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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영미 Dec 08. 2021

[책 정리] 오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삽니다

-정해심 지음 호호아 출판사

여름, 가을 읽은 책들을 정리하지 못했다. 연말도 다가오고, 밀린 과제처럼 남아있는 책들을 일주일에 한 권씩 다시 읽고, 정리해야겠다.


이번 주 다시 읽은 책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방, 카모메 이야기]이다. 카모메 그림책방을 하는 서점지기의 그림책 에세이다.

나는 에세이를 잘 읽지 않는다. 한때는 에세이를 곧잘 읽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에세이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이 책은 그림책 관련 에세이기도 하고, 그림책방지기의 글이기도 해서 관심이 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는 제목에 눈길이 갔다. 

한때 나도 출판사를, 그리고 작은 서점을 하면 어떨까 생각하곤 했었다. 서점 하면 떠오르는 풍경이 있지 않는가. 차 향기와 잔잔한 음악이 있는 곳에서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나른한 오후를 보내는 풍경.. 하지만 이렇게 서점을 해서는 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건물주가 아니고서야 유지비도 나오기 쉽지 않겠지.


저자는 글의 서문에서 현실적으로 힘든 서점을 하는 이유에 대해

 [마음을 자꾸 두드리는 어떤 일이 미래를 책임져주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좀처럼 그 마음을 모르는 척할 수 없어 '더 늦기 전에 해볼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고, 내 경우에는 그게 그림책방이었으며, 결국 현실보다 마음을 좇아 책방을 열고 꾸려가고 있다.]라고 적고 있다.

서울에서 학교를 정리하고 제주로 내려온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표면적으로는 혼자 사는 어머니와 함께 살기 위해 내려왔지만,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40대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그래서 3년간은 직장에 들어가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 보자, 결심하고 지내고 있다. 학교를 정리한 부분에 대해서 가끔씩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인가? 흔들리는 마음이 있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잘 살아가고 있다고 나를 다독이며 하루, 하루를 소중히 보내려고 노력한다. 


이 책의 챕터는 5꼭지로 되어 있으며, 어떻게 그림책과 만나게 되었는지, 그림책방을 열게 되었는지, 그림책방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들과 어떤 생각들을 나누었는지를 적고 있다.

눈이 가는 부분은 타로를 통해 그림책을 추천하는 이야기였다. 저자는 타로와 그림책을 연결하고자 하는 책방 컨셉을 주변이들이 여러 이유로 반대했다고 적고 있다. 

[창조성과 고유성은 각자의 개성에서 시작한다. 자신이 경험해왔던 익숙한 점을 바탕으로 하나의 선을 잇는 것이다. 그리고 구체적인 계획과 함께 마을 행동으로 옮긴다. (중략) 나는 자신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 그 하나로 자신감이 생겼다. 우리는 누군가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각각 꽃을 피운다. 그 사실을 나 역시 매일 잊지 않는다.]


어젯밤 진로로 고민하는 후배와 오랫동안 통화를 했다. 후배는 내가 박사 논문을 작성할 때 느꼈던 감정과 고민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 박사 후 무엇을 해야 할까? 직장으로 돌아가야 하나, 아니면 연구원으로 살아야 하나? 교수가 되기에는 현실적인 벽과 능력이 부족하고, 강의를 하려고 해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누군가 날 찾아주고, 불러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다시 교직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후배 역시 다시 다른 전공의 공부를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후배에게 그림책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을 준비하고 계획해 보라고 조언했다. 이 조언은 나에게도 해당된다. 나 역시 앞이 보이지 않을 때면 다른 전공을 살려 다른 일을 해볼까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그림책과 연결된 일로 정리하는 것이 가장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라는 걸,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안다. 다만 앞이 보이지 않으니 두려울 뿐이다. 

내가 강의를 할 때 늘 긴장한다고 하자, 후배는 내가 긴장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누군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것처럼, 남의 것이 더 커 보이는 것처럼. 타인의 일은 쉽게 빨리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실수와 어려움을 다 똑같이 겪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두려워도 노력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되었다. 그리고 서점을 통해서 다양한 그림책 모임을 여는 저자를 통해서 나 역시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무언가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 전 제주에 내려오면 하고 싶었던 일들이 많았다. 그중 거의 다 해 보았는데, 한 가지는 코로나로 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모임을 만들어 함께 그림책을 나누며, 자원봉사 활동으로 연계하는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이 일을 하지 못한 게 많이 아쉽다. 며칠 이런 생각을 하다가 언제까지 코로나를 핑계로 실천하지 않을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을 해 보자고 마음을 바꿨다.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없으니 온라인이라도 강의를 열어서 함께 그림책을 나누는 모임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되었다. 그래서 연말에 무료 강의를 시작해서 함께할 사람들과 모임을 만들 생각이다. 


https://search.daum.net/search?w=bookpage&bookId=5799270&tab=introduction&DA=LB2&q=%EC%98%A4%EB%8A%98%EB%8F%84%20%EC%A2%8B%EC%95%84%ED%95%98%EB%8A%94%20%EC%9D%BC%EC%9D%84%20%ED%95%98%EB%A9%B0%20%EC%82%BD%EB%8B%88%EB%8B%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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