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발, 팔방미인 주희는 엄마와 하나

세월호와 함께 별이 된 단원고 2학년 10반 김주희에게

by 꿀벌 김화숙

엄마 딸, 우리 주희와 엄마는 아직도 하나야

앞으로도 영원히 하나일 거고,

너무 보고 싶고 그립고 사랑해.

우리 딸을 위해 엄마가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하다 갈게.

기다려. -주희 없는 주희 생일에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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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발 팔방미인 주희야!


너를 생각하면 엄마가 나란히 떠오르곤 해. 그건 아마도 사진 한 장 때문일 거야. 백 마디 말보다 글보다 사진이 더 빨리 잘 다가오는 경우 있잖아? 네 사진도 그래. 태권도복에 품띠를 매고 손날 막기 하는 주희. 이 소녀는 점점 다부지게 팔방미인에 마당발로 자라가지. 갓난아기 너와 엄마가 나란히 누워있는 사진을 내가 특히 좋아해. 출산 직후라 부은 얼굴의 엄마나 역시 부은 눈을 감고 있는 아기나, 너무너무 현장감 있는 장면이지.


엄마는 너를 난산 끝에 낳았더구나. 자궁에 물혹 때문인지, 진통은 오래 끄는데 아이는 나오지 않았지. 출혈 과다로 산모는 결국 혼절하고 말았어. 아기도 산모도 모두 힘든 시간이었지. 집중 치료실에서 하루를 보내고 깨어나 보니 아기 주희가 옆에 누워있었지. 너무 못생긴 아기가 낯설어 엄마는 아이가 바뀐 게 아닌가 간호사에게 불어봤다는구나. 난산을 통과하느라 아기 머리가 풍선처럼 부풀고 비뚤어진 상태였대.


혼절에서 깨어난 엄마 눈이 가장 먼저 무얼 보았겠니? 바로 너였어. 움직일 수도 없이 힘든 몸으로, 부은 얼굴로 누운 채 고개를 간신히 돌려 너를 바라보는 엄마의 빛나는 두 눈을 보렴. 엄마와 딸의 첫 대면의 순간 포착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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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꿈이자 단짝 친구 주희야!


엄마는 너를 '꿈이'라고 불렀지. 엄마에게 너는 모든 것이고 친구이며 꿈이었어. 엄마와 너는 하나라고 늘 고백하셨지. 너 역시 "돈 많이 벌어서 엄마랑 한 집에 사는 게 꿈"이라고 말할 정도로 엄마를 많이 생각하는 딸이었어. 친구들하고 놀다가도 저녁 7시 전엔 집에 들어갔잖아. 친구들한테 '마마걸'이라는 별칭을 들으면서도 말이야.


너는 공부도 잘하고, 그림, 글짓기에, 태양광 자동차로 과학경진대회도 나간 팔방미인이었지. 안산에서 마당발 주희를 모르면 간첩이라 그랬다지? 아~~ 주희야! 너 없는 집, 너 없는 학교, 너 없는 세상이라니, 말이 안 돼. 혼자 남겨진 엄마를 생각할수록 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별이 된 주희가 엄마와 동행하며 지켜주고 있는 거지?


주희야, 그립던 아빠 곁에 있는 거지? 초등학교 4학년 때 교통사고로 먼저 하늘나라로 가신 아빠. 널 끔찍이도 사랑하신 아빠. 갓 태어난 너와 엄마가 마주보는 사진도 아빠가 찍어주신 걸 거야 그치? 아빠 부재의 아픔을 가슴에 묻고 살던 주희였잖아. 이젠 주희야, 아빠와 함께 홀로 남겨진 엄마를 응원하고 있지? 너를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변함없이 너와 하나되어, 너를 위해 할 일을 다 하시도록, 엄마를 지켜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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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 한 약속대로 엄마는 할 수 있는 일을 힘써 하시더구나. 참사 첫 해 뉴스앤조이에서 본 엄마 인터뷰를 난 잊을 수 없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신앙을 보여 달라"며 기독교인을 향해 질문을 쏟아내시던 엄마 말이야. 그 후 엄마와 나는 아직 한 번도 만나본 적 없지만 마음이 이어진 것 같아. 엄마가 이런 말을 하셨거든.


"만약 예수님이었다면, 이런 불의를 보고 정말 가만히 계셨을까요?"

"왜 분노하지 못하나요?"

"왜 아무런 행동이 없나요?"

"왜 말만 합니까?"


덧붙여 엄만 더 날카로운 말씀도 하셨지. 참사 이후 더 이상 교회를 안 다닌다고. 교회에 대한 실망이었어. 그 말이 비수와 같이 내 가슴에 꽂혔다면 믿어지니? 일요일마다 가서 예배하던 엄마가 10년 만에 왜 교회에 발길을 끊었겠니? 참사 후 엄마가 어떤 경험을 했을지, 말하지 않아도 난 알 것 같았어. 나도 교회에 나가는 사람이거든.


교회는 이런 큰 참사를 잘 대처하지 못하는 거 같아. 상처가 있는 사람, 위로가 필요한 사람을 섬긴다지만, 정작 정말 필요한 상황에 놓인 사람에겐 아무 도움이 안 되는 교회였대. 세월호 유가족 엄마 아빠 중 더 이상 교회 안 가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고백이었어. 이분들이 교회에 등을 돌린 걸까? 교회가 이분들의 등을 떠밀었을까? 사회적 아픔에 눈을 감는 무관심을 엄마는 처절하게 경험하셨더구나.


이 사회에서 외면당하고 밀려난 사람들에게 설 자리를 내 주지 않는 교회. 비단 교회만이겠니. 어떤 종교든 어떤 집단이든, 누구에게 힘을 보탤 것인가는 정말 중요한 질문이라고 봐. 누구를 변호하고 목소리를 낼 것인가. 엄마가 던진 질문을 이 사회와 교회가 놓치지 않고 정신 차리고 살도록 주희야 도와 주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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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사랑 주희야!


네 꿈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 너 없이 못 사는 엄마에게서 너를 앗아간 세상이 밉구나. 넌 틀림없이 상처받은 사람들의 좋은 친구 의사요 간호사로 자랐을 거야.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사람, 엄마에게 힘이 되고 벗이 되는 멋진 어른이 되었을 거야.


주희를 기억하며 엄마를 생각하며 추가열의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를 듣고 또 들었어. 시간 나면 중앙동 나가서 쇼핑하고 햄버거 먹고 노래방에 가서 놀던 모녀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엄마의 애창곡인 이 노래를 불러주던 주희. 즐거워하며 함께 불렀을 엄마 목소리도 들리는구나. 아~~ 들을수록 노랫말이 가슴을 찌르는구나. 먼저 떠난 아빠를 그리며 엄마가 즐겨 불렀겠지. 이젠 너를 그리는 엄마의 노래로 들리는구나.


혼자 너 없이 살 수 없을 거라 하신 엄마, 비틀거리는 엄마를 주희야 지켜주렴.... 주희야 보고 싶구나.


혼자 너 없이 살 수 없을 거라

그대도 잘 알잖아요

비틀거리는 내 모습을 보며

그대 맘도 아프잖아요

그대만 행복하면 그만인가요

더 이상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

한 번만 나를 한 번만 나를 생각해 주면 안 되나요

-추가열의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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