대한 세빛둥둥섬 스타일'에서 벗어나 댐 건설 이후 변화한 생태계를 문자, 영상, 그림 등의 매체를 통해 보여주며 '지속 가능한 발전과 생태계의 보존에 대해 고민해보자'는 형식으로 공공디자인의 방향성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물론 세빛둥둥섬의 '아름다움'을 무시하는 발언은 아닙니다.^^)


총 섹션 3가지로 구성된 전시는

섹션 1 <안녕, 낯선 사람>

섹션 2 <안녕, 낯선 존재>

특별섹션 <포스터 속 공공디자인 매니페스토>

로 이루어져 있다.




특별섹션 <포스터 속 공공디자인 매니페스토>


전시실을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이 특별섹션이다.

포스터를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 - 이미지 출처(https://feedram.com/location/284/240481552)

6가지 종류의 포스터가 진열되어있고, 섹션 왼 편에서 매일 다른 포스터를 제공한다.

필자가 방문했던 날은 AABB님의 '에메랄드 시티'포스터를 주었고, 원하는 포스터가 있으면 요청하면 받을 수 있다.


위에 첨부한 새 공공디자인의 매니페스토의 내용을 담아 그래픽 디자이너 6인이 자유롭게 디자인한 것으로, 포스터 중 하나인 에메랄드 시티에는 서울의 기괴한 모습이 담겨있다.




섹션 1 <안녕, 낯선 사람>


섹션 1에서는 사회적 가치를 다루고 있다.

노동 운동, 성평등, 세월호 사건,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 공생을 위한 디자인, 대통령의 사과문, 지속 가능한 디자인 등 총 5개 팀이 참가했다.


잘라라 약자에게만 가혹한 그 손을 - 전시 작품 촬영
이미지 출처 : http://everyday-practice.com/portfolio/hello-stranger-ways-of-practice/
이미지 출처 : http://everyday-practice.com/portfolio/hello-stranger-ways-of-practice/


이 디자이너들은 행동하고 있다.


전시를 보면서 느낀 것은 공공디자인은 내심 누군가가 '해주었으면 했던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불편하고 비난받아야 할 사건, 그리고 그 사건의 피해자들에 대해 갖는 연민이 존재한다.

그리고 공공디자인은 연민을 넘어선 '행동'을 하고 있었다.

구호로만 존재했거나, 소홀히 해왔던 가치들을 다루고 있다는 섹션 1의 의미와 부합하는 듯하다.


전시 작품 촬영 - 빨간 안경을 들고 숨겨진 것들을 확인하며 따라가는 참여요소가 있다.

봄 알람의 <잃어버린 임금을 찾아서>에서는

성별 임금격차와 성평등에 대해 관람객이 직접 정보를 얻게 만들며 문제를 인식하게끔 도와준다.


한국 500대 기업에 단 한 명도 여성 임원이 없는 기업의 수와


여성이 더 많아진 직종에서 몇 퍼센트의 임금이 줄었는지도 볼 수 있었다.

여성 디자이너가 증가하면서 디자이너의 임금은 34% 줄었다고 한다.(숙연..)


글에서는 섹션 1의 총 5가지 팀 중 두 가지 팀만 소개하고, 섹션 2로 넘어가 보겠다. 다른 팀의 전시도 좋으니 꼭 가서 직접 보시기를..




섹션 2 <안녕, 낯선 존재>


섹션 2에서는 인류라는 대상을 조금 확장시켜 동물, 생태계, 지속 가능한 대체제 등에 대한

공공디자인을 다루고 있다.


크게 생태적 가치(지속),

문화적 가치(문화)

역사적 가치(기억)를

실현하는 디자인 실천들이 전시된다.


슬로워크팀에서는 로드킬 당하는 동물들을 책갈피로 만들어 전시하였다.


로드킬 당하는 동물을 종류별로 보여주고, 통계적으로 얼마만큼 고속도로에서 로드킬을 당하는지를

보여준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만큼 들고양이가 얼마나 죽는지에 관심이 갔다.



30이라는 숫자는 커 보이지 않지만, 도로 위에서 죽는 동물의 숫자에 대해,


그리고 그 죽음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왜 그 생명체는 죽어야 했나

참고로 고속도로에서 죽은 고라니는 무려 1000마리가 넘었다.


전시에 적힌 글에 따르면

해마다 2000마리 이상의 야생동물들이

고속도로에서 로드킬을 당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 도로의 4%를 차지하는 고속도로에서 만의 수치이기에

그 외의 국도, 일반도로를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클 것이라고 한다.

로드킬은 해마다 증가하지만 예방대책은 미미하다고 한다.


문득 친구에게 거위를 위해, 웰론 패딩을 입어야 한다고 말했을 때,

그렇게 치면 치킨을 먹으면 안 되고, 다른 고기도 먹으면 안 된다는 반응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떤 부분'에서 동물의 권리를 생각하게 되면, 인간의 다른 행동에 모순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같이 고민하고 대안을 찾으려는 발문 자체를 막지는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그런 점에서 실천적인 공공디자인은 발문이 막힐 일이 없는 듯하다.

전시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름대로 생각하고, 나름대로 기억할 것이며

말보다는 훨씬 큰 효과를 지녔을 것이다.


 

다음은 ...

기억에 대한 전시였다.

둔촌주공아파트 단지에서 태어나 계속 살았던 디자이너가 자신의 삶을 기억하고,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과 기억을 공유하며

더 나아가 둔촌주공아파트 단지 재개발에 대해 생각하고,

재개발에 희생되는 다른 생명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는 전시였다.

실제로 둔촌동 고양이 이사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같은 팀에서 진행하는 것 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 외에도 3팀의 전시가 있다.

각자가 모두 생각할 것이 많은 전시들이었다.



전시를 다 보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맘에 들어서 요청해서 받아온 포스터를 벽에 붙였다.

포스터를 붙이면서 행동하는 디자이너이자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연희동 출장 집사를 하루빨리 다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랐다...

내 행적이 세상에 이롭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안녕, 낯선 사람

GOOD BYE, STRA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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