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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캐스터 Jan 20. 2024

싱가포르에서 익숙한 나라의 향기가 난다.



저는 신혼여행으로 싱가포르에 처음 왔었습니다.


관광을 원하는 아내와 휴양을 원하는 제 희망을 적절히 융합하기 위해 4일간의 싱가포르 여행과 4일간의 발리 여행을 계획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가 제 첫 동남아 여행이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이었을 겁니다.


한국에서도 딱히 동남아 음식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동남아 여행을 꿈꿔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제가 그리던 동남아는 그저 아무 무덥고 습한 나라였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하면서 깨졌습니다. 인천공항보다 더 좋아 보이는 공항의 모습과 깔끔하고 쾌적한 환경. 싱가포르의 첫인상은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공항을 나가면서 좋았던 인상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역시나 무더운 더위 그리고 습한 공기. 더운 날씨 때문인지 또 너무 추운 실내 환경. 익숙하지 않은 향신료가 담긴 음식들. 입맛에 맞지 않는 음료들 때문에 신혼여행 내내 맥도널드 같이 아는 맛을 찾아다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13년 만에 다시 찾아온 싱가포르는 너무 살기 좋은 곳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때는 여름에 왔고 지금은 겨울에 왔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때는 휴양지 위주로 다녔고 지금은 생활권 위주로 다녔기 때문에 생긴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13년이라는 공백 기간 동안 생긴 변화 때문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차이 속에 제가 느꼈던 싱가포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한국 향기'가 난다는 것입니다.


이미 해외 곳곳에 한국 식품들이 수출되고 있다는 사실은 뉴스를 통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트에서 비비고 갓김치를 봤을 때도 의연히 태연한 척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보이는 '한국산 딸기', '비비고 만두/김치 등 시리즈', '동원 런치미트', '야쿠르트', '빼빼로', '온갖 라면들', '붕어빵사만코' 등에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코리안 마트가 아니라 로컬 마트입니다!)


심지어 포카리스웨트 저칼로리 버전, 망고맛 메로나처럼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메뉴들도 많았습니다. 현지화까지 된 한국 제품들을 보며 슬며시 식품 관련 주식을 찾아본 것은 와이프에겐 비밀입니다. 정말 놀라울 정도의 변화였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싱가포르 길거리를 걸으면서 보이는 수많은 한국 식당들.

'소맥 탕탕', '한국식 포차', 'AJJUMA(아줌마)' 등을 보며 순간 한국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또한 한국식 미용실, 못된 고양이(현지에서는 N.Cat), 커피빈, 가장 앞에 자리한 삼성/LG 매장 등을 보며 시간이 많이 흘렀고 한국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다인종 국가이기 때문에 워낙 다양한 문화가 섞인 곳이지만, 한국 문화가 이 정도로 녹아들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한국 문화가 많이 녹아든 만큼 한국인인 제가 지내긴 더욱 편했습니다. 원래도 깨끗하고 편리했던 싱가포르에 한국향이 한 스푼 더해지자 정말 불편함 하나 없이 싱가포르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점원들이 한 번씩 던지는 한국말도,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한국드라마를 즐겨봐서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하게 되었다는 박물관 직원분도 다 색다르지만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깨끗하고 최첨단의 중국, 인도라는 싱가포르에 대한 느낌에 한국 한스푼이 포함된 것 같았습니다.(일본은 두 스푼...)


지금 이런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싱가포르의 지정학적 위치나 다인종 특성 때문에 가속화된 것인지는 유럽에서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너무 비싼 집값만 아니라면 한 번쯤 길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휴양지가 아니라 마치 이곳에서 사는 사람처럼 생활권 위주로 다니다 보니 더 잘 보이는 것일 수도 있는 듯합니다. 싱가포르에서의 한국 한 스푼은 어쩌면 한국에서 보다 한국문화를 더 좋게 느낄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습니다. 다른 문화와 섞여있기 때문에 더욱 색다르고 특별해 보였습니다.


한 번쯤 추천할 만큼 말입니다.



※ 참고로 저는 갤럭시24 AI 모델 사전런칭 행사 팝업 스토어를 싱가포르에서 참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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