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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송작가 황초현 Aug 03. 2022

뒹굴거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영혼 돌아보기




일상에서 쓰는 물건 하나 하나...

없으면 불편할, 참 소중한 게 많은데,

사소한 것들에게까지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순간보다는

당연히 거기 있는 것으로...무심코 쓰는 때가 더 많지요.


하지만, 

작은 것 하나도 누군가의 발견, 발명으로 태어났다는 걸 떠올리면

새삼 숙연해집니다.     


우연찮은 사고 덕분에 새 발명품을 만들고,

꿈속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한밤 중 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가.. 

혹은,

복잡한 대중교통 안에서 번뜩이는 영감을 얻은 과학자나 발명가도 많지요.     


1600년대 유럽. 낡고 해져서 입지 못하게 된 옷이나 천 조각 따위를 이르는 넝마는

바로.. 종이의 재료였는데요

책, 신문 발간.. 정치 선전물까지... 수요는 많은데 

턱없이 부족해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1666년, 영국은 종이를 만들기 위해 

면과 리넨을 절약하라는 법령과 더불어 

장례 때 쓰이는 면과 리넨 사용을 금지했고

이집트 미라를 감싼 천을 활용하자는 황당한 제안까지 나올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 가운데, 1719년 어느 날 프랑스 과학자 

르네앙투안 페르쇼 드 레오뮈르가 

숲을 산책하다가 말 벌집을 발견하는데요,


곤충을 사랑했던 그는 

말벌들이 나무껍질과 식물의 줄기를 씹어서 종이 벌집을 만든데 놀라고,

그 발견이 훗날 목재 펄프에서 종이를 만드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또, 

스위스 공학자 조르주 드 메스트랄

개와 산책을 갔다와서

몸에 붙어있는 한해살이풀 도꼬마리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수천 개의 작은 갈고리가 달라붙어 씨앗을 퍼뜨리는 

자연의 이치에 번뜩 아이디어를 얻는데요,


바로 찍찍이로 불리는,

섬세한 실 보풀이 일어나도록 만든 천을 뜻하는 ‘벨루어’와

구부러진 바늘을 뜻하는 크로셰를 합친 단어 ‘벨크로’였습니다.     


빡빡한 일상 속에 꽉 짜여진 계획 속에 생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헐렁한 여유...시간의 흐름에 몸도 마음도 맡기기...!

어쩌면 그 속에서 더 뛰어난 창의력이 나올 수도 있을지 모르지요.


그래서

휴식과 산책, 때론 뒹굴거리는 시간도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필요없는 것 같은 것들의 소중함.

당장은 중요하지 않아보이지만 사실은 중요한 것.

그야말로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을 잊고

매일 앞만 보고 달리고 있진 않은지...

무엇을 보고 가는지-

돌아봐주기를-

지금 이 순간, 내 영혼은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in Muxia by Chohyun Hwang
in Muxia by Chohyun 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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