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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영미 Jun 08. 2021

[책서평] 어쩌면 이상한 몸

-장애여성의 노동, 관계, 고통, 쾌락에 대하여

-장애여성공감 지음, 오월의봄


장애여성공감

1998년에 창립한 장애여성 인권운동단체. 여성운동, 장애인운동, 소수자 운동 등 다양한 인권운동의 현장에서 함께 싸워나가며 운동적 고민과 실천을 확장해나가는 것을 지향한다. 2018년 '시대와 불화하는 불구의 정치'라는 슬로건으로 창립 20주년을 맞이하고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https://wde.or.kr/


저자 소개에서 장애여성공감에 대해 알게 되었다.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다양한 자료가 많았다. 20년이 되었는데,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좀 복잡했다. 책을 읽는 내내 그런 마음은 계속되었다.


이 책은 장애여성에 대한 몸과 노동, 관계, 고통, 코랙의 이야기를 10명의 여성들이 함께 쓴 책이다. 1부 [이상한 몸]에서는 통증, 나이 듦, 섹스, 몸에 대한 4개의 글이 있으며, 2부 [관계 맺는 몸]에서는 양육, 활동보조, 연기에 대한 3개의 글이, 3부 [경계를 넘는 몸]에서는 노동에 대한 2개의 글과 탈시설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추천사에 나온 글이다. 

[남에게 피해 주지 말고 혼자 알아서 살라고 말하는 사회에서 폐 끼침이 두려워 정상성이라는 틀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의존하는 기술과 과정을 알려주고 있어 더없이 귀하고 소중하다. -중략- 결국 '끼침'은 연결된 존재들 간에 일어나는 일을 해와 은혜로 규정하는 도덕적 판단을 담을 수도 있지만, 역사의 기억일 수도, 주변의 존재들이 일으키는 내 몸의 반응일 수도 있다.]

나 역시 이런 가치관 아래, 장애와 장애인을 부정적인, 도움을 줘야 하는 존재의 시각으로만 보았던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읽는 내내, 특정 부분을 정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실에 놀랐고,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부분들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래서 여러 차례 읽고,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 


양육

[장애와 살아가는 삶을 물려주기 - 말: 경순 / 글: 이진희]의 일부이다.

전형화는 소수자의 삶을 차별하는 손쉬운 방법이다. 치료, 극복, 불행, 불편 등의 부정적 서사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혐오와 차별로 구성된다. 많은 장애인들은 자신이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물론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것은 비장애인과 완전히 똑같은 삶을 산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생의 과정에서 겪는 감정, 관계의 역동, 실패와 성공, 변화들을 겪어내면서 사는 것은 누구나 비슷하다. 그 보편성과 장애라는 고유성 사이에 일어나는 복합적인 삶의 모습을 설명하며, 세상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경순은 쉽지 않다. 


- 생태학 공부를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부분, 가장 중요한 부분이 생물의 다양성일 것이다. 동식물뿐만 아니라 인간, 우리가 사는 사회조직에서도 다양성이 존재하고, 그것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활동보조

[나는 남의 손이 필요합니다 -글: 김상희] 중 배변 처리 문제에 관한 글의 일부이다.

의사도 사람 몸을 다루며 때로는 '사회적으로 더럽다고 칭하는 것'들을 만지며 일을 하는데, 왜 그들에게 숭고한 일을 한다고 말하는가? 생사를 다루기 때문인가? 모든 진료 과목이 생사와 직결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의사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이를 해서 가치가 떨어지는 사람인가? 그것은 누구의 엉덩이이고, 누구의 배설물인가의 문제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환자는 누구나 될 수 있는 보편적인 대상으로 여기고 장애인은 타자화된 대상이자, 사회적으로 '쓸모없는 몸'으로 보기에 그들을 보조하는 일은 낮은 위치에 처할 수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한다. 그래서 화장실 보조는 가장 밑바닥 일일 수밖에 없다. 


- 이 글을 읽으며, 많은 부분 공감이 됐다. 나 역시 특수교사를 하면서 어머니에게 장애아를 가르치는 나의 일에 불만족스러운 표현을 많이 들었고,  같이 근무하는 교사나 다른 이들에게 특수교사가 봉사직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불쾌하다. 자신들이 선해서, 봉사정신이 많아서 장애학생들을 가르친다고 생각하는 교사들이 불편하다. 나는 직업윤리가 없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수교사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다른 직업과 같다. 봉사가 아니다. 월급을 받는 만큼, 정당한 일을 해야 한다. 


[어쩌면 몸]은 장애여성의 몸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한 번 읽기보다는 두고두고 여러 차례 읽으며,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전형화된 사고를 깨고, 다양성에 대한 생각을 깊이 있게 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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