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을 막아낸 시민영웅 음악회 초청, 건반 위의 비르투오소
[내란을 막아낸 시민영웅 음악회 초청]
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 '12.3내란을 막아낸 시민영웅' 프로젝트 담당입니다.
귀하를 시민영웅으로 선정하였음을 안내드립니다.
뉴스토마토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아래와 같이 진행하는 음악회에 시민영웅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1인당 티켓 2매씩(R석)을 제공합니다.
참석 가능하신 분께서는 아래 번호로 성함과 전화번호 회신을 부탁드립니다.
원활한 좌석배정을 위해 참가 신청 마감은 9일(월) 오후 6시까지임을 양해바랍니다. 이후에는 다른분께 배정 드리겠습니다.
이후 시민영웅 기념식 일정에 대해서는 별도로 안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힘이 모여 내란을 막아내고 민주주의를 지켰습니다.
고맙습니다.
"내란을 막아낸 시민영웅 음악회 초청" 문자 메시지를 받은 건 6월 5일이었다. "시민영웅"이라, 분명수신자는 나였다. 거창해서 낯설었다. 12.3 내란의 밤 국회 앞에 달려간 수많은 사람들을 나도 '시민영웅'이라 일컫곤 했지만 막상 나를 그렇게 부르는 건 민망하고 부담스러웠다. 나도 분명 그밤에 국회 앞에 있었다. 그렇지만 '어쩌다 시민영웅'이라 말하련다. 무슨 투철한 정신이었다기 보단 가얄 거 같아서 달려갔을뿐이니까. 하지만 지인이 뉴스토마토에 나를 '추천'해서 초대장이, 반갑고 기분좋았다.
[공연]건반 위의 비르투오소
- 일시 : 2025년 6월18일(수) 오후 7시30분
- 장소 : 양재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 신청 : 010-4277-9276
- 공연소개 : https://vo.la/VzRVfk
대단한 민주시민 영웅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가. 문제는 시간이었다. 이 역사적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일정 겹치는 것들을 과감히 양해구하고 빠지고 음악회 가겠다고 답을 보냈다. 티켓 수령처에서 '시민영웅 초대권'이라 붙어 있고, 담당하는 분들이 살갑게 인사도 했다. 덕분에 짝꿍과 함께 무지무지 오랜만에 양재동 예술의전당 음악회 데이트를, R석에서, 연주자와 지휘자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었다.
한국의 대표 여성 마에스트라 여자경 지휘자의 지휘에 피아니스트 박종해의 연주였다. 두 사람 모두 내겐 음악회로는 처음이었다. 4.16합창단에서 여성 지휘자(박미리)와 함께 해서일까. 자꾸만 내 눈은 피아노 협주자보다 여자경 지휘자에게 갔다. 그의 손 끝과 동작과 표정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궁금하고 알고 싶어졌다.
지휘자 여자경
대전시립교향악단의 9대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한양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작곡과 지휘를 전공한 후 빈 국립 예술대학교에서 레오폴트 하거를 사사했다. 정통적인 음악 해석, 연주자들과의 호흡, 관객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늘 최고의 무대를 만든다고 평가받는 대한민국 대표 여성 지휘자다.
강남문화재단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 및 상임지휘자를 역임했다. 또 오스트리아 빈 국영 라디오심포니 오케스트라, 프랑스 리옹 국립 오케스트라, 상트페테르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체코 프라하 라디오심포니 오케스트라, KBS교향악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비롯한 다수의 국내외 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와 특별음악회를 지휘했다. 예술의전당을 비롯해 여러 공연장과 언론사의 기획공연 등에도 꾸준히 초대받고 있다. 2023년에는 클래식의 저변을 확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난파음악상을 수상했다.
피아니스트 박종해는 대단했다. 젊은 남성 피아니스트를 '건반 위의 비르투오소'라 이름한 것부터 그랬다. 엄청나게 대단한, 미친 연주자라는 말이렸다. 비르투오소(virtuoso)란 이탈리아어로 거장 보다 더 큰 칭호, '미쳤다!"라는 감탄사고, ‘악마’의 점잖은 표현이라 하겠다. 파가니니 처럼 기교가 아주 뛰어난 연주자가 테크닉뿐 아니라 깊이와 지식도 갗춘 사람이란 말이다. 원래 말 뜻에 덕(virtue)이란 뜻이 있단다. 정말 미친 연주였다. 앵콜을 두곡이나 더 연주했으니 덕 맞다.
히메네즈 오페라 <루이 알론조의 결혼> 중 간주곡.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이쯤에서 내가 영화 <더 컨덕터The conductor>를 떠올리는 건 아주 자연스런 내 의식의 흐름이겠다. 8년 전 개봉관에서 본 영화, 여성 지휘자 이야기라서다.
그 때의 인상이 아직도 생생하다. 시대의 편견과 차별을 거슬러 혁명을 이끈 여성지휘자. 남성 비르투오소 연주자야 박종해 말고도 쌔고 쌨다. 하지만 여자경 같은 여성 지휘자는 얼마나 귀한가. 이 성차별의 나라 한국에서 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마에스트라의 연주를 봤으니, 더 알고 싶고 더 박수치고 싶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더 컨덕터>를 다시 볼란다. 영화는 1920~1930년대 미국 여성 지휘자안토니아 브리코 이야기지만, 나는 한국의 여성 지휘자 여자경으로 읽게 될 거 같다.
그러나 걸출한 마에스트라에게만 내 눈이 꽂힌 건 아니다. 이런 음악회에 초대받은 수많은 시민영웅들을 생각한다. 12.3 비상계엄의 밤에 여의도 국회 앞으로 달려간 평범한 시민영웅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나도 그밤에 거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