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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드레 Aug 20. 2024

SNS 상술에 농락당하기

아들이 인스타에서 유행하고 있는 두바이 초콜릿을 맛보고 싶다고 노래를 했었다.

이게 대체 뭔가 싶어 찾아봤더니,,

초콜릿 사이에 카다이프면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를 섞어 넣어서 만든단다.

이게 뭐라고 품절 대란을 일으키고,

아들 친구들 사이에서도 먹어 본 아이가 적다고 했다.

편의점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는데 아들이 갈 때마다 없다고 했다.

셰프가 꿈인 아들은 새로운 맛을 경험해 보는 걸 즐긴다.

SNS에서 핫한 음식들이 나오면 무척이나 관심을 기울이고 먹어보길 원한다.

하여튼 그놈의 SNS가 애들 다 망치고 있다.

그렇다고 24시간 쫓아다니며 못 보게 할 수도 없고.

참 문제긴 문제다.


아들덕후인 이 에미는 아들이 너무 궁금해하니 한번 먹여봐야지 싶어 판매하는 곳을 검색해 본다.

디저트 카페나 케이크 전문점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시내에 유명한 곳이 있어 그곳을 가기로 한다.

인기 상품이라 판매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고, 1인당 2개 이상은 팔지 않는다 했다.

3시에 제품이 나온다고 나와 있길래 그 시간에 맞춰 아들과 같이 갔다.

아들은 너무 설렌다고 했다.


공용 주차장에 주차하고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초콜릿이 없었다.

4시로 나오는 시간이 변경됐다고 한다.

날씨는 덥고 짜증이 확 솟구쳤지만, 다른 데 가서 사자고 아들을 설득한다.

차로 돌아와 다시 폭풍검색을 한다.

근처 케이크 전문점에서도 판매를 하고 있었다.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해 먼저 전화를 했다.

다행히 초콜릿이 남아 있다고 했다.

차를 빼서 그곳으로 향한다.

주차할 자리가 없어서 몇 바퀴를 돌다가 간신히 유료 주차장을 발견하고 주차를 했다.

날이 너무 더워서 가게까지 걷는 7분 남짓한 시간에 땀이 주르륵 흐른다.

속으로 애들 주머니 털어가는 더러운 상술이 난무하는 이 시대를 욕한다.

이게 뭐라고 이러고 다니는 내가 우습기도 한다.

아들은 그 사이 품절이 될까 봐 뛰어간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 카운터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초콜릿을 확인하고 나니 안심이 된다.

이곳에서도 1인당 2개 이상은 판매하지 않는다고 했다.

2개를 사고 황치즈 쿠키도 하나 산다.

초코파이보다도 작은 사이즈 하나가 8,500원이란다.

너무 비싸다.

그래도 아들이 원하니 어쩔 수 없다.

포장을 해서 차로 돌아와 집으로 향한다.

아들은 초콜릿이 더운 날씨에 녹을까 봐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라고 한다.

이게 뭐라고?? 신줏단지 모시듯 한다.

하나를 먹어보라고 권한다.

포장을 벗겨 입에 넣는 아들의 얼굴을 백미러로 본다.

아들의 얼굴이 만족의 웃음으로 환해진다.

나도 한 입 달라고 한다.

먹어보니,,,,,,,,,,,,

맛있다????

일반 초콜릿보다 덜 다면서 촉촉하고 부드럽고 바싹한 식감이다.

아 이래서 그렇게들 난리구나 싶다.

아들이 금세 하나를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운다.

"엄마! 이제 맛봤으니까 됐어.

그동안 너무 궁금했는데 사 먹어 보니까 속이 다 시원하다."

"그렇게 궁금했어?"

"응, 근데 진짜 맛있긴 하다."

"집에 가서 남은 하나도 마저 먹자."

"그래, 좋아!"

둘이서 그 더운 날에 그걸 사겠다고 그렇게 돌아다닌 게 재미있었다.

SNS를 그렇게 욕하면서도 나도 그런 시류에 편승할 수밖에 없는 귀 얇고 유행에 민감한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래!

뻔히 알면서도 농락당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지.

엄청난 손해를 일으키는 것만 아니면 또 어떤가 싶기도 하다.

아들이 저렇게 행복해하니 농락당해도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세상의 모든 맛이 궁금한 아이이니 할 수 있으면 많이 경험하게 해 줘야지 하면서 무한 긍정의 에너지를 끌어올려 본다.


저녁에 퇴근한 남편의 한 마디에  빵 터진다.

"그래서 카타르 초콜릿인지 뭔지는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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