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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운동화

by 부자백수

친구의 나이키, 부러움의 시작


고등학교 1학년, 친구가 용돈 모아 샀다던 11만원 나이키 반농구화를 신고 왔을 때, 내 마음은 단번에 사로잡혔다. 나이키 로고는 세상 멋짐과 부러움이었다. 하지만 우리집에선 언감생심 꿈에도 못 꿀 일이었다. 어머니는 호박죽 장사를 하셨고, 아버지는 벽돌 쌓는 노가다를 하시며 100원짜리 자판기 커피가 맛있다고 하셨다. 새 신발은 사치였다. 눈치보며 조르다 신게 된 니코보코 검정색 운동화가 내 전부였다.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언젠가는 꼭… 나도 나이키를 신을 거야." 그 결핍은 내 마음에 깊이 뿌리내렸다.


욕심, 근력에서 집착으로


시간이 흘렀다. 직장을 다니며 나는 자랐다. 첫 월급으로 킴스아울렛에서 나이키 할인 운동화를 샀을 때, 거울 속 어린 내가 웃었다. "봐, 해냈잖아." 그 순간은 행복했다. 하지만 하나를 가지니 두 개가 탐났다. 신발장은 새 운동화로 가득 찼다. 아디다스, 리복, 뉴발란스, 뭐든 쌓았다. "이건 특별해." 스스로를 속였다. 어느 날 신발장을 열었을 때, 수십 켤레의 메이커 운동화가 나를 응시했다. 충격이었다. 나는 신발을 신는 게 아니라 집착하고 있었다. 욕심은 나를 밀어붙였지만, 동시에 무겁게 짓눌렀다. "욕심이 나를 갉아먹고 있다"는 깨달음이 스쳤다.


버림, 홀가분한 청소


"내가 왜 이걸 원했지?" 그 질문에 답하려 신발장을 비웠다. 당근 마켓에 하나씩 올렸다. 낡은 아디다스, 새 뉴발란스, 그리고 그 사이의 미련들. 팔릴 때마다 홀가분해졌다. 누군가 "좋은 물건 감사하다"고 메시지를 보냈을 때, 나는 미소 지었다. 이건 물건 정리가 아니었다. 마음의 청소였다. 버림은 청소였고, 쌓는 건 생존이었지만, 사는 건 버리는 데서 시작됐다. 비우면서 나는 고등학교 시절의 나를 만났다. 11만원 나이키를 꿈꾸며 니코보코 신발을 신던 그 아이, 그 순수한 열망이 다시 보였다.


Nikes 티셔츠, 웃음의 순간


그러다 캄보디아 여행 중, 시장에서 나이키 티셔츠를 봤다. 5000원에 두 장! "이 가격에 나이키라니!" 기쁘게 샀지만, 자세히 보니 로고가 어설프다. 나이키가 아니라 Nikes였다! 웃음이 터졌다. 내가 집착했던 메이커의 끝이 가짜라니! 하지만 Nikes 티셔츠는 나이키 못지않게 편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다 집착이구나. 다 욕심이구나." 이 가짜 티셔츠는 나를 가볍게 했고, 그 웃음은 나를 자유롭게 했다. 시련이 행복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여기서 빛났다.


튜닝의 끝판은 순정


결국 깨달은 건, 튜닝의 끝판은 순정이다. 메이커 운동화로 가득했던 신발장을 비우니, 친구의 11만원 나이키를 부러워하던 그 아이가 보였다. 그 순수함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비워낼수록 편해지고, 내려놓을수록 가벼워졌다. 사는 건 버리는 데서 시작된다는 진리가 내 안에서 맑게 울렸다. Nikes 티셔츠를 입으며, 나는 웃었다. 캄보디아산도, 가짜도, 다 괜찮았다. 왜냐? 그건 나를 자유롭게 했으니까. 그 비움 속에 진짜 내가 있었다.


여러분의 나이키는?

여러분의 나이키는 뭔가요? 어릴적 원했던 그 무언가, 아직도 쌓고 있는 그건 뭔가요? 그걸 내려놓으면 어떤 자유가 올까요? 저는 Nikes 티셔츠를 보면서 답을 찾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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