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조명은 아름답지만 야생동물에겐 공해
인공적인 빛은 척추동물과 곤충의 섭식, 이주, 번식 주기에 영향을 미친다. 식물들의 삶에도 문제다. 그런데 최근 '블루라이트', '청색광'의 유해성이 미디어를 통해 집중 조명되면서, 인간에게도 인공광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인공조명이 어떻게 새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자.
날씨가 흐린날, 밤의 불빛은 특히 위험하다. 별자리를 나침반 삼아 방향을 잡는 야행성 철새들에게 이런 불빛은 치명적일 수 있다. 철새들은 이동시 약 150미터 이상의 고도에서 비행한다. 열악한 기상조건에서 새들은 비행고도를 낮추기도 하는데 이 경우 도시의 불빛을 접하게 된다. 광원이 선명하지 않고 안개 등의 물입자가 빛을 산란시켜 후광을 만드는 때에 특히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고흐펠트(Gochfeld)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조류사냥꾼들을 흐린날씨에 새들을 교란시켜 잡는 방법으로 빛을 사용했다고 한다. 고트룩스와 벨서(Gauthreaux and Belser)는 사파리에서 밤에 차량의 헤드라이트를 이용해서 새들이 모이도록 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새들이 빛에 이끌리거나 방향성을 잃게되는 원리들은 아직 밝혀진 것이 거의 없다. 빛에 의한 조류의 집단 사망은 등대에 대한 것들이 처음으로 보고되기 시작했다. 등대와 관련된 사고는 등대의 방식이 화석연료를 태워 지속광을 발산하는 것에서 회전식 혹은 점멸식 전구로 바뀌면서 사라졌다. 점멸식 광원의 경우, 새들의 정상적인 이동에 영향을 미치는 않는다고 여겨진다. 오히려 건물의 높이보다 건물에서 나오는 빛의 총량이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에반스 오그덴(Evans-Ogden)의 연구와 빛의 파장 중 녹색에서 자외선에 걸친 한계점을 넘는 빛에서 새들이 방향성을 잃는다는 빌쉬코(Wiltschko)의 연구로 판단컨데, 특정 지속광들의 총량이 중요한 듯하다.
여전히 혼란스러운 것은, 확실한 결과없이 혼재된 결과가 도출된다는 것이다. 호트와 쉴레밋(Haupt and Schillemeit)은 다양한 야외 상향식 광원을 사용하여 213마리의 새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동경로 조사를 실시했다. 단지 7.5%의 개체들만 행동에 변화가 없었다. 자세히 살펴보자면, 텃새들은 빛에 의한 영향을 받지 않거나 매우 조금 받는 반면, 철새들은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 이 결과가 빛에 대한 생리적인 차이인지 지역 환경에 적응한 결과인지는 알 수 없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새들은 빛에 이끌려 속임에 빠진다는 증거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Rich and Longcore, 2006; Poot et al., 2008; Gauthreaux and Belser, 2006). 9.11 사고 추모비의 조명이나 반데라(Van de Laar)의 해안부두 조명 실험에서 많은 수의 새들이 조명에 이끌여 모여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조명을 끄면 새들은 다시 흩어졌다. 북해와 멕시코 걸프해의 석유 플랫폼에서 일어난 철새 폐사사건 등의 경험에 비추어, 열악한 기상조건일 때 새들이 빛에 이끌려 모여든다면 간헐적으로 조명을 꺼주기를 반복해야 한다.
1940년대에 들어 구름의 높이를 측정하는 '운고계'라는 장비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투광기를 통해 하늘로 빛을 쏘아보내는데, 이 기계가 새들의 죽음과 명백하게 관련이 있다고 여겨졌다.
출처: 좌-네이버지식백과(센서용어사전, 손병기, 일진사), 우-네이버지식백과(두산백과)
변천을 거쳐 긴 파장의 붉은 빛을 걸러내고 푸른색 또는 자외선 파장의 빛을 사용하자 새들의 사망률이 매우 낮아졌다. 이후에 고정광선을 사용하던 운고계가 회전형 광선으로 교체되면서 운고계가 철새에게 미치는 영향이 근본적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래스키(Laskey)의 1960년 보고.
1990년대에 새들이 지구자기장을 감지하는데 빛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라플리(Rappli), 빌쉬코(Wiltschko) 등의 연구에서 새들이 푸른색, 초록색 단색광에서 방향을 제대로 잡지만, 노랑색, 빨간색 등의 파장이 긴 빛에서는 방향성을 잃는다고 보고하고 있다. 눈의 망막에 있는 자기장 수용기가 푸른색과 초록색을 받아들이는 원추세포 내부에 존재한다고 밝혀졌는데 특정 빛에서 방향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방향성을 잃는 것으로 보인다. 혼란스럽게도, 새들은 백색과 붉은색 빛에 강하게 끌린다고 나타났다. 끌리는 빛과 자기장수용기를 가진 세포가 받아들이는 빛이 명백히 다른 것이다. 초록색 빛에서는 새들이 덜 끌리고 방향성을 잃는 정도가 적었으며, 파란색 빛에서는 소수의 새들만 반응을 보였으나 방향성을 잃지 않았다.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필립스에서 "클리어 스카이(Clear Sky)"라는 전구가 개발되었다. 적외선 파장을 최소한으로 제거한 전구로, 이 전구가 사용된 석유 시추시설에서 2007년 철새의 가을 이동 시기에 조사한 결과, 시설에 내려앉거나 선회하는 새들의 수가 50~90% 감소했다고 반데라(Van de Laar)는 밝혔다. 요컨데 붉은빛과 지속광이 위험하고, 붉은파장을 줄인 백색광의 점멸등이 새들에게 안전하다.
지금껏 악천후나 안개가 심한 날에 발생하는 높이솟은 환한 건물, 시설물에서 발생한 대규모 충돌 사건들이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날씨가 좋을 때에도 지상의 불빛은 조류의 사망사고와 연관되어 있다. 밤 동안 밝은 지역에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한 뒤, 날이 밝아 날아가려고 할 때 변경된 빛과 반사된 특성들로 인해 충돌의 가능성이 증가한다. 다음 순서에서는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명의 사용법과 디자인에 대해 소개할 것이다.
지나친 조명의 사용은 새들을 죽게하는 것 외에도 전력을 낭비하고 온실가스 배출과 공기오염 수치를 증가시킨다. 국제 어두운 하늘 협회(International Dark-Sky Association)에 따르면, 조명의 부적절한 설치나 형편없는 디자인으로 인해 미국에서 매년 10억 달러(약 1조 1200억원)가 낭비된다고 한다. 이제 전세계 인구의 약 3분의 2는 은하수를 더 이상 볼 수 없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신화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은하수를 건너는 견우와 직녀의 오작교 같은, 그런 아름다운 밤하늘의 모습을 잃었다. 과도한 조명을 사용함으로써 도래한 생태적, 경제적, 문화적 충격은 이제 조명사용을 줄이고 개선해나가야만 하는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김동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연구원)
하정문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행동 및 진화생태연구실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