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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드레 Feb 20. 2024

스트라이크!

요즘 아들과 매일 집에서 같이 하는 게임이 있다.

다이소에 갔다가 5000원을 주고 사 온 미니 볼링 게임이다.

이렇게 생겼다.

크기는 앙증맞지만 제법 재미있다.

저 작고 동그란 볼을 굴려 화살표 가운데로 정확하게 들어가야 스트라이크가 나올 수 있다.

힘을 무조건 세게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하나, 둘, 셋에 맞춰 반동을 이용해서 부드럽고 정확하게 굴려야 10개의 핀을 모두 쓰러뜨릴 수 있다.

아들이 이걸 너무 좋아한다.

처음엔 무식하게 힘으로 밀어붙였지만 이제는 요령을 터득했다.

돌아가며 세 번씩, 30점이 만점이다.

처음엔 내가 우세했는데 요즘엔 아들이 나를 이기고 있다.

세 번 다 스트라이크를 칠 때가 많다.

둘이 동점이 나오면 승부가 날 때까지 이어간다.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계속되다 보면 실수가 나오게 되고 실수를 하는 사람은 지게 된다.

집중력도 중요하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여지없이 우측이나 좌측으로 볼이 쏠리게 된다.

이 작은 미니 볼링에도 삶의 법칙이 작용한다.

균형과 집중, 그리고 자기를 믿어야 한다는 것!

매일 아침을 먹고 나면 둘이서 이 게임을 한다.

저녁에 아빠가 퇴근하면 셋이서 한다.

셋이서 볼링을 하고 윷놀이나 보드 게임을 하면서 저녁을 보내고 있다.

각자 핸드폰을 보면서 보내는 것보다는 훨씬 유익하고 즐겁다.

무엇보다 아들이 이 시간을 너무 좋아한다.

긴 겨울 방학 동안 5000원짜리 미니 게임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다이소에 감사 상패라도 주고 싶다.

방학 동안 알까기에서 오목으로 종목을 바꿔 가며 바둑돌과도 많은 시간을 보냈다.

매번 나에게 지기만 하더니 어제는 처음으로 오목에서 나를 이겼다.

바둑을 가르치고 싶은데 내가 완전 하수라 바둑 공부를 시작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바둑은 정말 집중력을 많이 요하는 경기이기에 아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긴 방학이 끝나가고 있다.

외부 활동에 제약이 많다 보니 겨울 방학이 많이 힘들었다.

아이를 챙겨야 하니 시간을 수가 없었다.

어젯밤에 자기 전, 아들이 나를 안아주고 싶다면서 안아주었다.

그러다가 눈물을 흘렸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갑자기 눈물이 난다면서 엄마를 사랑해서 그런가 보다고 했다.

방학 동안 싸우기도 많이 하고, 서로 삐져서 말도 안 한 적도 많았는데 그렇게 말하는 아들을 보니 여러 감정이 몰려왔다.

아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와 문제를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확연히 느끼게 되면서 엄마로서의 고민도 많아졌던 방학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잘 지냈고, 앞으로도 잘 지내게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속도는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아이이다.

나도 그렇게 꾸준히 성장해 가고 있다.

인생에서 항상 스트라이크를 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내가 던진 볼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굴러갈 수도 있고, 휘어져서 몇 개 안 되는 핀을 겨우 쓰러뜨리게 될 때도 있다.

그럴지라도 포기하면 안 된다.

꾸준히 하다 보면 다시 스트라이크를 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스트라이크!

아들이 의기양양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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