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전 나는 주위사람의 조언으로 병원을 찾아가서 adhd 진단을 받게 되었다.
약을 복용하고 몇 달동안 지켜보니 '아 정상인들은 평소에 이렇게 살고 있구나..' 하는 약간의 배신감(?)과
그간의 인생을 낭비한 것 같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래서 다른사람들도 긴가민가 하면서 이 글을 보고 검사나 받으러 가볼까 하고 가볍게 검진을 받으러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쓰게 되었다. (과연 이 조그만 블로그에서 ?그런 엄청난 영향력이?)
사실 뭐 전문적인 내용보다는 내 개인적인 내용임.
써내려갈 내용은 이렇다
진단받기 전의 나
adhd 의심하게 된 이유
병원에서 확인받음
약 복용하고 난 직후
복용 5개월째 지금
진단받기 전의 나
일단 너무 뻔한 이야기지만 진단받기 전 어렸을때 나는 집중을...전혀 못하고... 진짜 뭘해도 못하는 애였다. 근데 티가 안나서 대충 공부는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못하는애로 부모와 가족에게 찍혀서 측은함을 샀고.. 가끔 과몰입으로 뭔가를 해낼때도 있는데 (?) 그래도 신뢰를 못 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adhd를 이렇게 많이 표시해서 이렇게 쓰겠음)를 겪는 사람들은 조울증 등의 부가적인 질병도 같이 얻게 된다고 하는데 내가 딱 그랬다. 사차원소리는 덤이고.. 겉으로는 멀쩡해보이는 애가 입만열면 깬다고 해서 그말이 너무 듣기싫어서 말 더 막하고 과장되게 사람들을 웃기려고 하고.. 그렇게 친구들과 멀어지고.. 그런 친구가 되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조증의 힘으로 과몰입해서 성과 내려고 미친듯이 일에 매달리고 그러고 나면 힘빠져서 우울의 나락으로 왔다갔다 하는 삶을 많이 살았다. 어느날 사업 기획서 쓴다고 한번 삘받았는데 뭐든지 해낼 수 있을것 같은 전능감과 함께(대표적인 조증증상) 이틀동안 밤을샜는데 잠이안와서 그때 뭔가 잘못됨을 깨닫고 정신과에 갔는데 조울증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는 진단 못받음. 나중에 알아보니 ADHD는 발견되기 어렵다고 한다. 언뜻보면 그냥 조울, 우울, 반사회적 성격장애 등등만 보이기 때문에... 여튼 그렇게 조울증 약만 좀 먹고 약간 괜찮았다가 또 안괜찮아지고 단약..
adhd 의심하게 된 이유
나는 무슨 문서작업을 하면 늘 오탈자가 심하고 뭘 빼먹고 빼먹고 두번세번 체크를 해도 항상 빠져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혹시 동감하고 계신가요.. 그리고 성격도 왔다갔다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감정기복도 심해서 대인관계가 진짜 어려움 가족 연인 친구 다들 나를 '착한것 같은데 갑자기 급발진한다'며 힘들어 함. 그래서 뭘 해도 자신감이 없고 성공한 경험이 없어서 자꾸 의기소침해짐. 그래서 운동만 굉장히 열심히 했다. 성격이 이래놔서 잘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다른것에 집착하는 것 보다 운동에 집착하는게 나을 것 같아서 운동에 과몰입함 (복싱대회 나갈꺼라고 웨이트 무리하게 했다가 어깨도 부서짐.. 선수도 아니고 생활체육인이) 여튼 피나는 노력으로 나름대로 몇 개의 성과가 생겨서 서울에 가서 일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그렇게 취업에 성공해서 간 회사.. 그런데 대표가 꼬투리 엄청 심하게 잡고 내가 작업한 서류 파일 포토샵 레이아웃까지 다열어보면서 성질을 냄.. 물론 먼저는 일을 못한 나한테 책임이 있지만 갠톡으로 나한테 머리 어떻게 된거아니냐?는 식으로 맨날 코멘트 달고 뒤에서 험담 오지게 하는거등 사람을 존나 힘들게 하는 사람이었음. 나 갈구는거 보고 공황와서 퇴사한분도 있고.. 후.. 쓰다보니 빡치네 여튼 그것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으니까 주위에서 adhd 검사 받아보는게 어떠냐는 말을 조심스럽게 꺼냄.
