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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영미 Nov 02. 2021

[출간 전 연재] 고마워요, 그림책

주말 내내 이달에 나올 그림책 에세이 최종교를 보았다. 

이 책 원고는 브런치에 올렸던 그림책 서평들을 모아서 엮었다. 

브런치를 작년에 시작하고, 어느새 일 년이 지나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책이 나와서 뿌듯하다.  

교정은 많이 할수록 글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 그런데 교정 과정이 쉽지 않다. 

같은 글을 계속 보는 것은 정말 어렵다.  끊없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출판사에서 출간 전 연재를 하자고, 링크 주소를 보내왔다. 

[출간 전 연재]


<고마워요, 그림책>_1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나요? <1>

- 리즈 카튼 스캔런 글, 말라 프레이지 그림 | 이상희 옮김 | 웅진주니어, 《온 세상을 노래해》


몽골 여행에서 하늘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곳에선 어디서나 지평선이 보였고, 하늘은 엄청나게 넓었다. 무엇보다 구름의 형태가 다양하고 아름다워서 하늘만 보고 살아도 좋겠다고 여겼다. 제주에 내려와서 본 하늘은 몽골의 하늘과 닮았다. 오랫동안 제주에서 살았고, 방학 때마다 제주에 왔지만 하늘을 제대로 보면서 아름답다고 여겼던 적이 없었다. 수평선 위로 펼쳐진 제주의 하늘은 몽골 하늘만큼이나 넓고 아름다웠다. 마치 그림책 《온 세상을 노래해》의 표지와 닮았다.

_<고마워요, 그림책> 중에서

<고마워요, 그림책>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지인의 추천 덕분이었다. 처음에 읽었을 때 기대를 많이 했던 탓인지 크게 와닿지가 않아서 ‘그녀와 내가 취향이 이렇게 다른가?’라고 생각했다. 몇 년 뒤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다시 읽게 됐다. 보통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을 때 글을 지우고 그림을 먼저 보게 하고, 그 뒤에 글과 함께 본다. 아이들에게 글이 아닌 그림을 먼저 보게 하기 위해서다. 그림만을 감상하는 아이들을 통해 이 그림책의 매력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여러 차례 보게 되자 그림책이 온전히 다가왔다.


앞표지에는 언덕 위에서 구름을 보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뒷모습이 보이고, 뒤표지에는 해변에서 놀이를 마친 두 아이와 엄마, 아빠의 모습이 보인다. 면지는 색면지로, 초록색으로 구성되어 있다. 표제지에는 제목과 함께 작은 소라 모양의 고둥이 보인다. 이 책은 이야기가 펼침면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표제지 다음 펼침면 왼쪽 면에 판권 내용이 들어가 있고, 오른쪽 면에서 본문 이야기가 홀수 페이지로 시작된다.


<고마워요, 그림책> 중에서


이야기의 시작에서는 “바위, 돌멩이, 조약돌, 모래”라는 글이 보이고, 남매처럼 보이는 두 아이가 돌멩이를 나르는 모습이 보인다. 그다음에는 두 아이가 모래성을 만들고, 엄마, 아빠의 모습이 보인다. 글이 그림 위에 물결치듯 놓여 있다. 이 그림책에는 ‘타이포그래피’가 자주 쓰인다. ‘타이포그래피’는 활판으로 하는 인쇄술로, 활자를 배치, 디자인해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글에 움직임을 주어 그림과 함께 역동성을 부여하고 있다.

아이와 가족들의 모습이 클로즈업됐던 화면은 점점 줌아웃되면서 다음 장에서는 가족이 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도로를 보여 주고, 뒷이야기에 나오는 장소가 멀리 보인다. 글로는 ‘세상은 넓고도 깊다’고 적혀 있다.

<고마워요, 그림책>

이 그림책은 시적인 글과 아름다운 풍경으로 그려져 있다. 또한, ‘프레이밍’ 기법이 잘 나타난 그림책이기도 하다. 프레이밍(framing, 구조화)은 화면의 구도와 구성을 정하는 것이다. 이야기의 앞 장면에서 다음 장면에서 보일 장소와 사람들을 미리 조금씩 보여 주고, 다음 장면에서 줌인해 그곳을 보여 주고 있다. 앵글의 각도도 다채롭게 변화를 줘서 마치 움직이는 영상을 보는 듯하다. 처음 가족들이 차를 타고 달리는 장면에서 멀리 보였던 작은 시장이 그다음 장면에 나오고, 나무 위에서 보았던 먼 곳의 탑이 다음 이야기의 장소가 되는 식이다. 그림을 자세히 보다 보면 뒤에 어떤 장소가 등장할지, 어떤 사람들이 보일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같은 사람들이 그림 장면에 따라 어떻게 다른 행동을 하고 있는지 찾아보게 된다. 아이들은 이런 그림 구조를 보며 그것들을 찾아내는 것에 즐거워했다.


_<고마워요, 그림책>    


다음 편에 이어서 계속됩니다.

<고마워요, 그림책>_삶과 그림책 깊이 읽기, 곽영미 지음

11월 셋째 주에 출간됩니다.


[출처] [출간 전 연재] <고마워요, 그림책>_1|작성자 soom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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