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12주기 기억식에 대통령이 참석했다
260416. 목. 맑음. 28/7
"또다시 4월 16일이 되었습니다. 매년 이맘때만 되면 말로 다 담아내기 어려운 마음과 마주하게 됩니다. 12년이 흘렀지만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어제의 일처럼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깊은 슬픔 속에서도 그 처절한 기록을 하나하나 남기며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헌신해 오신 유가족 여러분께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오랜 세월 동안 매일 같이 얼마나 큰 고통과 그리움을 감내해 오셨을지 감히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우리 모두가 똑똑하게 목격했습니다..."
안산 화랑유원지 제2주차장에서 오후 3시에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이 있었다. 거기서 이재명 대통령이 한 추도사 일부를 옮겨 적어 보았다. 참사 12주기가 돼서야 대한민국 대통령이 기억식에 참석한 역사적인 날이었다. 그동안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그 어느 대통령도 임기 동안 4월 16일 기억식에 다녀간 적도, 유가족들의 손을 잡아준 적도 없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12주기 기억식에 이재명 대통령 내외가 함께였다.
기억식의 날씨는 초여름인양 뜨겁고 하늘은 맑았다. 12개의 노란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무대 "안전한 나라, 약속을 넘어 책임으로"란 글자 앞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추도사를 했다. 힘이 들어가지 않은, 오히려 슬픔과 탄식과 미안함이 묻은 힘없는 목소리였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합니다." 빈말하는 분 아니란 걸 알기에, 얼마나 무거운 마음일지, 내 가슴에 묵직하게 전해지는 거 같았다. 부디, 말씀대로, 무거운 책임을 잘 감당하시길, 응원하고 지지하는 맘으로 들었다.
나는 416 합창단으로 기억식 마지막 순서에 무대에 올라 노래했다. "4월이 푸르다고 말하지 마세요. 바다가 푸르다고 말하지 마세요..." 이어서 시민합창단과 어린이들과 연합으로 "군청"을 불렀다. 기억의 사이렌이 울린 후 공식 순서가 끝나고 우리는 무대에서 내려갔다. 대통령이 가장 먼저 퇴장해서 무대 뒤쪽을 지나 주차장으로 나갈 줄 알고 모두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가도 대통령이 퇴장을 안 하는 거다. 알고 보니 대통령은 퇴장하며 일일이 악수하느라 그리된 거였다. 특히 재난 참사 피해자 가족들을.
영상을 찾아 확인해 보았다. 객석 가장자리에 재난 참사 피해자 유가족들 좌석을 배치한 건 악수하기 좋게 고려한 거 같았다. 대통령은 형식적으로 악수만 하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일일이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입은 거의 다물고 듣느라 계속 머물러 있었다. 시간이 걸릴 수밖에.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촬영하며 416 TV의 지성이 아빠 문종택 님은 기쁨과 감사와 감동으로 이렇게 혼자 말을 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고맙습니다! 여사님 감사합니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의 손을 잡아주고 계십니다. 저 정도는 돼야 대통령 하는 거죠. 잘하는 게 아니라 저 정도는 해야 대통령입니다. 하도 꼬락서니 같지 않은, 인간 같지 않은 대통령을 보다가. 고맙습니다! 가습기 피해자 가족을 만나고 계시고요. 대통령님 조금만 더 가시면 이태원 가족들 계십니다. 대통령님 한 걸음만 더 걸으시면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이 대통령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발짝이면 스텔라데이지호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다는 그 약속, 주댕이로 하는 게 아니고, 이렇게 발걸음으로 손으로 하시는 거죠. 당신이 내 대통령이라서 좋습니다. 세월호 1주기 오늘부터 다시 한번 해봅시다. 대통령님 두 발짝 더 가시면 이태원 가족들입니다. 제주항공 참사 가족입니다. 이 정도는 돼야, 이 정도는 돼야, 진상규명은 못 해도 학살당한 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 그것이 기억이고 위로해 내는 것이, 잊지 않겠다는 약속의 그 발걸음, 지금 내미는 손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잡고 계시다는 대통령의 그 손임을.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고. 이제 참사 가족들 만나고 돌아가신 뒤에 세월호 학살 국정원의 기록과 통수권자로서 국방부 해군의 기록을 한번 들여다봐 주셨으면 원이 없겠습니다..."
작은 조직이든 큰 국가든, 모름지기 리더란 어떠해야 하나 생각하는 하루였다. 책임, 책임지는 사람, 그러라고 있는 게 리더다. 책임지라고 돈과 권력과 인적 제도적 자원을 몰아주는 거다. 그걸로 사익이나 챙기고 책임엔 발뺌 변명 오리발 내밀고 남탓하는 인간은 리더 아니다. 무책임은 졸개로도 못 쓴다. 책임, 책임, 책임. 몸으로 마음으로 손으로 발로, 자기에게 주어진 힘으로, 책임지는 사람이 리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