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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장미인가 가시인가

노적봉 장미정원에서

by 꿀벌 김화숙


장미와 가시/ 김승희



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장미꽃이 피어난다 해도

어찌 가시의 고통을 잊을 수 있을까

해도

장미꽃이 피기만 한다면

어찌 가시의 고통을 버리지 못하리오.


눈먼 손으로

삶을 어루만지며

나는 가시투성이를 지나

장미꽃을 기다렸네.


그의 몸에는 많은 가시가

돋아 있었지만, 그러나,

나는 한 송이의 장미꽃도 보지 못하였네.


그러니, 그대, 이제 말해주오,

삶은 가시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

아니면 장미의 가시인가, 또는

장미와 가시인가를.



레드플라넷, 마운트샤스타, 루이스드퓨네, 니콜, 히오기, 몽파르나쓰, 프린세스드모나코, 오클라호마, 란도라, 블루문, 람피온, 바카롤, 골드하트, 핑크피스, 티네케, 프루이트, 퀸엘리자베스, 탄쵸.....


장미의 계절이다. 노적봉 장미정원에 절정으로 꽃이 피었다. 장미꽃 사이를 걷고 걸었다. 장미꽃마다 다른 이름이 있어 불러보았다. 색깔도 봉오리 모양도 크기도 분위기도 제각각 달랐다. 한송이 한송이 장미 앞에서 바라보고 쪼그리고 앉아 바라보았다. 이름을 불러주고 말을 걸어 보았다. 장미꽃 향기에 잠겨 호흡하고 노래하였다.


가시 없는 장미꽃은 없었다. 화려하고 요염한 꽃잎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뾰족한 가시가 줄기마다 촘촘했다. 손으로 가시를 만져보았다. 과연 뾰족하고 힘이 있었다. 찔리면 장미꽃보다 붉은 피가 솟구칠 것 같았다. 꽃송이 가까이에 그토록 카메라를 들이대었건만, 가시에겐 그러지 않았다. 돌아와서 보니 가시를 가까이 찍은 사진은 하나도 없었다. 가시 없는 장미는 없었음에도, 사진에는 화려한 꽃만 가득했다.


장미에게 가시는 뭘까? 나는 장미에게서 꽃만 보고 싶었을까? 가시는 왜 보고도 못 본척 돌아왔을까? 내게 가득한 가시가 다시 보인다. 삶은 가시투성이 장미, 장미에 가려진 가시인가.


그대 말해주오. 삶은 장미가시인가 가시장미인가. 삶은 장미인가, 가시인가, 또는 장미와 가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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