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체험학습을 쓰고 남편, 아들과 함께 고성으로 봄 여행을 다녀왔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학교생활이 이어지다 보면 아들이 어느 순간 힘들어하는 게 느껴져서 봄이나 가을에 자체 방학으로 여행을 하곤 한다.
봄 방학, 가을 방학이 존재하지 않으니 알아서 쉬어가는 개념이다.
2박 3일의 여정이었다.
15일이 공휴일이라서 아들은 월, 화만 등교를 하고 수요일부터 쭉 쉬게 돼서 너무나 좋아했다.
리조트 안에 작은 규모의 워터파크가 있어 하루는 온종일 물놀이를 하기로 했다.
목요일 아침에 출발을 했다.
평일이라 막히는 구간이 하나도 없어서 빨리 도착했다.
아야진 해변으로 가서 돈가스를 먹고 바다가 환히 보이는 카페에 앉았다.
바닷가는 맑았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서 생각보다 추웠다.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앉아 있는 것이 최선이었다.
남편이 옆에서 "당신이 좋아하는 쨍한 바다 뷰네." 했다.
그렇다.
나는 이런 바다를 좋아한다.
바다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너그러워진다.
인자요산, 지자요수라고 했던가.
나는 지혜로운 사람인 건가. 훗!
하염없이 바다를 보면서 셋이 앉아 있었다.
체크인 시간이 되어 리조트로 향했다.
이번 숙소는 울산바위가 보이는 곳으로 정했다.
경치도 좋고 한적해서 좋았다.
숙소에서 좀 쉬다가 속초관광수산시장에 갔다.
지하 회센터에서 회를 뜨고, 만석 닭강정을 포장해 오는 것이 정해진 코스이다.
돔과 자연산 광어회, 닭강정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셋이서 회를 먹으며 "행복하다!"를 외쳤다.
행복했다.
다음날 일어나니 감기 기운이 있었다.
사실 어제부터 그랬다.
약도 챙겨 왔다.
나는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남편과 아들은 오션플레이를 가기로 했다.
둘을 보내고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잤다.
세상 편했다.
자다가 배가 고파져서 김치찌개를 끓여 밥을 먹고 약을 먹고 누워 있었다.
여행 와서 혼자 쉬어 본 적이 없었다.
너무나 좋은 거였다.
자다 일어나 보니 남편에게 전화가 세 통이나 와 있었다.
아픈 마누라가 걱정이 됐나 보다.
3시가 가까워진 시간이었다.
남편에게 전화를 했더니 지금 샤워를 하고 락커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다고 했다.
아니? 왜? 아직 폐장 시간까지는 한참이나 남았는데?
아들이 엄마가 너무 걱정된다고 룸으로 가자고 한다고 했다.
아니. 난 아주 괜찮으니까 더 놀다 와.
아들이 엄마가 없으니까 재미가 없다고 간다고 한다고 한다.
결국,,,
아들은 나에게 왔다.
나는 이제 씻고 산책을 하려고 했었다.
아들은 엄마가 이젠 괜찮은지 물었다.
많이 좋아졌으니 같이 산책을 가자고 했다.
리조트에서 산 쪽으로 산책로가 나 있었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산책하기에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였고 하늘도 너무 맑았다.
둘이 30분 정도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마지막날엔,
체크 아웃을 하고 봉포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비치 감성이 물씬 풍기는 카페로 갔다.
야외에 자리를 잡고 커피와 와플을 먹었다.
해변과 이어지는 카페였다.
모든 게 너무 좋았다.
아들은 역시나 바다 앞에 섰다.
바다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엄마는 바다를 보면서도 니 생각을 하는데..
언젠가 저 푸르고 거대한 바다 위를 니가 자유롭게 넘나들수 있게 되는 날이 오리라는 기대를 하곤 해.
지금은 두렵기도 하고 한편으론 저 바다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호기심이 일기도 하겠지.
바다는 시작이면서 끝이고, 온화하면서 광포하고,
거침없으면서 망설여지는 대상이지.
그래서 바다를 좋아한단다.
넌 바다를 닮은 아이지.
바다를 넘어서렴.
바다를 이기려고 하지 말고,
바다의 모든 것을 사랑하렴.
아들 넌 그렇게 할 수 있어.
이번 봄 방학도 좋았다.
그지없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