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에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쓴소리를 하지 못했다. 거절조차 내겐 어려웠다. 그때부터 쓴 건 삼키고, 단 건 뱉었다. 공감을 던지고, 위로를 건네고, 응원을 해줬다. 하지만 정작 나에게는 그러지 못했다.
하루는 기분이 상하는 일이 있었다. 단순한 상황이었지만 단순한 감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내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알맞은 단어’를 고르냐고 말할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기분이 나쁘지 않을까. 괜히 상처받으면 어떻게 하지. 그때마다 그냥 삼켜버렸다. 그러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쓴 게 몸에 좋다고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독이 되었다. 어루만지지 못한 감정이 불어났고, 이내 쌓이게 되었다. 둥글던 과거가 점차 날카로워졌고, 현재에 상처 내기 시작했다. 그때에야 비로소 욕심을 내려놓기로 했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게 공감을 던지고, 위로를 건네고, 응원을 해준다. 나는 불쾌한 감정을 말하거나 부탁을 거절하는게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피하지 않는다.
모든 감정에 솔직해지기, 그것이 내가 깨달은 쓴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