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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Jul 17. 2024

죽는 날까지 자기 틀을 깨며 세상을 더 알아가야지

책이 이어준 한 중년 남성 독자의 메일을 받고

내 책 『숙덕숙덕 사모의 그림자 탈출기』가 나온 후 3주가 지난다. 책이 세상에 다니며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이야기를 써 내길 날마다 기대한다. 화제의 신간 정도가 아니라 이주의 베스트셀러였다, 이런 소식이 왔냐고? 그러면 얼마나 좋겠냐만, 아니다. 그럴 기미는 안 보인다. 대신 딱 내 스타일의 감동이 이어지고 있다.


책은 종이 덩어리 같지만 실은 생물이다. 생명이 있어 살아 움직이고 자기 생각이 있고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 책이 낯선 사람들을 이어주고 새 친구를 만들고 독자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허공의 메아리가 아니라 얼굴과 이름을 가진 사람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 이게 책 덕분에 저자로서 내가 누리는 복이다. 나는 세상 천지 돌아다니지 못하지만 책이 다리가 되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오늘 아침에도 연결과 만남의 복이 넘친다. 지난 금요일 안산여성노동자회 후원 밥집에서 자원봉사자로 만난 중년 남성 독자가 메일을 보내왔다. 서빙하고 탁자 정리하며 인사하고 사귄 사이다. 내가 얼마나 편견과 고정관념 덩어리인지! 중년 남성이 성평등과 페미니즘에 그렇게 열린 대화를 하실 줄이야! 내 책『숙덕숙덕 사모의 그림자 탈출기』와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를 한 권씩 사 가시더니, 바로 읽고 메일을 보내왔다.


"인간은 자기가 어떠한 존재인가를 깨닫지 못한다면 자기의 틀 속에서만 살아갈 것입니다. 각자 자기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깨닫는다면 더 큰 세상을 보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문장이 나를 행복하게 흔들어주었다. 죽는 날까지 자기 틀을 깨며 조금씩 더 세상을 알아가야지. 독자의 편지 덕에 이런 착한 맘을 또 먹게 된다. 찐독자와 작가의 만남, 소통하는 기쁨, 바로 이 맛이야! 




김화숙 작가님께!


안녕하십니까?

자원봉사 덕분에 작가님과 작가님의 정체성이 담긴 2권의 귀한 글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먼저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를 읽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원하지  않은 친구가 일상으로 들어옴으로써 자신의 가치관에 삶과 사상을 

담았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저자는 자기 자신과 진리를 등불로 삼아 자연치유의 실천과 가부장제의 남녀 불평등에 대한 

인식은 남자인 저에게도 저절로 크게 공감하였습니다.


육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훌륭하게 극복하셨을 뿐 아니라 강인한 의지와 실천력을 가지고 

그러한 삶을 살고 한결같이 노력해 오신 모습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귀감이 될 것입니다.


인간은 자기가 어떠한 존재인가를 깨닫지 못한다면 자기의 틀 속에서만 살아갈 것입니다.

각자 자기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깨닫는다면 더 큰 세상을 보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지난날 사회권과 평등에 관해 쓴 글과 저의 버킷리스트가 담긴 파일을 첨부하오니 

시간 있을 때 보시길 바랍니다.


지금처럼 늘 건강을 유지하셔서 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자원봉사 벗님 반갑고 고맙습니다.


아침에 메일함을 열며 꺄악! 환호했어요.

벌써 한 권 읽으시고 귀한 피드백까지 주시다니

감동 또 감동하며 읽었습니다.

찐독자와 작가의 만남이고 새 길동무를 얻었구나,

함께 써갈 새 이야기가 몽글몽글 기대되는 아침입니다.


비슷한 연배의 남성 독자들 반응과 목소리가 듣고 싶거든요.

행사장에서 잠깐 나눈 대화에서도 뭉클했지만

글로 봬니 선생님의 약전을 한 편 읽은 듯 더 가까워진 느낌이에요.

이번 안산여노 후원밥집이 제게 준 특별 선물이네요.

감사합니다.


귀한 글 두 편도 공유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사회권과 평등 공부를 참 살뜰히 하신 게 보였어요. 

평등과 인권, 사회권, 이 멋진 개념이 배제와 차별의 역사이기도 한 건 아이러니죠. 

저도 페미니즘을 하며 비로소 목소리를 갖지 못한 존재들에게 연결될 수 있었어요.

사람에겐 인식의 사각지대가 있다는 게 무서워서 계속 공부하게 되고요.


선생님이 자원봉사하시는 마음과 삶의 맥락도 읽을 수 있었어요.

버킷리스트들이 남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네요.

주간보호 센터, 요양원, 다원 등 모두 제 관심 영역과 겹쳤어요.

멋지십니다. 시한까지 명시해 주셨으니 이루어지는 날이 기다려져요.

그날에 저도 꼭 초대해 주세요.

함께 기뻐하며 축하하며 놀 수 있게요.


선생님의 소중한 목소리를 계속 들을 수 있길 기대하겠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우리가 함께 만들며 걸어갈 새 길을 기대하며


꿀벌 김화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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