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회보 기고 후기

나름 의미 있었던 인생 중간 정리 (?)

by 시카고 최과장


내가 졸업한 대학교 동문회보에 갑자기 기고문을 이번에 올리게 되었다.

원래는 동문회 홈페이지 상에 에러를 지적하는 이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시작되었는데...

이상하게 말리면서(?) 동문회보에 기고문까지 써서 올리게 되었다.


기고하게 된 코너는 '만나고 싶었습니다. 우리 동문의 오늘'이라는 코너인데,

졸업 동문들의 현재와 그에 관련된 이야기를 온라인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하는 코너이다.

Alumni_Today_Corner_00.jpg


갑자기 기고문을 쓰게 되어서 그런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촉박했고,

글 쓰고 퇴고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길었고, 또한 많은 과정을 거쳐야 했다.


기고문 초안과 기고문에 첨부될 사진을 보내고 나서도, 글 초안 확인 및 피드백 과정...

디자인 업체를 통해 글과 사진을 적절히 배치하고 난 후에도 초안과 피드백 과정을 여러 번 거쳤다.




학교 졸업 후의 나의 커리어와 삶에 대해서 되돌아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렇게 급작스럽게나마 동문회보의 기고문이라는 형식을 통해서

그동안의 여정을 정리해 보는 계기가 된 것은 나에게 상당히 큰 의미가 있었다.

Choi_2_Thumbs_Anime.jpg A.I 로 만들다가 중도 포기 선언했던 그림


한국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면서 USMLE를 준비하다가...

6급 병역 면제를 받고 USMLE 완료하고...

메이요 클리닉에서 외과 인턴을 시작하게 되고...

뉴욕으로 넘어가 마취과 레지던트로 전과를 하고...

보스턴과 뉴욕에서 중환자 의학과 이식 마취과 펠로우 수련을 마치고...

코로나 시절에 뉴욕의 한복판에서 밀려오는 중환자에 대응하고...

중환자 의학과 이식 마취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형식의 기회가 아니었으면, 내가 과연 이렇게 정리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까?






물론 약간 짜증이 났던 점도 분명 있기는 했다.


처음에 내 기고문 원고를 제출할 때에는, 웬만하면 이번 호에 실렸으면 좋겠다고 해서...

나는 당연히 동문회보 원고가 엄청 부족한데도, 아무도 기고를 안 하나 부다 하고...

있는 시간 + 없는 시간 쪼개서 열심히 초안 작성하고, 여러 번의 피드백 과정을 거쳤는데...


막상 발간된 동문회보를 보니, 같은 코너에 이미 다른 동문의 기고문이 자리 잡고 있었고,

내 기고문은 거의 곁다리 수준이었다.


내 기고문이 코너의 적통(嫡統)이 아니고, 곁다리라고 보는 이유는 간단했다.

'만나고 싶었습니다. 우리 동문의 오늘'이라는 코너는 최근에 동문회보에 신설된 코너였지만...

코너의 한 가지 특징이 있었는데...


학교 건물 담벼락 어딘가에 쓰여있는 문구인...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밑에서 포즈를 취한 사진이 반드시 들어간다는 것이다.

Lk_10_37_Generic.jpg 학교 건물 어딘가에 쓰여 있는 누가복음 10장 37절 말씀


급작스럽게 기고하게 되어서 나는 이 포즈의 사진이 당연히 없었으므로...

내 기고문은 비록 '만나고 싶었습니다. 우리 동문의 오늘' 코너의 적통 (嫡統)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생의 중간 정리 혹은 중간 정산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나름 보람찬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내 기고문을 읽을 동문들이 나랑 같은 생각일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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