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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영미 Jun 19. 2021

[서평] RAIN, 비

-자연, 문화, 역사로 보는 비의 연대기

-신시아 바넷 지음, 오수원 옮김, 21세기북스


http://www.yes24.com/Product/Goods/44023006?OzSrank=4


그림책 [양철곰]과 [빅피쉬]를 분석하면서 참고한 서적이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비와 관련된 자연, 문화, 역사에 관한 방대한 글이다.

저자인 신시아 바넷은 환경사학을 전공한 저널리스트다. 물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찾고, 해결방안을 다루고 있다. 그녀는 대지의 윤리(환경철학자, 알도 레오폴드)를 빗대어 '물의 윤리'라는 명칭 아래, 물 환경을 바라보는 인간 중심적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대지의 윤리는 과학적인 경작 방식으로는 거대한 먼지바람의 파괴적 영향을 막을 수 없다는 것, 윤작과 초원의 보존을 통한 토양 관리를 통해 생태적 방식으로 환경을 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탈 인간중심적 생태관이다. 

본문 내용은 비의 인류와 역사, 비와 과학, 비와 자연, 비와 문화, 비와 지구 그리고 우리 이렇게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들이 많았다.


떨어지는 빗방울의 형태를 그릴 수 있는가?

우리는 자동적으로 머릿속에 동그란 빗방울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대기의 압력을 고려하지 못한 채 말이다.


목욕을 하거나 비를 오래 맞으면 손가락과 발가락이 쪼글쪼글해진다. 물에 불어버린 이 현상을 우리는 삼투 현상으로 믿고 있는데, 저자는 신경생물학자 마크 챈기지의 이견을 알려준다.

그의 논문에 따르면, 팔신경이 손상된 환자들은 손가락이 물에 불어도 주름이 생기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이 현상은 자율신경계의 작용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주름은 손과 발 이외의 다른 신체 부위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그의 추론을 종합하면, 이 주름은 1,000만 년 전 열대우림에 살던 인류의 조상이 빗속에서 뭔가를 붙잡기 위해 적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서라고 말한다. 

이 주장이 사실일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저자는 인간의 진화가 적자생존만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적응이 뛰어났던 존재들이 생존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 주장에는 공감한다. 지구는 광범위한 기후 격변의 시대를 겪었고, 기후 안정화의 단계를 거쳐, 다시 기후 격변의 시대로 치닫고 있다.


[본문 중에서]

인더스 강,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 나일 강, 황허의 위대한 문명들과 마찬가지로 마야 문명도 수년 혹은 심지어 수십 년 동안 지속된 가뭄을 극복해냈지만 300년 간의 가뭄(호수 바닥에서 시추한 시료들은 이 가뭄이 750년~ 1025년까지 계속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은 견뎌내기에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었다.

가뭄이 300년간 그 이상 지속되었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어린시절, 마야 문명에 빠져서 남미 대륙을 꼭 가보고 싶었는데, 아직도 그 소원을 이루지 못했다.


그림책 분석에 필요한 부분은 대홍수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이 책에는 노아의 방주, 길가메시 서사시, 바빌로니아판 홍수 이야기 등이 간략히 적혀 있었다. 대홍수를 바라보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되었다.

[본문 중에서]

홍수 설화의 지혜 속에는 분명 하늘의 사전 경고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 포함되어 있다. 방주를 지었던 노아와 다른 영웅들이 우리에게 건네는 경고 중 하나는 험난한 시기를 잘 넘길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 수천 년 동안 인류가 해온 일이기도 하다. 비는 사막에서 바다에 이르기까지 인류를 하나로 만든다.  


본문에는 세종대왕 이야기도 나온다. 비와 관련된 이야기니 당연히 측우기 얘기다. 짧게 정리되었지만, 외국서적에서 세종대왕과 조선 이야기가 나오니 눈에 확 띄었다. 마지막 문장은 내가 그리는 아마 대다수 한국인이 머릿속에 그리는 세종대왕의 이미지와 다른 의견이라 다소 놀랐다. 

[본문 중에서]

세종대왕은 조선 전역의 마을마다 강우량을 측정하여 중앙으로 보내게 했는데, 폭풍우가 지나간 후 나무뿌리와 토양의 수분을 검사하는 일도 여기에 포함되었다. (중략) 한국 사학계에서는 세종대왕이 실제 그 데이터를 이용했는지, 아니면 자신이 농업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음을 과시하기 위한 영민하고 정치적인 술책으로 데이터를 수집한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비와 문화 챕터에서는 비와 관련된 영화와 문학 작품들이 등장하는데, 비가 아늑하거나, 불편하게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유능한 플롯 장치라고 말하고 있다. 

[본문 중에서]

비와 인간이 맺는 관계를 표현하는 예술은 내용 면에서 사랑과 증오, 정화와 오염, 축복과 저주 등 이중성을 골고루 반영한다. 이러한 균형은 형식에서도 존재한다. 


흥미로운 얘기로 제법 두꺼운 책이지만, 술술 잘 읽힌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진 요즘,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물의 윤리에 대해 생각하며, 환경을 위한 일들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매주 목요일 저녁에는 KBS환경스페셜을 본다. 

이번 주 방송은 [지금부터 강이 들려줄 이야기] '내성천 영주댐' 이야기였다. 

4대 강 사업으로 내성천의 모래가 유실되면서 내성천의 생태계가 무너지는 모습을 알려주었다. 방송 말미에 10년 동안 그곳에서 사진을 찍는 박용훈 생태사진가가 마지막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에 나 역시 가슴이 먹먹했다. 


내성천만큼은 꼭 지켜서 그 온전한 모습을 후손들에게 남겨야 한다는 그의 말,

자신이 감동받았던 내성천 모습이 사라지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는 그의 말이 내성천의 아름다운 보지 못한 우리가 공감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절경에서 감동받으며, 위로받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면 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https://vod.kbs.co.kr/index.html?source=episode&sname=vod&stype=vod&program_code=T2020-1654&program_id=PS-2021059152-01-000&broadcast_complete_yn=N&local_station_code=00&section_code=05&section_sub_code=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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