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스로 책을 만들기 위해 1인 출판사를 만들다.
처음 '꿈공작소'가 탄생한 곳은 학교였습니다. 내가 교사이던 시절 아이들과 함께 하던 과학동아리가 그 시작이었습니다. 과학과 관련된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나의 꿈을 이뤄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었지요. 1인 출판사를 만들면서 나의 이야기가 책이 되는 꿈, 그 꿈을 만들어보자는 의미로 예전 과학동아리의 이름을 따와서 '꿈공작소'라고 지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첫 꿈이 바로 이것입니다.
뭔가 좀 어설프지요? 편집 기술도 제대로 없고, 디자인도 제대로 배우지 않은 상황에서 나 혼자 모든 작업을 진행한 첫 책입니다. 처음 이 책은 이렇게 정식 출판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대학가의 제본소에서 제본한 책을 우리 반 아이들끼리만 나눠 가졌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학교를 그만두고 1인 출판사를 만들었을 때 만들고 싶은 첫 책이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잠깐 해 보겠습니다.
2013년, 담임을 맡았던 아이들의 가을소풍을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뭔가 조금은 특별한 소풍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지하철이 아닌 기차를 타 본 적이 있냐고? 단 두 명만이 기차를 타 보았다더군요. 그래서 생각합니다. 이번 소풍은 기차를 타고 가야겠다!
당시 내가 근무하던 학교는 마산에 있었습니다. 마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어디를 갈까 고민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소풍으로 가는 곳이니만큼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장소를 정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정한 곳이 부산이었습니다.
먼저 아이들은 10개의 모둠으로 나누었습니다. 아이들이 알아서 나누도록 했습니다. 단, 한 모둠에 4명이 넘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소풍 이야기를 책으로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려면 글감이 있어야 되고 최소한 10개의 모둠이 있어야 어느 정도 책이 모양새를 갖출 것 같았습니다.
먼저, 계획서를 받았습니다. 부산에 가거든 어떤 것을 할 것인지 모둠별로 계획을 세우라고 했습니다. 여기에는 조건을 걸지 않았습니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으로 계획을 세워보라고 했습니다. 남포동에서 쇼핑을 하겠다는 여자아이들부터, 부산의 당구장을 체험하고 싶다는 녀석, 해운대 아쿠아리움을 갔다 오겠다는 녀석까지 다양한 계획이 세워졌습니다. 나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이 계획대로 우리는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떠났습니다. 부산역에 도착해서는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안내한 후에 자유롭게 흩어지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녀왔던 소풍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는 내가 1년 동안 담임을 하면서 찍은 아이들의 사진을 담았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담은 책은 분명 팔릴만한 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소중하지 않은 이야기가 담긴 책도 아닙니다. 이 아이들이 1학년 때 제본된 책을 받았을 때도 너무나 좋아했지만, 2년 뒤 내가 학교를 떠나고 깜짝 선물로 이 책을 만들어 보내주었을 때는 더욱 좋아했습니다.
이 정도면 이 책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굳이 왜 이렇게 정식 출판물로 책으로 만들었나라는 생각을 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이렇게 책을 만들면 판매가 가능해집니다. 판매가 가능하다는 얘기는 동네의 도서관에도 이 책이 들어갈 수가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 동네 도서관에 내가 쓴 책이 꽂혀있다. 아이들에게 큰 선물이지 않을까요? 나의 작은 재주로 아이들에게 기억에 남을 선물을 해 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조금 더 나아가 내 주변에 이런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거기에 내 꿈도 살짝 얹어보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지는 않겠지만 누군가에겐 특별하고 의미 있는 책을 하나씩 하나씩 이 '꿈공작소'에서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이 또한 나의 작은 꿈 중의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