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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영미 Jun 21. 2021

[서평] 은유하는 마음

-박응석 지음 /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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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하는 마음이라는 제목을 잘못 보고, 은혜하는 마음으로 읽혔다. 다시 제목을 보고는 궁금해서 목차를 읽어보았다.

비유법인 은유에 관한 글이었다. 짧은 에세이라고 생각했는데, 인지언어학을 다룬 책이었다.

메타포라고 하는 은유는 수사법 가운데 하나인, 언어의 비유적 표현이다. 지식백과에는 이렇게 정의되어 있었다.

[사물의 본뜻을 숨기고 주로 보조관념들만 간단하게 제시하는, 직유보다 한 단계 발전된 비유법. 은유는 연상이나 대조, 유사 등을 통해서 효력을 발생시키는 언어의 수사적 비유법이다.]


이 책에서는  인지언학자로 유명한, 조지 레이코프(노엄 촘스키의 제자)의 이론을 토대로 한다고 밝혔다. 조지 레이코프는 촘스키와 달리 언어의 형식적 측면이 아니라 언어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지 능력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저자 말에 레이코프와 마크 존슨에게 은유는 말을 꾸미는 부차적 장식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과정이라고 말한다.


차례는 4부로 나뉘고, 1부에서는 은유:화려함에서 일상으로 일상 속 은유의 표현들을 찾고 있으며, 2부에서은유:몸에서 문화로 문화 간, 내 은유 변이 등을 살피고 있다. 3,4부에서는 혼성:페이스메이커의 등장, 거리의 은유를 다루면서 정치, 광고, 철학 등에서의 은유를 살피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은유는 시인이나 문학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상에서 우리는 수많은 은유법을 사용한다. 우리가 그것을 은유라고 깨닫지 못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읽다 보니 일상 속 여러 문장에 은유가 있었다는 것을 미처 생각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저자는 각 은유를 체계적으로 분류해서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본문 중에서]

3. 지향1

은유적 지향성은 자의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물리적 문화적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위-아래, 안-밖 등과 같은 양극적 대립은 본질적으로 물리적이지만, 이것에 토대를 둔 지향적 은유(orientational metaphors)는 문화에 따라 다양하다. -레이코프 & 존슨, <삶으로부터 은유>

"무슨 좋은 일 있어? 기분이 들떠 있는 것 같은데."

"응 이따가 말해 줄게. 오늘 아주 공부할 의욕이 솟는다."

개념적 은유로 행복은 위, 슬픔은 아래로 쓰이기 때문이다.(중략)

지향, 방향은 우리의 경험에 기본이 되고, 많은 것들을 이해하는 데 1차적으로 사용된다. 

두 사물이 높이에서 갖는 차이를 비교할 때 '위'를 참조하게 된다. 개념세계에서 늘 주목을 받는 '위'는 생략이 가능해진다.

"그녀는 무대에 서 있다."

"그는 침대에 있다."

아래가 아닌 위에 있다는 말. 


5. 다양성: 문화 내 은유 변이

사회언어학자들은 언어가 사회의 이런저런 구분에 따른 많은 변이를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또한 이런 경험의 차원에 의해 구분되는 사람들의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언어도 다르다고 말한다. 그래서 은유가 인간 경험을 보여주고 어떤 경우에는 인간 경험을 구성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런 사회적 구분에 따라 개념적 은유이든 언어적 은유이든 간에 은유가 다를 것으로 예상하게 된다. -졸탄 쾨벡세스, <은유와 문화의 만남>

은유 사용에 비대칭적 현상이 존재하는 것은 여러 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은유와 문화의 만남>에서 Hiraga는 일본에 여성을 상품으로 기술하는 은유 표현이 굉장히 많다고 한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몸을 팔다."

"몸을 더럽히다."

검색 뜻풀이를 보면 여성에 한한 정의로 나온다. 저자는 정의가 옳고 그름을 떠나, 언어표현이 그 사회의 고정관념이기 때문에, 그 사회를 드러내는 빅데이터라고 말한다. 


레이코프와 존슨은 삶의 체험들이 언어에 반영된다고 했다. 언어 역시 현실세계에서 거리가 가까운 것들이 더 큰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거다. not happy보다 unhappy가 더 불행하다는 말이다. 

생활, 문화, 광고 등에서 은유를 찾아보고, 그러한 은유가 어떤 방식으로 쓰이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이 재미있었다. 글이 쉽게 잘 풀어져서 일반인들이 읽기에 편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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