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그리움을 보낸다

세월호와 함께 별이 된 단원고 2학년 2반 이혜경에게

by 꿀벌 김화숙


뷰티 아티스트 긍아 혜경아!


너를 부르니 메이크업 박스며 매니큐어 박스가 내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구나.


네 꿈은 뷰티 아티스트. 미용학원 등록하던 그날 넌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사람처럼 행복했지. 다양한 화장법을 배우며, 특히 신부화장 전문가가 되고 싶어 했지. 미용학원 선생님한테도 잘한다는 칭찬을 들었지. 엄마와 언니에게,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하는 뷰티 아티스트 혜경이었어. 넌 틀림없이 사람을 더 빛나게 하는 예술가로 살았을 거야.


너를 알게 되어 정말 기쁘구나. 너에 관한 책을 읽으며 너와 며칠을 함께 지낸 거 아니? 무슨 책을 읽었냐구? 응 말해줄게. 우선 네 약전 <초록, 오렌지, 분홍, 빨강>을 몇 번이나 읽었지. 엄마가 쓰신 <그리운 너에게> 편지를 읽고 엄마의 구술 증언록 <그날을 말하다>를 읽었어. 엄마의 육성은 눈물 없인 읽기 힘들었단다.


엄마가 쓰신 책 중 가장 놀라운 책이 뭔지 아니?


엄마(유인애 님)의 시집 <너에게 그리움을 보낸다>와 산문집 <그리운 길은 참으로 모질다>였어. 2014년 4월 16일 그날 이후 엄마는 너를 그리며 날마다 시를 쓰셨구나. 네 방 네 책상 컴퓨터 앞에서, 네 동복 교복 상의가 걸쳐진 네 의자에 앉아서 말이야. 글을 쓰지 않고는 하루도 견딜 수 없었을 엄마. 백 번 공감하며 나는 가슴으로 읽었어. 그 모진 시간을 글쓰기로 견디신 엄마께 자꾸 감사합니다, 하면서 읽었어.


네가 집에서 불리던 이름으로 불러 본다. 긍아! 혜경아!


엄마의 책들과 넌 지금 함께 있지? 엄마의 사랑스러운 작은 딸 긍아! "너에게 그리움을 보낸다"를 읽으며 너와 엄마와 우리 셋이 수다를 떨었구나. 역시 글의 힘이지. 이 많은 시를 쓰며 엄마는 얼마나 아파하셨을까. 너의 배냇저고리 이야기를 읽는데 그리움의 냄새가 전해지고 눈물이 스며들었어. 네 꿈이 담긴 매니큐어 상자는 아직도 널 기다리는구나. 금요일에 만나는 1학년 9반 모임 '금구모 친구들'은 어떻고.....



아~~ 네가 수학여행 떠나던 날 아침 장면을 그린 '마지막 포옹'은 어제 일인 양 생생하더구나. 엘리베이터 타러 가는 널 엄마는 설거지를 멈추고 다시 불렀지. 고무장갑을 벗고, 잘 다녀와, 재미있게, 라 말씀하셨지. 따뜻이 안아주고 안겨 준 모녀. 마지막 포옹이 될 줄 누가 알았겠니.



혜경아! 내가 무슨 말을 더 쓸 수 있을지 모르겠어.

오늘은 긴 말보단 엄마가 쓰신 시를 너와 함께 읽고 싶구나. 그게 좋겠지? <너에게 그리움을 보낸다> 64편의 시 중에 7편을 골라 봤어. 엄마께 존경과 감사를 보내며, 너를 그리워하며, 내가 천천히 낭독해 볼게.


사랑스러운 혜경이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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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아도 아프다


뒤돌아보아도 아프다.

시간을 가슴에 짓이겨 뭉갰지.

멈추어도 아프다.

시간을 어미 발꿈치로 짓밟고

한 발짝 떼어도 아프다.

시간은 뇌리에 정박해 있다.


2014. 4. 16.


