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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드레 May 10. 2024

핑퐁

요즘 탁구 레슨을 받고 있다.

난 탁구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테니스나 골프 등 여타의 공을 치는 운동들은 폼이 우아하다.

그에 비해 탁구는 뭔가 좀스럽게 보인다고 해야 할까.

손동작도 발동작도 깨작깨작 하는 느낌이 들어서 관심이 없었다.

탁구는 주로 나이 많으신 분들이 치는 운동으로 여겼다.

그리고 무엇보다 탁구복은 너무 촌스럽다.

나는 운동은 폼이 반이고 의상과 장비가 나머지 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물론, 실력이야 기본이고 말이다.


10여 년간 운동을 멀리하며 살다 보니 이제 내 몸이 너무 둔해지고 체력도 고갈된 느낌이 들었다.

지난 겨울에 특히 몸이 많이 아팠다.

안 되겠다 싶어 운동을 시작하겠노라 결심을 했다.

친구들이 골프를 많이 하니까 배워서 같이 치자고 했다.

배우다 말았던 테니스를 더 배워볼까 싶어 레슨도 문의해 보았다.

동네 언니는 같이 점핑을 하자고도 했다.

그런데 내겐 걸림돌이 하나 있었다.

바로 디스크란 놈이다.

주치의한테 문의해 보니, 골프나 테니스는 하지 말라고 했다.

점핑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럼 무슨 운동을 해야 하나요?

수영이나 가벼운 등산, 걷기가 가장 좋단다.

많이 뛰거나 허리를 많이 돌리게 되는 운동은 금물이다.

집에서 한 달간 워킹머신을 하는데 정말 재미가 없었다.

그러다가 친구가 자기가 탁구를 치는데 한번 놀러 오라고 했다.


집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갔다가 친구와 사람들이 탁구를 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들은 땀을 뚝뚝 흘리면서 정말 열심히 탁구를 쳤다.

레슨을 받아서인지 막치는 게 아니라 절도 있게 탁탁, 그러면서도 유연하게 탁탁 쳤다.

멋졌다!

바로 등록을 했다.

그렇게 탁구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고 있다.

탁구도 몸을 숙여야 하고 코어가 핵심인 운동이지만 내가 스스로 무리가 가지 않게 잘 조절하고 있다.

탁구장에 가면,

이렇게 좌우로 탁구대가 8개 있다.

한쪽에선 레슨을 받고 반대쪽에선 자유롭게 게임을 한다.


요즘 내가 가장 친하게 지내는 녀석이다.

자동으로 공이 나오는 머신이다.

코치와 20분간 레슨을 하고 나서 저 앞에서 혼자 연습을 한다.

세팅을 해 놓고 공이 튕겨져 나오면 맞춰서 반대쪽으로 넘긴다.

하루에 600-1000개가량의 공을 치고 있다.

기계 앞에서 공을 치다 보면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그냥 공과 나만 있을 뿐이다.

기계적으로 팔을 올리게 된다.

잡생각을 할 틈이 없어서 좋다.

처음엔 공을 맞추기도 힘들었는데 이젠 거의 다 넘기고 있다.

혼자 기계랑 치고 있으면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언니들이 와서 같이 게임을 하자고 한다.

그러면 반대쪽 코트로 넘어가 언니들과 공을 주고받는다.

60대들이신데 굉장히 열심히 하신다.

한 달밖에 안된 것 치고는 나는 공을 잘 넘기는 편이다.

운동 신경이 좋다고 다들 칭찬을 한다.

공은 잘 치지만 폼은 엉망이다.


처음엔 탁구를 우습게 생각했는데 해 보니 쉬운 운동이 아니었다.

단순히 공을 넘기는 게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공이 오든지 몸이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폼이 일정해야 하는 운동이었다.

친구도 2년이 되었는데도 레슨을 받고 있었고, 5년 10년 이상 치신 분들도 어렵게 느껴진다고 하셨다.

처음엔 도통 감을 못 잡았는데 한 달이 지나니 조금씩 감이 온다.

그러면서 재미가 생기고 있다.


내가 혼자 연습을 하고 있으면 잘 치는 분들이 와서 폼을 교정도 해 주고, 조언도 해 주신다.

또, 사람과 많이 쳐 봐야 한다며 같이 쳐 주시기도 한다.

자기들도 초보 때가 있었다면서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 하기만 하라고 하신다.

그러면 어느새 멋지게 공을 척척 받아칠 수 있게 된다고.

완전 초보인 나는 나를 위해 공을 쳐 주시는 그분들이 너무 고맙다.

다들 친절하고 따뜻하다.

잘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멋지게 치고 싶다.

그렇게 2시간 이상을 탁구장에 있다가 온다.

땀도 많이 나고 계속 치다 보면 힘이 든다.

당이 떨어질 즈음에, 같이 간식도 나눠 먹고 커피도 먹고 수다도 떤다.

혼자 하는 운동보다 이렇게 상대가 있는 운동이 좋다.

상대방과 호흡을 같이 하며 땀을 흘리다 보면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탁구장도 사람들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탁구에도 기본 용품이 많이 필요하다.

라켓, 운동화, 탁구복.

매일 땀을 흘리고 빨아야 하니 운동복이 특히 많이 필요하다.

매일 탁구 용품을 검색하고 있다.

운동은 장비빨이니까.

꾸준히 열심히 해서 멋지게 치는 내 모습에 내가 뻑이 가는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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