병원에서 확인받음
인터넷에서 자가진단을 100프로 믿을수는 없지만 해봤을때 대부분 해당이 되길래 회사 대표한테 반차내고 갔다와도 되냐고 물어봄. 말할필요없는데 반차때문에 @인걸 말해야했고.. 여튼 진단받아보니 @가 맞았다. 그리고 그 모든걸 정당화하는 회사대표의 반응은 덤... ^^ 여튼 내 경우에 아동때부터 이어진 오래된 @였고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을텐데 힘들지 않았냐고 의사샘이 물어봐줬는데 눈물이났다. 지난세월.. ㅎ
병원에서 확인받고 나니 내 행동들이 내가 못해서만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무슨일을 하든 못해서 위축되었던 기억들, 나는 남들보다 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생각때문에 호구 잡힐 일도 많았음), 일반적인 직업 말고 그냥 아무생각없이 노동하는 직업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아직 이 생각함) 그러지 않아도 되고, 내 선택지가 좀 더 넓어진 것 같아서 안심이 되었다.
약 복용하고 난 직후
가면 집중력 관련 테스트를 하는데 돈이 5만원인가 10만원인가 듬. 비싸지만 궁금한 사람들은 한번쯤 해봐도 좋을 것 같다. 여튼 그렇게 진단을 받으니 약을 복용하게 되었다. 콘서타 18, 아빌리파이 반알.
먹은 첫날은 너무 어지럽고 각성작용 때문인지 좀 조증인간같이 굴었다. 대표한테도 과하게 밝게 이야기하고 , 음악은 헤어스프레이 ost 듣고 너무 재밌고 다 할 수 있을것같은 느낌. 그러다가 저녁에 효과 떨어지면서 너무 어지럽고 지하철 밖으로 걸어나가는 것도 힘들어서 한시간동안 정거장에 앉아있다가 나오고 .. 뭔가 잘못된 건가 싶어서 무서웠는데 첫날만 그랬고 다음날부터는 그럭저럭 적응이 되었다. 그러다가 점점 그 의식이 또렷해지는 느낌..!이 너무 신기했다. 아 이것이 정상적인 사람들의 감각? 하면서 괜히 기쁘고.. 그랬다.
복용 5개월째 지금
그뒤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주로 '이 순간을 인지하고 살아갈 수 있는 기쁨'이 커서 그것에 대해 많이 썼다. 그 전에는 예전이나 미래에 일어날 것 같은 일에만 집중하고 현재를 어떻게 보내고 느껴야 할 지 전혀 모르게 느껴졌는데 현재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소중한 느낌이 들고 그게 너무 좋다. 그리고 뭘 해도 실수가 많이 줄었고 다른사람들 만큼의 업무도 해나가고 있다. (정상인들아 이게 얼마나 큰 장점인지 모르겠지 ?) 그 외에 할말이라면 증량이 있는데.. 날이 갈수록 조금씩 늘어나는 증량을 최대한 안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회사 옮긴 뒤로 27미리 먹을때는 3시 이후로 머리에 쥐가 나서 무슨말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는데 36미리 이후 또렷해져서 늦게까지 일할 수 있게됨.. 이건 막을 수 없다고 한다.
그나마 나는 내가 집착해온 운동과 일정한 생활패턴때문에 약효과가 매우 좋은편이고 안그런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마다 바로 효과가 좋다 나쁘다 말할수는 없다. (당연한 얘기인데 혹시나 누가 물어볼까봐..)
여튼 내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변화가 생겼고 새로 다니는 회사 동기들은 나를 차분하고 정확한사람으로 본다고 하는게 너무 웃기다. 절대아닌데.. 그렇게라도 보이는것에 감사하면서 살고 있는 중이다.
전에 내 자화상을 그리면 눈이 뱅글뱅글 돌고 있는 모습을 많이 그렸는데, 그건 내 성격도 아니고 병일 뿐이었다는게 웃기고 이젠 안그래도 된다는게 안심이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검사 받아봤으면 좋겠다. 물론 진단 안받는 사람도 많을테지만.. 모르죠? 누군가 이글을 보고 검사를 받아봤는데 ADHD일지도? 그런 꿈과 희망을 그리며 이 글을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