사랑하는 딸 앞에서

죄 많은 엄마는 눈물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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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포옹


지그시 눈을 감는다

그날의 아침 속으로

잃어버린 순간을 잡는다

그날 아침 딸과 나의 짧은 시간

살포시 감싸 안은 그날 아침

부엌에서의 포옹 장면

나는 한 장의 각인된 수채화를 완성했다

사랑스럽게 안아주고

사랑스럽게 안겨주던

따뜻한 심장이 맞닿은

엄마와 딸의 마지막 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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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사망신고


'아비의 정',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린다

너무 갑작스런 비보는 부녀의 장막을 무너뜨리고

오십 평생 와서 한(恨)을 새긴다

'부모'라는 갖고 싶은 두 글자 살며시 덤으로 주더니

이토록 통렬히 찢기는 가슴에 너를 담아

세상과 이별을 고하는구나

내 손으로 너를 지워야 하는 죄책감

하염없이 미안해서

눈물이 손에 쥔 용지를 적신다

진정 이 손이 싫구나

생을 돌고 돌아도 만날 수 없는 인연

만남의 회포를 가져보는 세상이란

꿈에서나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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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눈물


사진 속 딸내미 머리를 쓰다듬는다.

한 가닥씩 한 가닥씩 내 손이 지날 때마다

생전에 느껴지던 머릿결

손끝이 아주 찼던 딸, 손가락에 내 손을 댄다.

엄마 온기 느껴보라고

예쁜 눈, 긴 속눈썹 뷰러하고

언제나 나를 바라보며 웃었지.

금방이라도 껌벅거릴 것 같은데

오똑한 코로 가끔씩 찡긋하던 버릇

지금은 하지 않는구나.


작은 입술 선 따라 엄마는 그린다.

딸 보고 이야기하자고

목소리 들은 지 언제일까 먹먹하다.

어느 한 곳 놓치지 않고 어루만진다, 매일매일.

"사랑해 해경아

미안해 엄마가 만날 때까지 잘 지내고 있어야 해" 하며

엄마는 운다.

딸이 웃고 있는 사진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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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냇저고리


오늘 장롱 서랍 속 깊숙이 흔적을 찾아 눈과 손을 빌린다

신생아 때 입었던 배냇저고리, 두 벌이 예쁘게 개어져 있다

큰 아이 입히고 작은 아이도 입혀서 앞섶 부분이 누런 배냇저고리

손을 쫙 펴서 재어보니 한 뼘하고 반 정도

요렇게 작았구나.


얼굴 대보며 17년 전 아기였던 너의 냄새 맡는다.

아기 분과 젖 냄새, 분유 냄새

그 냄새를 애써 찾는다.

내 분신이었고 내 사랑을 한없이 준 아기

요 배냇저고리 다시 입히면 좋으련만

지난 흔적만 아련하게 끌어낸다.

그래도 이 순간 배냇저고리 입은 아기는

내 품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다.

사랑해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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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구모 아이들


우정을 아름답게 꽃피웠다

교정 곳곳 발길 닿는 곳

열정의 씨앗

일 학년 입학부터 흩날렸지

순수한 감성 첨가제 한껏 마시며

꿈이란 큰 그릇에 마음을 꽉 채운

풋내기 여고생 '금구모' 예쁜 꽃들

사월 벚꽃처럼 아름다워야 할 꽃

가슴에 한 서린 채 짓밟혀

세상의 눈길을 사로잡았구나

얼마나 무서운 극한을

떨리는 입술로 불렀을까

아빠 엄마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단원고 '금-구-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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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큐어


서랍 속 각양각색 조그만 병들

주인을 기다리는 걸까.

길게 목을 빼고 있다.

한 번씩 어지럽게 왼쪽으로 돌려준다.

"야, 신난다 우리 세상."

길쭉하니 예쁜 손톱

곱디고운 조각보 깔아주고

뭉툭하니 양말 속 발톱들

화려한 조각보를 깐다.


빨간 조각보 하얀 물방울

똑 똑 똑 떨구고

파란 조각보에 노란 하트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주황 조각보에 연두 사과 올려놓았다.

"엄마 예쁘지?"

"언니 마음에 들어?"

세심한 손놀림의 주인 손길

오늘도 기다리고 있다.

서랍 속에서


(세월호와 함께 별이 된 단원고 2학년 2반 고 이혜경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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