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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로리 Oct 04. 2021

복싱, 대체 어디가 좋은가?

앞으로 나가는 용기, 도망치는 용기를 알려주는 복싱


너무 아무사진 안올리긴 뭣해서 올리는 사진.. 





(자기소개를 간단하게 하자면..

나는 복싱을 시작한지는 햇수로는 4년째이고

 1년을 쉬었으니 3년정도라고 보면 될 듯하다. 

생활체육대회 3회정도 나갔고 프로는 준비하려는 찰나 코로나와 개인사정으로..^^ )




주말저녁답게 세상을 저주하면서 회사일을 하다가 딴짓겸 

<왜 복싱이 좋은가?>에 대해 써봅니다


에 앞서 

복싱 추천 안하는 이유..아니 복싱의 특징을 먼저 설명드리자면 

1. 다같이 강해진다 는 느낌이 없음

2. 맞아야 함..







1. 복싱은 혼자하는 운동이다.


복싱은 도장문화의 영향을 받지 않아서 수업 시작시 다같이 인사를 하거나 함께 수련 하지 않는다. 

승급체계 또한 없어서  다같이 승급을 축하하지도 않는다. 혼자 와서 혼자하고 혼자 집에간다. 

그리고 대회를 준비한다? 그럼 혼자 달리기도 할 수 있답니다. 철저히 혼자인 것입니다.




주짓수를 3개월정도 다닌적이 있는데 처음으로  함께하는 재미를 느꼈다(주짓수영업글 아닙니다)

그리고 장비가 예쁘지 않는 이상 뭔가.. 인스타그램에 올리기에도 영 멋진모습이 아님(내 주관적인 생각)




그래서 진입장벽은 쉬운데, 하다보면 좀 .. 재미가 떨어진다.

특히 스파링을 잘 추천하지 않고 / 남자회원들과 해야하는 스파링이 어색해서 하지 않는 경우라면 

아마 더 지겨워지는 때가 빨리 올 것이다...





다같이 음악에 맞춰서 하는 복싱도 있지 않나요?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항상 뮤직복싱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는데요,




뮤직복싱이라는게 나쁘다기보다, 복싱이 뭔지를 먼저 짚어봐야 할 것 같네요.

전설적인 복싱선수 플로이드 메이웨더는 복싱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진짜임, 인터뷰 확인함)







플로이드 메이웨더


"Hit, not get hit"

때리고, 데미지를 적게 입는것이 복싱입니다




복싱에는 필연적으로 때리고 맞는것이 들어있고, 

동작을 위해서는 팔을 뻗는 것 뿐만아니라 

나에게 유리한 거리, 상대에게는 유효하지 않으면서 나에게만 유리한 펀치각도, 

데미지를 싣어 치는 펀치가 포함되어있습니다



뮤직 주짓수, 다이어트 유도라는게 따로 없듯이..


다이어트 복싱은 복싱이라기 보다.. 다같이하는 카디오운동이라고 보는게 맞을것 같아요

물론 제 주관적인 생각이고요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자한테 좋은 뮤직복싱 이렇게만 안해줬으면 좋겠음

왜인지 좀있다 설명드림 ..)





그래서 2.결국 복싱을 잘하고 싶고 하다보면 결국은 맞게 되어있음 




상대가 의도하지 않았어도 상대가 휘두르다 보면 깜짝 놀랄정도로..

강한 데미지가 이마 코 눈 바디에 들어오는 날이 생김.




맞는다는것은 낯설고 이상하게 힘이 빠지면서 

투항하고 싶어지는 기분입니다.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고 이 모든걸 그만두고싶어지고.

내가 내돈내고 여기와서 뭔짓을 하는건가 싶어지죠





그런데.. 

맞는것에 대한 충격은  

복싱의 가장 좋은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

???


왜?




대부분 처음 맞고나면 충격에 얼어버리는 경험을 하는데

 복싱은 그 상태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상대는 나를 공격하려는 의지를 이어가고 있고 나는 여기서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서 

손을 뻗든 위빙으로 펀치를 흘리든 거리를 벌리든지 하는 발버둥을 쳐야합니다.

저는 다이어트 복싱보다 이부분이 더 여성들에게 좋은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뜬금없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집에서 맞고 자랐고..

 알류미늄 야구배트가 휘어지도록 맞은적이 있네요.

(근데 아무곳도 부러지지 않은 나..재능러인가요?) 

맞으면 충격에 정신을 못차리고 스턴에 걸린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곤 했는데요.


그래서 성인 남성이 손만 올려도 깜짝 놀라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누군가 나를 때리면 맞아야할까?

아주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복싱을 하고 어느순간.. 




그 공포를 마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스파링을 처음 해봤습니다.



그리고 맞았는데.. 너무 놀라고 말았습니다.

눈이 번쩍 하고 불꽃이 튀고

처음에는 멍해지고 나도 모르게 등을 보이기도 했구요.

그렇게  여러번 스파링을 하고나니

맞고나서 내가 해야할 일을 곧바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맞으면 당황하지 않고 아 도망쳐야겠다, 손을 뻗어야겠다 

는 판단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에게는 정말 큰 일이었다.


맞아도 놀라지 않고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쉬운일은 아닙니다.


특히 완력차가 나는 상대일 경우 내가 아무리 해도 이사람의 공격을 받아낼 재간이 없다고 느낄때가 많다.

하지만 이건 싸움이 아니라 규격이 있고, 시간이 있어서

손 뻗으면 닿을거리의 상대에게 다가가느냐, 도망치느냐 이 룰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움직임을 보여주면 됩니다.


3분 3라운드 동안 최대한 데미지를 적게 받기 위해 부지런히 거리조절을 해야하고,

상대가 함부로 올 수 없게 펀치를 던진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정확한 펀치와 알맞은 타이밍에 상대에게 최대한 강하게 데미지를 입힌다.




하지만 복싱은 냉정한 종목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보란듯이 부숴버리기도 하고,

관장님들은 늘 '쎈놈이 이기는거지'라고 말합니다.


주짓수등 그라운드에 비해 타고난 강함 (턱, 펀치력, 맷집등)이 좌우하는 부분이 크고

체급을 세밀하게 나누는 만큼 질량에서 굉장히 큰 편차가 일어난다.

실력이 모자라도 완력으로 씹고 상대를 부숴버릴 수도 있습니다.

복싱은 어떤 제압을 하기 좋은 무술도 아닙니다.

(무술이라고도 할 수없다 권도가 아니라 권'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냉정함이 나를 강한사람으로 만들어 주더라구요.




 누가 나를 갑자기 공격해도 

(물론 총 칼은 안됨 그냥 맨손으로 공격한다는 전제하에)

충격에 얼어있지 않게 될 것이며

냉정하게 판단해서 도망칠 것이고,  나에게 주는 위협을 감지하고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는 사람들이, 특히 여성들이 이 경험을 모두 해봤으면 좋겠어요.


특히 맞는 두려움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너무 비장한 복싱글이 되어버려서 머쓱하네요..

하지만 복싱은 어떤점이 좋은가 라고 물어보면

 용기를 주는 운동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한발짝 다가가는 용기와


과감하게 물러날 수 있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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